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프로레슬링도 아니고 왜 ‘링’ 밖에서 난리?”

“프로레슬링도 아니고 왜 ‘링’ 밖에서 난리?”: 2010.08.17 18:31 입력 | 2010.08.19 23:48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둔촌주공 지명 안 된 건설사 물밑서 방해
“그라운드에 들어와 싸워라” 비판 거세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다 보면 링 밖에서 구경하던 선수가 링 안의 자기편 선수가 상대에게 밀리거나 패배 직전까지 갈 경우 느닷없이 경기에 끼어들어 상대편 선수를 공격하는 일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로 인해 승리를 놓치거나 심지어 역전패를 당하는 선수가 있는데 당사자와 그를 지지하는 관중들은 ‘반칙’ 운운하며 억울해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칙도 사실 미리 짜인 각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중들도 대부분 그것이 일종의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기에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것도 막대한 이권이 걸린 경쟁에서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쟁 질서를 무너뜨리고 참가자와 관계자 모두의 손해로 귀결되는 일이 국내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둔촌주공)에서 벌어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링’ 밖의 선수 ‘반칙공세’
지난달 24일 열린 둔촌주공 현장설명회에는 조합에 의해 지명된 34개 건설사 가운데 26개 업체가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하지만 현재 이곳의 상황은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 일부 조합원들이 입찰 방식 결정과 지명 과정 등에 문제가 있다며 공정성을 확보한 뒤 다시 시공자 선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조합으로서는 골머리를 썩을 수밖에 없기 때문.
 
현재 이곳 시공권 경쟁에서 한 발 앞서 있는 곳은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총 4개사로 구성된 현대사업단이다. 이 컨소시엄은 명칭 그대로 현대건설이 주축이 된 상태로 이들은 이곳 조합이 ‘평균 무상지분율 최소 160% 이상’이란 조건을 내건 뒤 다른 건설사들이 줄줄이 발을 뺀 상황에서도 사실상 유일하게 응찰해 일찌감치 조합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최근 지명에서조차 배제돼 사업 참여가 원천 봉쇄된 건설사들이 OS요원 등을 동원하며 단지 내에서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조합원들에 따르면 이들은 ‘삼성사업단’이라고 불리는 연합체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만약 여기에 참여한 업체들이 조합의 지명을 받은 뒤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로서 조합이 내세운 조건에 부합하는 등 하자가 없는 경우라면 별반 문제 될 게 없다. 홍보공영제가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시공권 경쟁에 나선 건설사가 개별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업계 ‘관행’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 건설사들 중 일부의 활동이 적합한 요건, 특히 시행자인 조합이 정한 룰(rule)에 전혀 상반되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삼성사업단에 속한 건설사들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 ▲SK건설 등 5곳이다. 이 가운데 조합에 의해 지명을 받고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는 포스코건설과 SK건설 단 2곳뿐으로, 나머지는 모두 이곳에서 활동할 자격이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둔촌주공 단지 내에는 ‘삼성사업단’이라 적힌 명함(사진 참고)을 들고 다니며 조합원들에게 ‘지금 상태로는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현대사업단에 맞설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식으로 홍보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성사업단의 명확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해 관계자들과 통화했으나 이들은 한결같이 “지금은 통화할 수 없다”라든지 “곤란하다” 등의 말을 하며 전화를 끊었다. 심지어 몇몇 관계자는 “내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경계하기도 해 대놓고 활동하기 어려운 이들의 처지를 대변했다.
 
