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정비업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개편에 ‘술렁’

정비업계 ‘한 지붕 두 가족’ 체제개편에 ‘술렁’: ‘대한정비사업전문관리업중앙협회’ 출범 예고; 2010.05.11 15:23 입력 | 2010.05.12 16:50 수정

정비업계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의 협회 개편을 예고하면서 술렁이고 있다.
 
가칭 ‘사단법인 대한정비사업전문관리업중앙협회(이하 대정협)’의 출범 움직임 속에 현재까지 100여 개의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기존 정비업협회인 ‘사단법인 한국도시정비전문관리협회(이하 한정협)’에 맞서는 형국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양측은 현재까지 뚜렷한 통합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어 업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내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업계 우려에 대해 윤도선 한정협 회장은 지난 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개정돼 50개 이상의 업체만 모이면 누구든지 협회를 구성할 수 있다”며 “법을 근거로 만들겠다는 데 거기에 대해 (내가)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회장은 “지난 수년간 한정협이 중심이 돼 업계 선진화 문제 등을 다뤄 왔다”며 “이를 놓고 ‘기득권’ 운운하며 그동안의 ‘공(功)’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는 사람들에게 ‘당신들은 그동안 업계 발전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라고 되묻고 싶다”고 말해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이와 달리 대정협 출범을 주도하고 있는 최종근 (주)피닉스CMC 회장은 지난달 29일 기자와 만나 “기존 협회가 독선적으로 운영돼 회원사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면서 “때마침 새로운 법이 시행돼 명분과 시기 등이 맞물려 새로운 협회의 출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내부의 다툼으로 비춰지는 현 상황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윤 회장, 최 회장 등 업계를 선도하는 정비업체 대표 30여 명이 지난달 말 대책 회의를 열고 서로의 의견을 수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 50개 업체 발기로 협회설립 가능
대정협 출범의 결정적 근거는 지난 3월 국회에서 통과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다. 개정된 법에는 ‘각 시도(市道)에 등록된 정비업체 대표는 누구나 업체 (대표) 50인 이상을 발기인으로 해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구체적으로 제74조의 4 제1항은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전문화와 정비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단체(이하 협회)를 설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조 제4항은 ‘협회를 설립하고자 할 때 회원의 자격이 있는 50인 이상을 발기인으로 해 정관을 작성한 후 창립총회 의결을 거쳐 국토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돼 있다.
 

◆ 사실상 ‘법정화 완성’ 규정
한편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사실상 정비업협회 법정화의 ‘완성’을 규정함에 따라 한정협과 대정협의 통합 논의도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하지만 양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통합을 논의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개정된 도시정비법 제83조 제2항에는 ‘국토부 장관, 시ㆍ도시사, 시장ㆍ군수는 법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무를 협회 등에 위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무는 ▲제74조의2에 따른 교육의 실시 ▲제74조의3에 따른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정보종합체계의 구축ㆍ운영 등이다.
 
문제는 이러한 위탁 사업에 대해 업계가 상당한 ‘이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내부에는 이들 위탁 사업이 협회의 요긴한 수익원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하는 관계자들이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국토부가 이 사업을 복수의 단체에게 나눠주진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역으로 말하면 사업을 위탁받는 협회가 국토부가 인정하는 유일한 법정화 단체가 된다는 얘기다.
 

◆ 통합 논의 ‘난항’…업계 분열 우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기존 협회인 한정협과 새롭게 출범하는 대정협의 통합 논의가 자연스럽게 불거졌다. 양측이 통합을 해야 업계의 분열도 막고 위탁 사업 유치를 놓고 벌어지는 ‘이전투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게 주된 논거다.
 
하지만 한정협과 대정협의 처지가 상극인 만큼 통합 논의는 시작부터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윤도선 한정협 회장은 “누구나 협회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단체의 복수화는 업계의 분열을 초래하고 결국 발전마저 저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본대위(한정협)와 비대위(정대협)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협회(한정협)의 문호는 언제나 개방돼 있는데 이 범위 밖에서 통합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정대협 출범과 한정협과의 통합 논의 자체도 ‘부끄러운 일’이라며 업계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 회장 자신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왔던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선진화 방안’과 ‘협회 법정화 완성’ 사업 등이 개정된 도시정비법과 맥을 같이하는 상황에서 후발 주자인 대정협이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위탁 사업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윤 회장은 “국토부 위탁 사업에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하지만 복수의 단체가 이를 놓고 ‘이전투구’를 벌여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면 이는 협회(한정협) 차원을 넘어선 업계 전체의 손해”라고 피력했다.
 
