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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판결소개 및 평석: 서울행정법원 2009. 12. 4. 선고 2009구합11973 판결; 2010.01.10 23:14 입력 | 2010.01.10 23:47 수정

김학성 변호사(법무법인 정률)

1. 판결의 소개
동 판결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조합설립동의서의 하자에 따른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는 판결인데, 이는 조합설립무효와 관련한 사건이 민사소송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소송의 대상이라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후 조합설립동의서의 하자가 있는 경우 이에 따른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는 첫 행정법원의 판결로 보인다.
이하에서는 위 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간략히 살펴보고 행정법원 판결의 내용 및 의미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2. 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 요지
가. 동 판결에서 대법원은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의 법적성격에 대하여 관할 행정청의 감독 아래 정비구역 안에서 도시정비법상의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하는 목적 범위 내에서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행정작용을 행하는 행정주체로서의 지위를 갖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바, 물론 재개발정비사업조합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나. 그리고 조합설립인가처분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조합설립인가처분은 단순히 사인들의 조합설립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령상 요건을 갖출 경우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행정주체(공법인)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일종의 설권적 처분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조합설립결의와 조합설립인가처분과의 관계에 관하여 조합설립결의는 조합설립인가처분이라는 행정처분을 하는 데 필요한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조합설립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방법에 관하여 조합설립결의에 하자가 있다면 그 하자를 이유로 직접 항고소송의 방법으로 조합설립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런데 아래에서 살펴볼 행정법원 판결은 위와 같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조합설립동의서의 하자가 있는 경우 이에 따른 조합설립인가는 무효라고 판시하고 있는 것이다.
 

3. 서울행정법원 2009. 12. 4. 선고 2009구합11973 판결
가. 사실관계
이 사건의 대상이 되는 조합설립인가는 2007. 1. 25.에 있었고 그 후 조합이 2007. 10. 24. 사업시행인가 및 2008. 12. 31.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상태에서, 조합이 정한 분양신청기간 내에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들을 현금청산대상자로 정하였고, 이에 대해 현금청산대상자로 된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조합설립의 무효 등을 원인으로 관리처분계획의 무효를 주장한 사건이다.
나. 판결요지
(1) 조합설립동의서상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기재 정도
조합설립인가를 위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는 건축물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의 개략적인 금액과 함께 그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이 기재된 동의서에 동의를 받는 방법에 의하는바{구 도시정비법 제16조 제1항, 제5항, 같은 법 시행령(2008. 12. 17. 대통령령 제211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6조 제1항 제2호, 제3호}, 여기서 말하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은 재개발사업구역 내 토지 등 소유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투입하여 신축된 건물 중 어느 정도 규모의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기초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재개발사업에 참가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사항으로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누락된 동의서는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고 이를 기초로 한 조합의 설립인가는 위법하다고 할 것이다. 
다만, 구 도시정비법 제11조 제1항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시공사를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조합설립인가시까지는 공사비를 확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 진행 과정에서 설계가 변경되거나 비용이 증가되는 등의 이유로 비용분담 및 소유권 귀속에 일부 변경이 있거나 좀 더 구체화되어 수정될 수 있는 등 조합설립 당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 등을 구체화하기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조합설립에 대한 동의 당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확정하는 대신 대강의 분담액 또는 산출기준으로 대신할 수 있다 할 것이나, 이러한 경우의 분담액 또는 산출기준도 사업 실행 단계에서 다시 비용 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또는 장차 사업에 참가할 경우에 그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는 구체적이어야 할 것이다.
(2) 건설교통부 고시 조합설립동의서의 하자
그리고 행정법원 판결에서는 건설교통부장관 고시 2006-330호에 따른 조합설립동의서 서식에 기초한 조합설립동의서가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하자가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이 사건 동의서에는 신축건축물의 설계 개요로서 대지와 건축연면적, 층수와 철거비와 신축비, 기타 사업비용의 액수가 기재되어 있고, 비용분담에 관하여 피고 조합 정관에서 정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렇지만, 피고 조합 정관에는 비용부담에 관한 결정권한이 총회에 있음을 정하고, 정비사업비의 조달원천과 조합원에게 정비사업비를 부과하는 절차와 징수방법에 관하여 정하고 있으나, 비용을 분담하는 기준에 관해서는 “추후 사업시행구역 안의 토지 및 건축물 등의 위치･면적･이용상황･환경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공평하게 금액을 조정하여야 한다”라는 추상적이고 지극히 당연한 내용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토지등소유자들이 재개발사업에 참가하는 경우 분담하게 될 비용이 어떻게 산정되는지에 관한 정보를 기초로 이 사건 사업에 대한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없고, 위 내용만으로는 재개발사업의 실행단계에서 다시 비용의 분담에 관한 합의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거나 재개발사업에 참가하는 경우 그 비용의 분담을 예측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기 어렵다.
(3) 조합설립인가의 무효
따라서 이 사건 동의서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이 누락되어 구 도시정비법 시행령 소정의 동의서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이 무효인 동의서를 기초로 한 피고 조합의 설립인가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동의서와 피고 조합 정관에 비용분담을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추어 그와 같은 하자는 명백하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 조합의 설립인가는 무효이다.
 