다만 한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대의원회에서 업계 수위를 다투는 메이저사(社)들이 배제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현대사업단 측이 사전에 모종의 작업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이를 바로잡아야 할 조합마저 이렇다 할 행동(입찰 방식 변경 등)을 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힘겨운 싸움을 해 온 것”이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삼성사업단의 ‘물밑 작업’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과 다수의 조합원들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입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사업 주체인 조합을 상대로 따져야 하는 데다 문제를 제기하는 당사자가 조합원이라면 모를까 한때 시공권을 놓고 경쟁하던 업체가 스스로 사업에 불참해 놓고 이제 와서 뒤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반대파는 얼마 전 삼성사업단이 유력한 시공자로 떠오를 때 현재 현대사업단을 비방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로 시공자 선정을 반대했다”며 “반대를 위한 반대나 단순 의혹 제기 수준에서의 비난은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반대파 “유착” “허수” 주장
    전문가ㆍ조합관계자는 ‘글쎄’
이곳 조합원들의 모임으로서 조합과 대척점에 서 있는 ‘둔촌주공 바른 재건축(바른회)’ 측은 지난달 인터뷰 당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먼저 지난달 열린 대의원회에서 위 3개사가 지명조차 받지 못한 데 대해 “결과만 놓고 보면 ‘조합이 현대사업단을 밀어주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아무런 선정 기준도 없이 대의원들이 밀실에서 지명으로 정한 업체 선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바른회 관계자들은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26개사 중에서 현대사업단과 경쟁할 수 있는 업체가 있는가”라고 되물으며 “우리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경쟁 없는 경쟁’으로 전락한 상태”라고 역설했다.
 
이어 현대사업단이 사업 조건으로 제시한 무상지분율을 허수라고 비난하며 공정한 경쟁 없이 현대사업단의 독주가 이어져 최종 시공자로 선정될 경우 조합원들이 공사비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바른회 대표 신 모 씨는 “현대사업단이 내건 ‘164%’는 허수”라며 “상가 제척으로 당초 사업 구상과 내용이 달라진 데다 분양가 상한제 문제, 사업비 거품 등을 고려하면 실제로 보장받는 지분율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이 높은 현 시점에서는 아무리 높은 무상지분율을 제시하더라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라고 덧붙였다. S건설 관계자 역시 비슷한 논리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현대사업단 관계자는 “이곳 시공권 경쟁은 1-2위 업체 간 컨소시엄 구성만 금지됐을 뿐 사실상 ‘오픈(open)’된 상태였다”면서 “똑같이 사업성 분석을 한 뒤 그들은 ‘못 하겠다’며 빠진 것이고 우리는 ‘그래도 하자’고 해서 내린 결정인데 이제 와서 이러쿵저러쿵하며 우리를 비난하는 것에 대해 그들 스스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반박했다.
 
바른회 측은 또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공공관리자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공공의 관리를 받게 되면 지금과 달리 사업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빠른 사업 추진과 조합원 권익 극대화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공정성이 담보되는 시공자 선정 절차가 이뤄질 수 없다면 현 집행부가 주도하는 방식의 시공자 선정을 무산시켜 공공의 관리를 받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당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신뢰를 보내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 만난 조합원 L씨는 “현대사업단이 내세운 164%가 허수라면 바른회 측이 주장하는 170% 이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 숫자냐”고 반문하며 “바른회 측은 ‘둔촌주공의 분양 시기 등을 고려하면 그 시점에서는 집값이 오르기 때문에 지금보다 분양가가 높아질 것이고 그만큼 개발 이익이 커지므로 충분히 가능한 숫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말이 안 되기는 마찬가지”라는 의견을 내놨다.
 
