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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3구역 재개발 ‘산 넘어 산’…반대파 ‘전패’: 법원 “임원해임총회 ‘무효’”…조합 “동ㆍ호수 추첨前 계약금 내라”; 2010.06.03 13:55 입력 | 2010.06.03 21:36 수정

서울 마포구 아현3구역 재개발 사업이 ‘첩첩산중(疊疊山中)’이다.
 
지난해 조합 반대파가 개최한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 관련 소송에서 조합 측이 승소한 데 이어 최근 조합이 “동ㆍ호수 추첨 전에 계약금을 선납하라”는 안내문을 발송해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아현3구역 조합원에 따르면 이곳 조합은 지난달 17일 조합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분양계약을 맺고 계약금을 다음 달 말까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아현3구역의 경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동ㆍ호수 추첨을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고 견본 주택도 짓기 전이라는 점이다. 조합 측 방침이 강행될 경우, 이곳 조합원들은 재개발 사업으로 얻게 될 주택의 평형과 구조 등을 모른 채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
 
경제적 부담도 상당하다. 최종 분양가에서 권리가액을 뺀 추가부담금이 조합원들이 내야 할 비용인데 계약서에 따르면 이 비용 중 20%를 납부해야 한다.
 
조합 측은 안내서에서 “조합원들의 자금 수급 문제를 덜기 위해 동ㆍ호수 추첨 전 분양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다”면서 “계약금을 납부하지 않는 조합원에게는 연체료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조합장 성과급 문제, 설계 변경 문제 등으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아현3구역은 조합 측의 계약금 선납 요구로 사업 표류가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해 아현3구역 조합은 조합장 성과급 185억 원을 책정하는 총회를 열었지만 조합원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이를 74억 원으로 낮춰 제시한 바 있다.
 
설계 변경 문제도 그 해결이 요원하다. 조합원들이 주택 평면 구조에 대해 항의하면서 조합이 새로운 설계안을 내놓았지만 변경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조합에 대한 불신 등으로 동의서 징구가 어려운 상황에서 애초 5월 안에 끝내기로 돼 있던 사업시행 변경인가와 관리처분 변경인가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이다.
 
이후 이곳 조합원들은 조합장을 비롯한 조합 집행부의 비리와 전횡 등을 문제 삼고 이들을 해임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발의ㆍ개최했다(관련 기사 2009. 12. 2자 1ㆍ3면 참고).
 
지난해 11월 24일 마포구 신수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총회는 총회를 개회하려는 반대파와 이를 저지하려는 조합의 ‘힘겨루기’가 벌어지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당시 조합 측은 경호업체 직원들을 동원해 총회장 출입구를 통제하고 조합원 명부를 통해 신원 확인을 거치는 등 반대파를 압박, 총회 개최를 지연시켰다.
 
하지만 양측의 충돌이 격화되자 출동한 경찰이 경호업체 직원들의 철수를 명령하면서 주도권은 급격히 반대파 쪽으로 쏠리게 됐다. 결국 총회가 열렸고 해임안도 통과됐다.
 
발의자 측인 ‘아현3구역 재개발 입주자 모임(이하 입주자 모임)’은 이날 총회에 총 조합원 2301명 중 1215명이 참석(서면결의 1181명 포함)해 성원이 이뤄졌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상정된 안건을 가결했다고 주장했다.
 
조합 임원 해임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던 아현3구역 분쟁은 이후에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특히 임시총회 의사정족수가 미달돼 총회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조합 측은 “발의자 측이 서면결의를 통한 참석자로 밝힌 1181명 가운데 239명이 조합 측에 철회 동의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해임안 가결에 필요한 의사정족수는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입주자 모임 측은 “조합 측이 말하는 239명 가운데 총회에 참석 의사를 밝혔던 조합원은 극소수”라면서 “총회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동의서를 받아 놓고 총회가 무효라는 조합 측 주장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이어 “더욱이 철회서를 제출했던 조합원들 중에서 그것의 철회 의사를 밝힌 사람도 많아 설령 그것이 유효하다고 해도 총회 성원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려 혼란을 더했다. 당시 법률 전문가들은 조합 측이 징구한 철회서에 대해 ▲반영 여부 ▲(총회 발의자 측에) 전달 시점 ▲원본-사본 여부 ▲사본이라면 그것의 효력 등을 놓고 각기 다른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관련 기사 2010. 1. 6자 5면 참고).
 

