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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背水陣)이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이유: 2009.12.03 10:48 입력 | 2009.12.11 07:39 수정

김용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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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인천시 동구 화수동 소재 「사업유형유보구역」의 고상겸추진위원장(가칭. 이하 존칭생략)을 만났습니다. 그 때 고상겸위원장은 시(市)가 주민들의 민원(民願)을 받아들여 해당 구역을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서 사업유형유보구역으로 변경하였기 때문에 주민들이 일치단결만 하면 ‘재개발사업이 가능할 것’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필자가 판단한 주변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습니다. 수 년 동안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공영주차장, 쌈지공원 조성 및 도로확장 등의 사업비로 (인근구역 포함) 217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집행되었습니다. 
 
기왕의 예산 집행과 사업진행이 (공직사회의 체질상) 해당 구역을 재개발사업으로 변경해 준다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가칭)추진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던 인사들이 모 정비업체와 결탁하여 제2추진위원회를 발족하여 구역내에는 2개의 추진위원회가 극심한 대립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상겸위원장은 안팎으로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서울 등 타 지역에서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를 일반 재개발사업지구로 전환하여 성공한 사례가 있다는 전례(前例)와 뚝심 하나로 사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2009년 11월 30일. 드디어 칠순(七旬)의 고상겸위원장은 구청으로부터 조합설립인가필증을 받아 들었습니다. 영감(靈感)과 뚝심, 그리고 신념이 기적(?)같은 재개발의 역사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필자는 고상겸위원장(지금은 조합장)의 사업추진과정을 지켜보면서 장애를 만날 때마다 우회하지 않고 배수진을 치고 돌파하던 그의 뚝심을 생각하게 됩니다.
 
진나라가 망하고 항우와 천하의 패권을 다투던 한고조 유방은 서한3걸이 있었기에 천하통일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서한3걸이란, 천리 밖의 싸움을 승리로 이끄는 능력을 가진 책략가 장량. (유방이 전장을 누빌 때) 후방을 정치적으로 안정시키고 군량 및 물자의 원활한 보급업무를 수행한 정치가 소하. 그리고 유방의 견제속에서 오합지졸을 이끌고도 탁월한 심리전으로 북쪽의 연나라 지역을 평정하고 동남방 제나라 지역마저 기습하여 격파했을 뿐 아니라 남쪽으로는 항우 휘하의 맹장 용저가 이끄는 20만 대군을 제압하여 항우의 기염을 잠재운 대장군 한신. 이들 서한3걸이 없었다면 유방의 천하통일은 불가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한신은 항우, 유방과 함께 천하를 3분하여 다툴 수 있었던 큰 인물이었습니다.
 
위 한신이 장이와 함께 유방이 빼가고 남은 오합지졸 수만명을 이끌고 동쪽으로 진격하여 20만 대군의 조나라 진여를 정벌할 때의 일입니다. 한신은 병사 1만 명을 선발부대로 앞세우고 조나라 군대가 잘 보이는 지점에 멈추어 병법의 원리와는 정반대로 강을 등지고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조나라 군사들은 고지에 앉아 배수진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며 비웃었습니다. 해가 동녘에 뜨자 한신은 대장군의 깃발을 앞세우고 북소리를 내면서 정형 협곡으로 들어섰습니다. 
 
대장군이 전군을 이끌고 도전하자 조나라 군대는 성문을 열어젖히고 뛰어 나와 응전했습니다. 치열한 백병전이 한참 진행되었습니다. 한신과 장이는 슬그머니 대장군 깃발을 내던지고 후퇴하여 배수진지로 퇴각하였습니다. 
조나라 군대는 진지 앞까지 추적하여 또 한 차례 치열한 백병전이 진행되었습니다. 조나라 군대는 (한신이 예상한대로) 요새를 텅 비우다시피 하고 몰려나와 대장군 깃발과 전고를 서로 낚아 챘으며, 한신과 장이의 목을 따려고 광분하였습니다. 
 