반면 최종근 (주)피닉스CMC 회장은 “대정협은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한정협의 한계를 극복, 회원사의 권익 보호와 산적한 업계 현안 해결을 위해 설립되는 것”이라며 “업계의 분열은 원하지 않지만 이러한 취지로 설립되는 대정협이 기존 협회 밑으로 들어가는 식의 통합은 논의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양측이 ‘동상이몽’을 꾸는 상황에서 몇몇 업계 관계자들은 협회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예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업체 대표 A씨는 “대정협의 출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다만 한정협과 대정협이 통합을 이루지 못하고 대립한다면 우리 회사는 지금과 같이 어느 협회에도 속하지 않은 채 묵묵히 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 B씨도 “새로운 협회 가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기존 협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선뜻 나서기 어렵다”며 “차라리 이 기회에 양측을 통합해 아예 ‘환골탈태’한 단일 협회를 만드는 게 나을 듯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L씨는 “대정협을 출범시키기보다는 기존 협회와 여기에 가입하지 않은 업체들을 최대한 참여시킨 뒤 선거 등을 통해 협회 구성을 새롭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한정협 윤도선 회장이 기사회를 원치 않아 부득이하게 최종근 회장의 인터뷰만 싣게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인터뷰/ 최종근 회장
“업계 발전 위해 ‘씨앗’ 뿌리는 역할에 만족”

 
최종근 회장은 “오랫동안 업계를 이끌어 오면서 ‘기득권’을 쌓은 한정협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재까지 100여 개 업체가 참여하겠다고 밝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정협에 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 대부분은 그 규모 등에 있어 결코 미미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등록 정비업체는 전국적으로 4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수도권과 지방에 각각 250개와 200개가 있는데, 이 가운데 1개 이상의 정비구역에서 행정 용역을 맡고 있는 업체는 100~15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중 한정협에 속해 있는 회원사(약 40개ㆍ총 회원사 약 80개) 일부와 나머지 업체가 대정협에 가입한다면 정비업계는 순식간에 2개의 거대 협회를 중심으로 나뉘게 된다.
 
최 회장은 발기문에서 “정비사업전문관리업의 전문화와 정비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협회를 설립한다”며 설립 취지를 밝히고 인터뷰를 통해 “업체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기존 협회와의 상호 견제와 경쟁을 통한 업계 전체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이 대정협 출범의 목표 중 하나”라며 당위성을 피력했다.
 
발기문에 따르면, 대정협의 업무는 ▲정비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조사ㆍ연구 ▲회원의 상호 협력 증진을 위한 업무 ▲정비사업 전문관리 기술ㆍ인력 및 업계 종사자의 자질 향상을 위한 교육ㆍ연수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와 정비사업의 투명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 세미나 개최 등을 포괄한다.
 
최 회장은 “교수를 초빙해 연구원으로 위촉,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협회 정관을 만들고 있다”며 “향후 주무부처인 국토부의 검토를 거쳐야겠지만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해 회원사의 권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도출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한정협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정협 출범을 주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듯하다.
 
(한정협 출신인 자신이 대정협 출범을 주도하는 것이) 자칫 ‘제 얼굴에 침을 뱉는’ 격이란 점을 알고 있다. 대정협 출범의 당위성을 폄훼하려는 사람들은 ‘(한정협) 안에 있을 때 뭐하고 이제 와서 새로운 협회를 만들려는 거냐’라며 비난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 체면만 생각해서 한정협 체제 하의 업계가 처한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곳에 있었기 때문에 한정협 내부의 문제와 한계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오죽하면 ‘친정’과도 같은 한정협에서 나와 대정협을 출범하려고 하겠는가.
 
기존 협회는 그 구성 자체가 폐쇄적이다. 구조가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내부 인사들 사이에 기득권이 생기고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정협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중대형 업체들이 한정협 가입을 꺼리는 주된 이유다.
 
나는 오래 전부터 이러한 상황을 직시해 그 해결 방안을 고민해 왔다. 중대형 업체들의 참여 없이 중소 업체 위주로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가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궁극적으로 업계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 협회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뼈를 깎는 듯한 심정으로 대정협을 설립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협회장) 자리에 욕심이 있기 때문에 대정협 설립을 주도한다고 주장한다.
 
자리에 욕심을 낼 나이가 아니지 않는가. 자리에 연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업계 발전을 위해 ‘씨앗’을 뿌리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것이 업계 전체의 이익이 되는 것이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업계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과 달리 몇몇 사람들은 끝까지 오해를 할 것이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 업계 관계자들의 신망이 두터운 분을 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대정협 설립 취지만 살릴 수 있다면 ‘백의종군’할 준비가 돼 있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은?
 
지난달 발기문을 보낸 뒤 2주 만에 대형업체인 (주)한미파슨스 등을 비롯해 40명 이상의 중견 업체 대표들이 대정협 설립 취지에 적극 공감하고 발기인으로 동참했다.
 
현재 정관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데 추후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아직까지 방문하지 못한 업체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스킨십을 통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ㆍ수렴, 보다 많은 업체들이 대정협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그 문호를 넓히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한정협과의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할 듯하다.
 
대정협은 설립 취지 자체가 기존 한정협이 할 수 없는 것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정식 출범 전부터 업계의 관심이 높다.
 
하지만 업무 내용이 기존 협회와 다를 바 없다면 출범 당위성을 알리는 데 부족할 것이란 생각도 든다. 그래서 고민을 해 봤는데 현재 업계에서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업체 종사자들의 ‘전문성’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향후 새로운 협회의 중점 사업으로 업계 관계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교육에 무게중심을 둬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 연구소를 부설해 업계 권익 증대를 위한 연구 수행 및 세미나 개최 등도 비중 있게 수행할 생각이다. 나아가 이러한 계획들을 현실화시키는 데 건설사들의 도움이 절실한 만큼 이들을 설득하고 참여시키는 데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