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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2구역 시공사 선정 놓고 조합 따로 조합원 따로: 반대파 법인도 아닌데 시공사선정…제각각 사업진행에 ‘일촉즉발’ 위기; 2010.06.24 13:53 입력 | 2010.06.24 22:07 수정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사업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관할 구청의 인가까지 받은 조합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합 반대파를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기존 시공사가 위 절차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함으로써 되레 반대파의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민사 제21부는 아현2구역 시공사인 P사(社)가 제기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 및 현장설명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신청 주체가 해당 조합이 아닌 시공사이기 때문에 그 자격을 문제 삼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현2구역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애당초 조합과는 상관없는 신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파가 조합과 시공사 P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기각돼 자신들에게 법적 정당성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반대파인 ‘아현2구역 주민총회 소집 요청자 모임(주민모임)’의 대표 류 모 씨 등은 이를 놓고 자신들의 시공사 선정 절차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아래 사진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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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1. 주민모임 측이 배포한 안내문
 
현재 조합 측은 직접 가처분 신청을 해 법원의 심문 기일도 잡혀 있다고 밝혔다. 심문은 오는 22일 오후 2시 30분 서부지법에서 열린다(기사 작성 시점 2010. 6.18).
 

◆ 주민모임 입찰공고 ‘강행’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공사 재선정 움직임이 있어 왔으나 실질적으로 갈등이 불거진 것은 주민모임 측이 지난달 24일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면서부터다(아래 사진2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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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2. 아현2구역 주민총회 소집 요청자 모임 측이 내건 플래카드
 
조합 집행부에 불만을 품은 3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집행부와 별도로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조합을 배제한 채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선정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현2구역이 최초 사례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주민모임 측 움직임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던 조합도 주민모임 측이 지난 4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하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지난 4일 조합 명의로 입찰공고를 낸 것이다.
 
조합 측은 현 시공사인 P사가 워크아웃 중이라 조합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위와 같은 작업에 나선 것이라 밝히고 있다.
 
결국 반대파의 입찰공고가 도화선이 돼 갈등이 폭발하면서 하나의 사업 구역 안에서 2개의 주체에 의한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진행되는 ‘촌극’이 빚어진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모임 측은 “현 조합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지지를 잃고 자멸 중”이라면서 “주민모임이 주체가 되더라도 과반수의 조합원들이 모인 총회를 열어 시공사 변경 및 재선정, 정관 개정, 조합장 선출 등의 안건을 처리하면 이번 입찰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조합 관계자는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않은 주민모임 측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면서 “조합이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면 주민모임은 존재 근거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건설업계는 일단 양측의 추진 경과 등을 지켜보면서 입찰 참여 등을 신중하게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주민모임 측의 존재 및 활동 근거가 법적으로 불명확한 데다 상급심 판결이 나기 전까지 양측의 법정 공방이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현2구역 재건축 사업이 마포구 아현동 651번지 일대에 1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을 짓는 것으로 사업 규모가 3000억 원대에 달해 만약 주민모임의 총회 등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조합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각 건설사들로서는 훗날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는 부분을 피하기 위해 일단 추이를 살피다가 그에 걸맞은 쪽에 붙으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각자 현설 입찰 진행
소식통은 조합과 주민모임 측이 각자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현재 각각의 입찰 제안 및 시공사선정총회 개최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4일 개최됐던 주민모임 측 현장설명회(공고문 변경에 따른 서류 접수 결과 포함)에는 ▲계룡건설 ▲동부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 ▲현대엠코 등(이상 가나다순)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1일 열렸던 조합 측 현장설명회에는 ▲두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코오롱건설 ▲한진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엠코 ▲SK건설 등 8개 업체가 참가했다.
 
