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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왕십리1-5 착공 앞두고 “이게 웬 날벼락?”: 2010.07.20 11:53 입력 | 2010.07.20 13: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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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법, 관리처분총회 결의 효력ㆍ집행정지 결정
 
관리처분인가를 눈앞에 뒀던 재개발 사업장이 관리처분총회 결의의 효력이 정지되는 ‘날벼락’을 맞았다. 
 
13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1-5구역 재개발 조합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 제21부는 지난달 16일 이곳 관리처분총회의 결의의 효력과 집행을 정지시키는 결정(2010카합1129)을 내렸다.
 
재판부는 “채무자(조합)의 2008년 6월 27일자 총회의 안건 중 ‘시공자 선정 및 확정의 건’과 2009년 9월 29일자 총회(관리처분총회)의 1~3호 안건에 대한 결의는 각 결의 무효 확인의 소 등 본안 판결 확정시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판시했다. 지난해 총회의 각 안건은 ▲제1호 ‘시공자 도급계약 결의의 건’ ▲제2호 ‘관리처분계획 결의의 건’ ▲제3호 ‘관리처분계획 변경 결의의 건’ 등이다.
 
하왕십리1-5구역 조합은 지난 1월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한 뒤 인가 처분 이후의 사업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준비에 매진해 왔으나 이번 법원 결정으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시공자 선정~관리처분총회
조합은 추진위원회(추진위) 시절인 지난 2006년 5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내면서 ▲참여 방식은 도급제 및 일반경쟁입찰(컨소시엄 불가)로 ▲참여 자격은 2005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5위 이내 건설사로 하고 ▲입찰 서류 제출 마감일은 현장설명회에서 통보하되 설명회에 불참 시 사업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을 명시했다.
 
같은 달 29일 참여 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2개사만이 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2일 입찰 마감 당시에는 GS건설만이 하왕십리1-5구역의 공동시행자 겸 시공자로 단독 입찰했다.
 
추진위는 그해 6월 16일 주민총회를 열고 제1호 안건으로 ‘시공자(공동시행사) 선정의 건’을 상정한 뒤 찬반 투표를 통해 GS건설을 최종 낙점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곳 추진위의 행보에는 거침이 없었다. 이듬해(2007년) 8월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08년 3월에는 사업시행인가를 받는 등 관리처분 단계를 향해 차근차근 필요 절차를 밟아 나갔다. 그해 6월에는 정기총회를 열고 제2호 안건으로 ‘시공자 선정의 건’을, 지난해 9월에 정기총회에서는 위 3개 안건을 상정ㆍ결의했다.
 
한때 조합(원)과 시공자 사이에 공사비 인하 문제를 놓고 잡음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비교적 순조롭게 관리처분인가 전까지의 과정을 마무리한 셈이다. 조합은 지난 5월 조합원들에게 이주 기간 및 계획, 이주비 신청 등을 통지하는 등 이주를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조합원 윤 모 씨 등이 추진위의 시공자 선정 결의와 위 총회에서의 각 결의의 유효성을 문제 삼아 소송을 내면서 ‘빨간불’이 켜졌다.
 

