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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2구역 “시공사선정 처음부터 제대로 하겠다”: 2010.07.07 12:03 입력 | 2010.07.07 20:23 수정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과 별도로 시공사를 뽑겠다고 나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던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지난 1일 아현2구역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이날 정오로 예정됐던 이곳의 시공사 입찰은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전(前) 조합장 등이 신청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절차 중지 가처분’이 법원에 의해 인용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로 예정됐던 아현2구역 시공사선정총회 역시 자연스레 연기됐다.
 
조합 측은 하자를 치유함과 동시에 그동안 논란이 됐던 조합장 이 모 씨의 조합원 자격 시비가 마무리된 만큼 그의 이름을 내걸고 제대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법원이 지적한 문제들을 사전에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우려가 현실로 됐지만 오히려 홀가분하게 하자를 치유하는 차원에서 조합장 이름을 내걸고 치밀한 검토를 거쳐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서부지법) 민사 제21부가 지난달 30일 내린 결정(2010카합953)에서 문제시했던 부분은 조합장 직무대행자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한 점이다.
 
재판부는 “조합장 직무대행자로 선임된 이 모 씨(조합원 자격 시비에 휘말렸던 이 씨와는 다른 인물)에게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할 권한이 없다”며 “채권자의 신청은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고 결정했다.
 
결정문에는 “민사집행법이 임시의 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은 권리관계에 다툼이 있는 경우 권리자가 당하는 위험을 제거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잠정적ㆍ임시적 조치”라며 “가처분 결정에 의해 단체 대표자의 직무를 대행하는 자를 선임하는 경우에 그 직무대행자는 단지 피대행자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는 임시 지위에 놓여 있음에 불과하다”고 명시돼 있다.
 
이어 “가처분 결정에 의해 선임된 직무대행자가 시공사 선정ㆍ변경 절차를 진행하는 행위는 기존에 이미 형성된 법률관계에 따른 업무를 집행하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행위”라며 “(이는) 이 직무대행의 통상 업무에 속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직무대행은 지난해 7월 서부지법의 가처분 결정으로 직무 집행이 정지된 조합장 이 모 씨를 대신해 지난 1년 가까이 조합을 이끌어 왔다. 아현2구역 조합은 직무대행 체제로 지난 6월 4일자 입찰공고를 냈고 이후 이에 따른 입찰 절차를 진행하면서 시공사선정총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법원 결정으로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된 조합이지만 그 표정은 그리 어둡지만은 않았다. 
 
조합 측은 이달 중 총회를 열고 8월에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지난달 말까지만해도 다소 급하게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는 인상을 줬던 모습과는 다소 동떨어진 셈.
 
이는 공공관리자제도 본격 시행에 앞서 운신의 폭을 넓히기 위해 시공사 선정 절차를 서둘렀지만 시공사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명시한 조항의 시행 시기가 10월로 연기된 만큼 더 이상 급하게 이를 처리할 필요가 없어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 관계자는 “공공관리자제도 때문에 7월 16일 이전에 시공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해 빠듯하게 일정을 소화해 왔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이제부터 차근차근 적법하게 시공사 선정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이 신청한 불법행위금지가처분 인용
반대파 입찰도 중지…임원해임총회 예고

 
본보가 지난호(2010. 6.23자 7면 참고)에서 지적한 ‘아현2구역 주민총회 소집 요청자 모임(주민모임)’ 측의 시공사 선정 절차의 부적법성이 법원에 의해서도 입증됐다.
 
서부지법 민사 제21부는 지난달 23일 아현2구역 조합 측이 신청한 ‘불법행위 금지 가처분(2010카합823)’에 대해 “채무자인 주민모임 대표 류 모 씨는 아현2구역 시공사 등의 선정을 위한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그가 시공사 등을 뽑겠다며 소집을 요구한 임시총회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류 씨는 지난 5월 14일 조합장 직무대행 등에게 자신이 조합원 301명을 대표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시공사인 P산업의 선정 취소 및 새로운 시공사 선정 등을 목적으로 하는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당시 아현2구역 조합 측은 류 씨에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규정하는 1/5 이상의 조합원들이 임시총회를 요구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총회 소집을 요구한 조합원들의 동의서를 제출해 달라고 통지했다. 조합은 이를 검토한 후 절차에 하자가 없을 경우 총회를 소집할 것이고 하자가 존재하거나 정당성이 없을 경우 이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류 씨는 조합 측이 요구한 동의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 오히려 류 씨는 같은 달 24일 입찰공고를 내면서 입찰 절차를 강행했다.
 
하지만 그의 부적법한 행위는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재판부는 “류 씨가 임시총회를 소집한 다음 그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등의 안건을 결의할 목적으로 입찰공고를 하고 그에 따른 입찰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류 씨를 비롯한 조합원들의 총회 소집 요구가 적법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류 씨는 조합으로부터 통지를 받았음에도 자신 외에 총회 소집 요구를 했다는 조합원 300명을 확인할 수 있는 명단이나 소집 요구서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심리 종결일 현재까지도 총회 소집을 요구한 조합원들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어 (그의) 임시총회 소집 요구가 적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령 조합원 301명이 총회 소집 요구를 적법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류 씨가 관계 법령이 정한 절차를 어겨 입찰공고를 냈던 점 등에 비춰 볼 때 그에게는 임시총회를 소집한 권한이 없다고 봤다.
 
총회 소집을 요구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조합장이 정당한 이유 없이 총회를 소집하지 않거나 감사가 지체 없이 소집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 공동 명의로 총회 소집을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류 씨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소집 요구일로부터 1개월도 지나지 않은 지난 5월 24일에 입찰공고를 냈다.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법원 결정으로 지난달 24일로 예정됐던 주민모임 측의 시공사 입찰 역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러자 이들은 조합 임원을 해임하겠다며 오는 11일 총회 개최를 예고했다.
 
주민모임 측은 또 지난달 30일 법원 결정을 놓고 “조합 측과 H사, S사 등이 짜고 진행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절차가 불법이라 가처분 인용 결정이 나왔다”면서 “조합 측이 진행하는 시공사 선정 절차는 불법이라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재생신문이 이미 지적했듯이 관계 법령이 정한 시공사 선정 주체는 법인인 조합이며 주민모임 측의 절차상 하자에 대해서는 법원도 결정문에 적시한 바 이들이 여전히 시공사 선정 강행 의지를 나타내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