그러나 한신과 장이는 이미 배수진지로 퇴각한 뒤 죽자 살자 방어했기 때문에 쉽게 밀리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한신이 밀파한 기병 2천여 명이 슬그머니 산등성이를 돌아나와 조나라 성벽을 타고 올라 성벽에 꽂힌 조나라 깃발을 모두 뽑고 그 자리에 한나라의 붉은 깃발을 박아 놓았습니다. 
아무리 공격해도 배수진지가 쉽게 함락되지 않고 한신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 없으므로 요새로 귀환하려고 조나라 군사들이 뒤를 돌아 보는 순간. 아뿔사! 성벽에는 온통 한나라의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순간 이미 요새가 한신의 군대에 함락당했다고 생각한 조나라 군대는 투지를 잃고 대열을 이탈하여 도주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조나라 왕 조헐은 이 전투에서 생포되었습니다.
 
한신의 장군들은 휘하 병사들이 거둔 적군의 목과 포로의 숫자를 보고하면서 전승을 서로 축하하였습니다. 이어서 한신에게 물었습니다. “병법에서 진을 칠 때는 우측과 등 쪽은 구릉을 택하고 좌측과 앞쪽은 강이나 연못을 택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대장군께서는 저희들에게 그 반대로 강물을 등지고 진을 치도록 명하셨습니다. 배수진은 어떤 전법입니까?” 
 
이 때 한신 왈(曰). “병법에 이런 말이 있소. ‘사지로 내 몰아야 살려고 버둥거리고, 죽을 각오를 해야 살아난다.’ 생각들 해 보시오. 내가 평소에 사병들을 직접 훈련을 시킨 것도 아니고 밥 한 끼 함께 먹으며 전략을 가르진 적도 없소. 오합지졸을 몰고 전쟁을 하는 것인데 사지로 내몰아서 죽자 살자 싸우게 하지 않으면 다 들 도망갈 궁리만 할 텐데 통솔이 되겠소? 그 게 오늘 약한 군대를 데리고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었던 이유(理由)라오.” 장군들은 모두 감탄하였습니다.
 
3년 전 고상겸위원장(지금의 고상겸조합장)을 둘러싸고 있었던 주위 환경은 한신의 말대로 배수진을 칠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업유형유보 상태인 구역을 재개발구역으로 변경하는데 부담을 느낀 건교부(국토부)와 시, 구청은 갖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하였습니다. 특히 기 투입자금 217억원의 부담 주체와 부담시기, 그리고 부담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은 누구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難題)였습니다. 
 
그리고 추진위설립동의서 징구에 주도권을 빼앗겼다고 판단한 제2추진위(가칭) 관계자들의 끈질긴 방해는 아예 ‘재개발을 무산시키자’는 식이었고, 동네일에 앞장서야 할 통장단(統長團)의 전폭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고상겸위원장은 정비업체 임원을 앞세워 건교부(국토부), 시청, 구청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화수화평구역에 대한 재개발사업의 당위성을 설득, 결국 건교부(국토부)로부터 ‘기 투입자금 상당의 기부채납을 조건으로 사업유형을 재개발로 변경할 수 있다.’는 사상초유의 유권해석을 받아내 같은 조건의 전국 20여 개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에 재개발사업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전해줬습니다. 
 
이제 조합설립에 성공함으로써 고상겸조합장은 사업의 반환점을 막 돌았습니다. 재개발이 아예 불가능한 극한 상황을 극복하고 조합을 설립해 낸 고상겸조합장의 뚝심과 업무 추진력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2014년 아시안게임 전 신축아파트 입주, 동인천역 연계 재개발, 최고의 재정착률 제고라는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해 놓고 새롭게 도전하는 고상겸조합장. 님의 열정과 청렴한 사업추진에 단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을 것임을 필자는 확신합니다. 
김용석 편집위원(<A href="mailto:jskys1112@hanmail.net">jskys1112@hanmail.ne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