◆ 쟁점 1. 추진위의 시공자 선정
법원, “추진위의 시공자 선정은 무효”
조합, ‘추인결의 유효’ 판례 들어 반박

 
결국 법원이 채권자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하왕십리1-5구역 재개발 사업의 속도는 당분간 ‘거북이걸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윤 씨 등의 주장 가운데 추진위가 시공자 선정을 한 결의가 유효한지에 대해서는 “시공자의 선정은 추진위 또는 추진위가 개최한 주민총회의 권한 범위에 속하는 사항이 아니라 조합 총회의 고유 권한”이라며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06. 5.24 개정되기 전의 것ㆍ도시정비법)에서 재건축 조합에 대해서만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시공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므로 추진위 단계에서의 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하기로 한 결의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와 같은 판단에는 특히 시공자의 선정에 있어서 ▲토지등소유자 1/2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설립 가능한 추진위와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만 하는 조합의 정당성ㆍ정통성 등에 차이가 나는 점 ▲조합의 경우 형법 제129~132조의 적용에 있어 그 임원은 공무원으로 의제해 시공자 선정과 관련된 업무의 공정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지만 추진위는 그렇지 못한 점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ㆍ의무는 향후 설립될 조합이 포괄 승계하므로 추진위의 권한 범위는 가능한 한 명백해야 향후 분쟁 예방을 위해 바람직한 점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조합은 지난해 7월 대법원이 내린 판결의 예로 들며 “추진위 시절 주민총회에서 시공자를 선정했지만 추후 조합 단계에서 이를 추인하는 절차를 밟았기 때문에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당시 대법원 제1부는 부산 사직1구역 조합원 최 모 씨 등이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한 시공자를 조합 총회에서 추인하는 것은 현행법에 위배되므로 무효”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대법원 판단은 지난해 5월 부산고등법원(부산고법)이 “이미 소멸된 추진위를 상대로 시공자 선정 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부적합하다”며 각하하자 고소인들이 상소하면서 이뤄진 것이다.
 
부산고법은 “도시정비법에 따라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ㆍ의무는 조합이 승계하는 것이 마땅하나 시공자 선정의 경우 조합 총회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승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조합이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자를 추인하는 것은 추진위 시공자 선정과는 별개의 결의로서 조합 정관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하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부산고법 재판부의 판단을 원용했다. 그러면서 추진위가 행한 시공자 선정 결의가 무효라고 해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시공자를 선정한 절차 자체가 금지되는 것이 아니므로 선정 당시 시행 중인 법령에 특별한 제한이 없어 조합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공자를 선정한 것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왕십리1-5구역 조합의 박진열 조합장은 “대법원 판례까지 나온 데다 최근 유사 소송에 휘말렸던 조합들이 모조리 승소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조합만 패소해 마음이 착잡하다”면서 “담당 변호사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등 이번 법원의 판단이 편파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 모든 조치를 강구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쟁점 2. 각 총회 결의의 유효성
법원, “추인결의 입법취지 몰각시켜 무효”
이를 전제로 한 관리처분계획도 무효 판단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이 문제 삼은 총회 결의는 앞에서 언급한 4가지 안건으로 이는 모두 시공자 선정 및 계약, 관리처분계획 수립 및 변경 결의 등에 관한 것이다.
 
먼저 2008년 6월 27일자 총회 결의를 추진위가 주민총회를 거쳐 시공자를 선정한 결의에 대한 추인 결의로 간주해 이로써 GS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총회 결의가 유효한지에 대해 재판부는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공자 선정을 조합의 고유 권한으로 규정한 구 도시정비법은 조합 임원과 시공자 간 유착 문제를 해결하고 선정 절차를 투명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강행규정(强行規定)”이라며 “이에 위반돼 무효인 결의에 대한 추인 결의가 있다고 해서 무효인 결의가 유효하게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통상 추진위 주민총회와 조합(원) 총회 간의 시차가 길고 다양한 변수로 인해 두 총회 당시의 입찰 조건 등이 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무효인 주민총회 결의가 조합 설립 이후 조합 총회의 추인 결의만으로 유효하게 되면 구 도시정비법 입법 취지가 사실상 몰각(沒却ㆍ아주 없애 버림)되므로 채무자의 2008년 6월 27일자 총회의 제2호 안건은 여전히 무효”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설령 위 총회 결의가 그 자체로 시공자 선정을 위한 새로운 결의에 해당하더라도 무효라고 봤다. 반면 하왕십리1-5구역 조합은 “당시 시행 중인 도시정비법에는 시공자 선정에 대해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며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로 비춰 봐도 추인 결의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총회 결의 당시 시행 중이던 도시정비법 제11조 제2항은 ‘재개발 조합이 시공자를 선정함에 있어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하는 경쟁입찰의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정문에도 “이 규정은 지난 2006년 5월 일부 개정된 것으로 다시 부칙에 따라 그 시행일인 2006년 8월 24일 이후 최초로 추진위 승인을 얻은 분부터 적용되는 것이어서 그 이전인 같은 해 3월에 설립 승인을 얻은 이곳 추진위에는 적용할 수 없다”며 “채무자의 위 총회 결의 당시에는 시공자 선정 방법에 대해 법령상 아무런 제한이 없다”고 돼 있다.
 