4. 행정법원 판결의 의미
가. 조합설립무효와 관련한 사건이 민사소송의 대상이 아니라 행정소송의 대상이라는 대법원판결(대법원 2009. 9. 24. 선고 2008다60568 판결)이 있은 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서 조합설립인가 무효 소송의 향방에 대하여 관심이 집중되어 왔다.
특히 행정처분의 무효와 관련하여 통설과 판례가 이른바 중대명백설을 취하여 행정처분이 무효가 되려면 그 하자가 중대한 법규위반일 뿐 아니라 외관상 명백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및 종전에 기본행위로서 조합설립행위와 이같은 기본행위에 대한 보충행위로서 인가행위를 구분해왔던 것이 실무관행이었다는 점에서,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조합설립동의서의 하자로 인해 조합설립인가에 대해 무효판결이 내려질 것인지가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이 행정법원 판결에서는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조합설립동의서는 동의서로서의 효력이 없고, 무효인 동의서를 기초로 한 조합의 설립인가에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것이고, 그 하자는 명백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나. 물론 동 판결은 하급심 판결이므로 상급심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에 대해서는 속단할 수 없고 같은 행정법원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재판부에서는 다르게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 이 사안과 관련한 서울 행정법원의 선도적인 판결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다. 특히 위 사안에서 조합에서는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자 관리처분계획인가 후 조합원들로부터 전체 조합원의 80.14%로부터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피고조합의 설립, 이 사건 사업의 사업시행계획 및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의 내용”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받아 조합 설립 인가 및 관리처분계획 수립에 관한 하자가 치유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해 행정법원은 “재개발조합설립에 관한 동의 당시 비용의 분담에 관한 사항을 정하지 않고 사업실행단계에서 조합원총회가 이에 관하여 결의하는 경우(새로이 동의서를 징구하는 경우에도 같다)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조합원들간의 형평을 보장하기 위하여 조합설립시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에 관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다만, 이 경우 조합원총회 결의 또는 새로운 동의서 징구 당시 법에 의하여 요구되는 동의에 관한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고 할 것이다), 이 경우 최초 조합설립 동의에 존재하던 하자는 치유되어 그때부터 유효하게 되거나 그때 새로운 동의가 있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98. 6. 26. 선고 98다15996 판결, 2005. 4. 21. 선고 2003다496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할 것이므로, 비록 피고 조합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수립 후 이 사건 사후 동의서를 다시 제출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 조합의 설립인가가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되어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또한 소급적으로 적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였다.
이같은 판결에 의하면 새로운 조합설립동의서가 있는 경우 조합설립동의서는 그때부터 유효하게 되는 것이지 조합설립인가가 소급적으로 유효하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이같은 경우 조합으로서는 조합설립인가를 새로이 받고 관리처분계획역시 새로이 수립하여 그에 대한 인가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라. 결국 위 행정법원 판결에 의하면 종전의 건설교통부 고시에 따른 비용분담에 관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조합설립동의서는 조합설립인가의 무효사유가 되고, 새로이 조합설립동의서를 징구하여 그 하자를 치유한다고 하더라도 그 효력은 그 때부터 발생하기 때문에 종전의 조합설립인가의 하자가 소급적으로 치유될 수도 없는 것이라는 취지이기 때문에 조합들로서는 새로운 조합설립인가 및 후속조치들을 적법하게 다시 진행하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5. 참고판결(서울행정법원 2009. 12. 11.선고 2009구합21215 판결)
가. 이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은 2009. 12. 11. 선고 2009구합21215 조합설립인가 무효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조합설립인가가 유효하다는 판결을 하고 있는 바, 동 사건과 앞서 살펴본 서울행정법원 2009구합11973 판결의 사안의 차이는 2009구합21215사건의 경우 조합설립동의서에 다음과 같은 분담금 산정기준이 정하여져 있다는 점 및 동의서의 동의내용으로 포함되어 있는 사업계획동의서의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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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율 = 분양 총 수입 - 총 지출(공사비 및 총 사업 제 경비)/사업구역 내 전체조합원의 현 소유 토지 및 건축물의 총 평가액

･ 조합원 분담금 = 분양받을 아파트의 분양금액 - (당해) 조합원의 권리 지분
･ 조합원 권리 지분 = 종전 소유 토지 및 건축물가액(소유자별 감정평가액) × 비례율
･ 상가 등 소유조합원의 분담금 산정 - 상가 구분소유자의 분담금 산정은 별도의 관리처분계획에 따름</TD></TR></TBODY></TABLE>
나. 따라서 이같은 최근에 선고된 서울행정법원 판결들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향후 종전의 건설교통부 고시내용에 따라 분담금 산정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조합설립동의서의 경우 조합설립인가가 무효라는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반면에, 조합설립동의서에 최소한의 분담금 산정기준이 정해져있는 경우에는 그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