업계 전문가 S씨는 ▲최근 재건축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는 데다 둔촌주공은 이른바 ‘강남 노른자위 아파트’가 아니라는 점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이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의 경우 최근 상황 등으로 미뤄 볼 때 향후 어떤 쪽으로든지 간에 완화 또는 폐지될 공산이 크다는 점 ▲현대사업단이 제시한 숫자는 믿지 못하면서 경쟁자인 삼성사업단에는 상대적으로 신뢰를 보내고 있는 편향성 시비 등을 이유로 들어 바른회의 주장을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 K씨 역시 “바른회가 ‘무상지분율 170% 이상’을 주장하며 내세우는 근거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고 혀를 찼다. 이 관계자는 “바른회 측은 과거 조합이 사업 설명회 때 제시한 예상 분양가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과 과거처럼 재건축이 더 이상 대박 신화를 꿈꾸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3.3㎡당 분양가가 3000만 원이 넘는다고 해도 170% 이상을 맞추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 씨 등은 여전히 자신들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의사를 표했고 일각에서 제기하는 삼성사업단 등과의 유착설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는 음해”라며 “바른회는 회원들과 독지가들의 후원으로 운영될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도 업체와의 유착과 같은 ‘검은 거래’의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 발목잡기, 조합 ‘죽을 맛’
둔촌주공이 지니는 상징성과 수조 원에 달하는 사업비 등을 고려했을 때 이곳에서 밀리면 기업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 데다 그로 인한 부정적 파급효과가 클 것이란 점에서 삼성사업단의 행동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라는 게 자문에 응한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서 반대파인 바른회가 전면에 서고 그 뒤에 이들을 지원하는 곳이 삼성사업단이라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바른회의 주장과 그 논거가 대체로 삼성사업단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더해진다.
 
여기에 상가 문제 등으로 현(現) 조합 집행부와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는 바른회로서는 시공자 선정을 일종의 전초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 밀려도 잃을 게 별로 없다. 이대로 시공자선정총회만 무산시킨 채 시간을 끌게 되면 자연스레 오는 10월부터 둔촌주공도 공공관리자제도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 조합으로서는 잃을 게 많다. 사실이든 아니든 조합이 현대사업단을 밀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시공자 선정이 미뤄지고 그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경우 지지자들 가운데 이탈하는 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는 반대파에게 조합 집행부 해임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어 조합으로서는 더욱 조급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근의 고덕주공2단지에서는 지난 5월 시공자선정총회가 무산된 이후 반대파 조합원들이 조합 임원 해임을 위한 임시총회를 발의ㆍ개최해 아직까지 이를 두고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삐거덕거리기 시작한 사업은 이후 4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이로 인한 조합원 피해는 말할 나위조차 없다.
 
현대사업단으로서도 공공관리자제도 적용을 받기 전에 시공자로 선정되지 못하면 잃을 게 조합 못지않다. 우선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입게 된다. 무대 위에 있던 주인공이 무대 밖에 있던 조연에게 배역을 빼앗기는 상황은 현대사업단으로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음으로 시공자 선정이 무산되고 이를 계기로 반대파가 득세해 조합이 심각한 내분에 휩싸일 경우 지금까지 (현대사업단을) 지지해 온 조합원들을 잃게 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지난달 3일 시공자선정총회에 직접 참석한 3000명가량을 모두 조합 지지자로 치부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해도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 대부분이 조합을 지지하고 있고 현 조합 체제가 무너질 경우 이들이 새로운 집행부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지금까지 조합이 주최한 총회에는 정기적으로 수천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반면 반대파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바른회’는 카페 회원 수가 2000명을 넘는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들이 주도한 모임에 그 정도의 인원이 모였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 조합원은 “조합이 그릇된 방향으로 사업을 끌고 간다거나 큰 잘못이 있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합원들로부터 대리권을 위임받은 조합이 주도해 사업을 끌고 가는 게 맞다”면서 “추측과 의혹만 가지고 사업을 지연시키려는 의도에 찬성할 수 없고 그러한 사람들에게는 앞으로도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 H씨도 “(둔촌주공에는) 다른 사업장과 달리 아직까지 조합 집행부의 심각한 비리 등 위법행위가 눈에 띄질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물증 없이 심증만으로 집행부를 음해하며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사업을 방해하려고만 한다면 그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른회를 비롯한 반대파들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며 “이대로 간다면 둔촌주공이 ‘제2의 가락시영(송파구 가락동)’이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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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신문이 입수한 ‘삼성사업단’ 명함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