◆ 해임 집행부 ‘기사회생’
결국 양측의 다툼은 법원의 판단으로 판가름 났다. 애당초 수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했던 임시총회 절차상의 하자가 문제시되면서 총회 효력이 정지된 것. 이로써 조합 측은 ‘기사회생(起死回生)’하게 된 반면 입주자 모임 측는 ‘치명타’를 입어 존립 근거마저 위태롭게 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이하 서부지법) 민사 제21부는 지난달 6일 김 모 등이 제기한 ‘임시총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2010카합186)’에 대해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결정문에 “피신청인(입주자 모임)이 2009년 11월 24일자 총회에서 한 제1호 결의를 제외한 2~11호 결의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명시했다.
 
제1호 안건은 ‘조합장 유 모 씨 해임의 건’으로 재판부는 지난해 구속된 유 조합장이 올 1월 초 사임 의사를 밝힌 사실이 소명되므로 그의 해임 결의의 효력 정지를 구하는 부분은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미 구속된 조합장의 해임안을 제외한 나머지 집행부를 해임한 결의의 효력이 정지됨에 따라 사실상 신청인 측의 주장은 모두 수용된 반면 이들을 해임하고 새로운 조합 집행부를 자처했던 입주자 모임 측은 사업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
 
조합원 이 모 씨는 “애당초 적법한 절차에 의해 임시총회를 열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입주자 모임 측과 발의자 대표 구 모 씨가 이를 무시한 채 총회를 강행하는 바람에 총회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수용됐다”면서 “명분만 믿고 절차를 무시한 결과 우리 구역의 재개발 사업이 또다시 표류하게 됐다”고 비난했다.
 
결정문을 살펴본 결과, 아현3구역의 총 조합원 수는 2322명이었다. 입주자 모임 측이 총회 성원 보고 시 밝혔던 숫자(2301명)와 차이가 난다. 이는 지난해 임시총회 당시 조합의 사무차장을 맡고 있던 송 모 씨가 “2301명은 관리처분인가를 받을 때의 조합원 숫자”라며 “현재(취재 시점ㆍ2009년 11월 말) 우리 조합원은 2322명”이라고 말했던 부분과 일치한다.
 
당시 송 차장은 “선거인 명부에는 총 조합원 수가 2390명으로 돼 있고, (반대파가 발송한) 총회 책자 및 서면결의서 송부 명부 등에는 그 숫자가 2562명으로 나타나 있다”며 “조합원 숫자가 관련 자료마다 달라 신뢰할 수 없는 만큼 임시총회는 당연히 무효”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총회 정족수를 따지는 데 있어 ‘기준’이 되는 ‘총 조합원 수’를 조합 측이 제시한 수치를 인정한 데 이어 의사정족수를 따지는 데 중요 ‘잣대’가 되는 철회서에 대해서도 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결의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전까지는 이에 대한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그 철회의 의사 표시는 정관에 다른 정함이 없는 이상 반드시 일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 철회 의사를 분명히 추단(推斷ㆍ미루어 판단함)할 수 있는 행위나 외관이 있으면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서면결의서 제출자 중 78명이 총회 전날인 작년 11월 23일까지 신청인(조합 임원)들에게 서면결의서 철회서를 제출했고, 신청인들은 당일 16시경 퀵서비스 배달원을 통해 발의자 대표 구 모 씨의 사무실로 철회서를 송부했다”며 “하지만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받을 수 없다’며 ‘가져가라’고 했고 배달원은 신청인들에게 철회서를 반환, 신청인들이 같은 날 17시경 직접 구 씨의 사무실로 찾아갔으나 사무실이 폐쇄돼 전달하지 못한 점 등이 소명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후 위 78명이 철회 의사를 명확히 표명했고 구 씨 측에서 우편물의 내용물이 철회서임을 알고 고의로 그 수령을 거부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피신청인 측은 철회의 효력을 부인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총회 출석 조합원 수에서 78명은 제외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서면결의 참석자 1181명 가운데 78명을 빼면 총회 참석자는 직접 참석자 34명을 포함해 1137(1181-78+34)명에 그친다. 의사정족수인 1161명(2322×1/2)에 미달되는 것.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결의 중 2~11호 결의는 나머지 점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의사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한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며 “신청인들에게 위 결의의 무효 확인을 구할 피보전권리가 인정되고, 위 결의의 효력을 정지하지 않을 경우 새로 선출된 이사들의 지위에 대해 계속적인 분쟁이 발생할 것임이 명백한 이상, 보전의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결정했다.
 

◆ 한번에 ’와르르’…새판 짜기
조합 반대파가 내세웠던 최대 치적 중 하나였던 임시총회의 결의가 효력 정지 결정을 받음에 따라 이를 근거로 진행 중이던 관련 소송들도 연이어 조합 측 ‘승소’로 끝이 났다. 동시에 그동안 반대파가 쌓아 왔던 ‘치적’도 무너졌다.
 
