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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문1구역 재개발사업 ‘급제동’ 걸렸다: 조합설립인가 무효…백지동의서가 원인; 2010.06.24 13:43 입력 | 2010.06.24 22:14 수정

서울 도봉구 쌍문1구역 재개발 사업에 ‘빨간 불’이 켜졌다. 법원의 조합설립인가 무효 판결로 관리처분인가까지 무효가 돼 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이른바 ‘백지동의서’를 통해 조합을 설립했더라도 추후 동의서를 다시 걷으면 된다는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의 행정지침과 배치돼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법리를 제대로 따지지 못한 정부의 지침 때문에 상당수 조합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고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지난달 7일 쌍문1구역의 조합설립인가를 무효로 해 달라며 조합원 김 모 씨 등이 도봉구청장 등을 상대로 낸 소송(2009구합43208)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조합이 토지등소유자들로부터 받아 제출한 동의서에는 법적으로 꼭 기재돼야 하는 항목이 누락됐다”며 “이런 동의서로 받은 조합설립인가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로 재판부는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조합이 행정청으로서 지위를 취득하는 조합설립인가의 전제가 되는 점 ▲동의서 징구 당시 법정 사항이 탈루된 것은 동의서 외관상 명백한 점 ▲구청장은 동의서상 항목에 따라 필체가 다르고 동일인이 공란을 일관 수기로 기재한 정황에 비춰 사후 보충된 것으로 충분히 의심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꼽았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쌍문1구역 조합설립인가 처분의 위 같은 하자는 중대하고도 명백한 무효 사유가 된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무효 판결을 내렸다.
 
쌍문1구역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2007년 8월 구역 내 토지등소유자 182명 중 148명(81.32%)으로부터 동의서를 받아 관할 구청에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같은 해 10월 도봉구청장은 이를 승인했다.
 
하지만 추진위가 당시 징구한 동의서에는 ‘신축 건축물의 설계 개요’와 ‘건축물 철거 및 신축비용 개산액’ 등의 항목이 공란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추진위 측은 이 공란을 임의로 보충한 뒤 구청에 제출했다.
 
그 후 쌍문1구역 조합은 총회를 개최해 관리처분계획(안)을 의결했다(09. 2. 21). 약 3개월 뒤 조합은 의결된 계획의 인가를 신청했고(09. 5.20), 지난해 7월 구청장은 이를 인가ㆍ고시했다.
 
관리처분인가까지 나자 쌍문1구역 재개발 사업은 한마디로 ‘탄탄대로’였다. 그러나 조합원 김 모 씨 등이 조합 설립 동의서상의 하자를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하면서 삐거덕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조합은 지난해 초 하자를 보완하는 동의서를 새로 받아 제출했다. 이는 국토부의 지침에 근거를 둔 행위였다.
 
국토부는 지난 3월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조합설립 무효확인 소송’이 진행 중인 조합이 토지등소유자 3/4 이상 및 토지 면적의 1/2 이상의 토지 소유자로부터 관계 법령이 정한 새로운 양식의 조합 설립 동의서를 다시 징구해 제출할 경우 조합설립 변경인가를 내주도록 업무 지침을 하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러한 국토부 지침과 상반되는 판결을 내렸다. 잘못된 동의서로 받은 조합설립인가는 나중에 문제점을 보완했더라도 무효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동의서는 법정 사항이 탈루돼 무효이고 동의자 수 산정에서 제외돼야 하므로 결국 동의율은 0%”라며 “이 사건 인가 처분은 법정 사항이 탈루돼 효력이 없는 동의서에 기초해 이뤄진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쌍문1구역 관리처분계획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원고가 조합설립인가 처분이 무효인 이상 하자가 있는 조합이 수립한 관리처분계획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한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인 조합 측은 ▲지난해 2~3월 조합원 185명 중 151명으로부터 동의서를 보완하는 동의서를 새로 받은 점 ▲국토부 지침에 따라 변경인가를 신청해 인가를 받은 점 등으로 비춰 동의서상의 하자가 치유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와 같은 동의서 징구가 이 사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 이뤄진 데다 무효인 조합 설립 동의 이후에 조합이 새로운 동의서를 제출받았다 하더라도 하자의 치유나 보완이 아니라 별도의 조합 설립 동의서에 의한 새로운 동의로 봄이 상당하다”면서 “원고의 나머지 주장에 대해 살펴볼 필요 없이 관리처분계획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쌍문1구역 재개발 사업은 판결이 확정될 경우 전면 무효가 되고, 확정 전이라도 1심 판결을 근거로 집행정지(執行停止) 신청이 제기돼 받아들여질 경우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판결 이후 해당 조합 측은 2차례나 대의원회를 소집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쌍문1구역 조합 측의 상황은 승소한 김 씨와 그를 지지하는 조합원들, 유사한 소송을 제기한 타 사업장 조합원 등이 자축하고 있는 분위기와 맞물려 ‘수렁’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