기존 시공사였던 P사는 입찰참여 제한조건(시공능력 평가순위 20위 이내,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업체 제외)에 막혀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모임 측은 “(조합의) 예상과 달리 양측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들의 면면이 비슷해 균형을 이룬 만큼 주민모임 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판단, 현재 입찰 제안 및 총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조합 측은 주민모임 측 주장을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조합 관계자는 “반대파의 현장설명회에 6개사가 참여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면서 “반면 조합은 참여한 업체의 확인증을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민모임 측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고자 했으나 도시재생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주민모임 대표 류 모 씨는 “인터뷰하고 싶지 않다”면서 “조합 측만 취재해서 알아서 쓰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사에 주민모임과 관련한 내용이 나올 경우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 위협하며 “앞으로 주민모임 측에 전화를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본보가 지난 3월 10일자 기사에서 자신들이 발의ㆍ개최한 임시총회에 대해 다루자 이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이후 인터뷰를 할 때 각종 자료까지 제공하는 등 협조를 아끼자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도시재생신문은 3월 24일 또다시 관련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2일자 기사에서 지난해 주민모임 측이 발의한 총회와 관련된 소송에서 패배했다는 내용을 보도하자 위와 같이 태도를 바꿨다. 그것도 모자라 지난번 기사에서 잘못된 부분을 알려 달라고 하자 “정족수가 잘못됐다”는 말만 되풀이한 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며 전화를 끊었다.
 

◆ 자격ㆍ절차 모두 부적법
6월 현재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심리 및 판단이 남아 있지만 관계 법령 등에 따르면 주민모임 측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 제18조는 ‘조합은 법인’이라 규정하며 동법 제20조 제1항에서 ‘조합은 다음 사항이 포함된 정관을 작성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중 ‘시공자의 선정 및 계약서에 포함될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시공사 선정 및 변경은 총회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으로 현행 도시정비법이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시공사선정총회는 당연히 ‘조합원 총회’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민모임 측이 ‘조합원 총회’가 아닌 ‘주민 총회’ 혹은 ‘임시총회’라는 이름으로 총회 개최를 예고하고 있어 이들의 주장에 힘이 실릴 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은다.
 
주민모임 측은 또 지난 4일 현장설명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당시 참가 업체를 포함해 11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참석증을 받은 경우에도 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모임 측은 오는 24일 입찰을 받는다.
 
그런데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기준’에 따르면 조합은 입찰일 20일 이전에 현장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 공고 역시 설명회 개최일 7일 전에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4일에 현장설명회가 열렸다면 20일 후인 24일이 입찰일이 돼야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주민모임 측 일정에 하자가 없다.
 
하지만 주민모임 측은 지난 8일 입찰공고를 변경했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 추가 접수를 받았다.
 
이에 조합 측은 종전 공고와 다른 조건으로 공고를 냈기 때문에 입찰 조건이 바뀐 만큼 입찰일도 변경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반대파가 적법한 절차를 무시한 채 입찰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게다가 현장설명회의 주체 역시 ‘조합’으로 명시돼 있다. 조합이 아닌 주민모임 측에는 현장설명회를 개최할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한가람법률사무소의 전영상 대표변호사는 “이 경우에는 입찰일도 연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관계 법령이 현장설명회부터 입찰일까지를 20일로 명시한 취지를 생각해 보면 건설사에게 입찰 조건 등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을 주기 위한 것인데 최초 공고 내용과 다른 내용으로 공고를 했으므로 변경 공고 후 20일 이후를 입찰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 과반수 확보가 관건?!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결국 승부는 선정 주체의 조합원 동원 능력에서 갈리게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총회 정족수인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하는 쪽의 입찰이 성사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자 조합과 주민모임 측은 서로 조합원 과반수를 확보했다며 맞서고 있다.
 
주민모임 측 관계자는 “900여 명의 조합원 중 300명의 동의를 얻어 입찰공고를 냈고 200여 명 이상의 부동 지지층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만큼 조합원 과반수 모집과 총회 진행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합 측은 “저들의 주장대로 정말 과반수의 조합원을 확보했다면 동의서라든지 내용증명 등을 제출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증거 제출을 요구하자 주민모임 대표인 류 모 씨는 수취를 거절했고 담당 변호사 역시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다수 조합원들은 총회와 같이 재산권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은 인가를 받은 조합이 수행해야 한다고 여기고 있다”며 “적법한 주체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만큼 조합 측에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주민모임 측은 19일 저녁 이곳 대표 류 모 씨와 조합장 이 모 씨가 참가하는 ‘끝장 토론’이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 측은 “조합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정해 놓고 공고한 것”이라며 “대다수 조합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이에 불참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진정 우리 구역의 앞날을 생각한다면 조합이 현재 추진 중인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내달 1일 입찰을 마감하는 대로 사업설명회를 열 것이며 계획대로 일정이 진행되면 다음 달 중순에는 시공사선정총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