서부지법 민사 제21부는 지난달 6일 구 모 씨 등이 제기한 ‘임원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2010카합110)’에 대해 조합장 유 모 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신청인들에 대한 신청을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구 씨 등은 “피신청인들이 임시총회 결의에 의해 해임됐음에도 지난 1월 대의원회의에서 김 모 씨를 조합장으로 선임하는 등 업무를 계속 수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신청인들에 대한 신청은 이들을 해임한 총회 결의가 적법한지 여부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결의는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므로 피신청인들에 대한 신청은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같은 날 동일 법원은 구 씨 등이 제기한 ‘임시조합장 선임 신청(2009비합65)’ 역시 기각했다.
 
아현3구역 조합 측은 지난 1월 7일 조합장 유 모 씨가 사임 의사를 표시하자 같은 달 12일에 이사회를 열고 그의 사표를 수리, 대의원회의에서 조합장을 보궐 선임하기로 결의했다. 일주일 뒤(2010. 1.19) 열린 대의원회의에서 전임 조합장의 잔여 임기까지 김 모 씨를 조합장으로 보궐 선임하기로 하는 안건이 가결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조합 측이 조합장이 궐위됨에 따라 관련 규정에 따라 대의원회의를 개최, 김 씨를 보궐 선임했다”며 “위 결의가 무효라고 볼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해당 조합의 조합장이 존재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신청인들의 주장은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재판부는 구 씨 등에 의해 제기됐던 ‘대의원회의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2010카합111)’에 대해서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임기 중 궐위된 자를 보궐 선임하는 경우 대의원회의가 총회의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며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대의원회의에서 조합장을 보궐 선임하는 결의는 관계 법령 등에 따른 적법한 결의”라고 설명했다.
 
법원의 판단이 조합 집행부에 유리하게 내려지면서 비난의 화살은 임시총회를 발의한 구 씨 등에게 쏠리고 있다.
 
아현3구역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이 모 위원장은 “발의자 대표 구 모 씨는 조합 정관상 조합원 자격이 없다”며 “그런 자에 의해 첫 단추가 잘못 채워지는 바람에 조합원들만 골탕을 먹게 됐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조합은 물론 반대파 역시 정화(淨化) 작업을 통해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합원 Y씨는 “작년 임시총회 소집 전까지 분명 집행부가 아닌 (반대파) 조합원들에게 ‘명분’이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격도 능력도 없는 몇몇 인사들에 의한 미숙한 운영 탓에 조합 집행부의 저항이 힘을 얻게 됐다”고 비난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임원해임총회가 조합원들과 충분한 논의 없이 강행된 점을 들면서 “‘OS요원들을 동원해 졸속으로 치러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비대위 측은 “법원 판단과 상관없이 기존 집행부는 물러나야 하며 새로운 집행부를 구성해 하루빨리 사업을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합 정상화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법원에 의한 임시조합장 선임’을 꼽았다. 동시에 대다수 조합원들의 신뢰를 받는 인물이 새로운 집행부가 돼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위원장은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중단된 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뜻은 있었으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해 ‘새판 짜기’가 진행 중임을 암시했다.
 
하지만 새로운 집행부가 구성되더라도 기존에 아현3구역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아현3구역은 ▲조합원 자격이 없거나 청산 또는 해임 대상자인 자들에 의한 집행부 구성 ▲이들이 연루된 각종 비리 의혹과 전횡 ▲업계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철거비(3.3㎡당 23만 원) ▲집행된 소송비용(13억4381만 원ㆍ2009년)에 대한 결산보고서에 감사 직인이 없는 점 ▲인근 H고등학교의 과도한 신축비(86억 원) 논란 ▲전 조합장이 자신의 지인이 운영하는 R사와 수십억 원대 CM 용역 계약을 맺은 의혹 등의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 Y씨는 “H고 신축비만 하더라도 일각에서는 60억 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보고 있으나 현재 계획된 사업비가 이보다 30억 원가량 많다”며 거품이 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사 가운데 5명이 우리 구역에 단 하루도 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이 얽힌 자격 시비로 조합원 간 논쟁도 끊이질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입주자 모임 핵심 관계자가 조합 측과 ‘거래’를 통해 그동안 사용한 비용 관련 문제들을 해결한 뒤 청산하고 떠날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반대파 조합원 간 분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입주자 모임 측이 그동안 OS비용 등으로 지출한 금액은 1억8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져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연이은 패소로 성과가 없는 가운데 관련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입주자 모임 측이 조합 측과 협의해 이를 조합이 갚는 대신 자신들은 이곳에서 떠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조합원이 양분된 상황에서 반대파가 분열될 경우 아현3구역 재개발은 당분간 추진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승소한 조합 집행부 측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 ▲반대파가 전력을 재정비한 뒤 적법한 절차에 의해 다시 한 번 총회를 여는 것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더라도 조합원 간 화합을 통한 사업 추진만큼 사업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 방법은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