결국 재판부는 이러한 경우 채무자의 정관에서 정한 시공자 선정 방법의 준수 여부가 관건이라고 판단해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곳 조합 정관에는 ‘개정된 도시정비법 시행 전에 추진위의 주민총회에서 공개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출된 시공자에 대해서는 총회 의결을 얻음으로써 본 정관에 의해 선정된 시공자로 본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규정을 유효하다고 볼 경우 시공자 선정 권한을 조합(원) 총회의 고유 권한으로 보는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욱이 추진위 단계에서 선정된 시공자를 조합 총회의 추인 결의만 얻으면 충분하다고 보는 것은 불법을 용인하는 결과가 되고 결국 무효인 결의로 선정된 시공자의 우월적 지위를 인정하는 게 돼 구 도시정비법의 취지에 반함과 동시에 조합(원)의 시공자 선택권을 침해한다고도 해석했다.
 
재판부가 특히 문제 삼은 것은 바로 조합의 추인 결의가 경쟁을 제한해 조합원의 선택권마저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조합 정관은 원칙적으로 경쟁입찰의 방법에 관해 참여 제안서를 제출한 건설사 중 1개를 조합원총회에서 선정하도록 규정해 조합원의 시공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면서도 “예외적으로 주민총회에서 선정한 시공자에 대해 위 원칙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오히려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1심 판단에 따라 하왕십리1-5구역 조합의 지난해 9월 29일자 총회 안건 중 3개 안건에 대한 결의도 자연스레 무효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3개 안건 모두 시공자 선정 결의가 유효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추진위의 시공자 선정 결의와 이에 대한 조합의 추인 결의가 무효인 이상 위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조합, “반대파 진정성 의심스럽다”
용적률 상향 혜택 부풀려…사업지연 의도?

 
하왕십리1-5구역에서는 이 같은 법원 결정에 반대파 변호인과 담당 판사 간의 개인적인 관계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의혹에 조합 측은 차분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지만 소송을 제기한 반대파에 대해서는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뜻을 내비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조합 측 얘기를 들어 보니까 유사 소송에서 모두 조합이 승소했는데 우리만 패소했다”면서 “편파적인 판단으로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데 담당 판사와 소송을 제기한 쪽의 변호사가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의혹만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열 조합장은 “그러한 의혹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혹일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면서 “다만 소송을 제기한 쪽의 의도가 진정 조합원들의 재산을 보호하는 데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박 조합장은 “반대파의 명칭이 ‘재산보호위원회’인데 공사비 인하를 주장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조합원들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으로 보이지만 염불에는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맘이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그는 용적률 상향의 건을 근거로 들었다. 반대파가 용적률 20% 상향 시 조합원 각 가구당 6000만 원 이상의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그들이 주장하는 수익에는 각종 비용까지 포함된 것”이라며 “조합 측이 심도 있게 검토한 결과 가구당 약 2000만 원의 혜택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적률 상향에 따른 계획 변경, 인ㆍ허가 획득 등을 고려하면 2년 가까이 사업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데 ‘가구당 2000만 원’ 때문에 입주 시기가 지연되는 것을 바라는 조합원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만간 총회를 열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물을 예정인데 조합원들은 우리 사업이 지연되면 지연될수록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의식을 갖고 지혜로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박진열 조합장
“안타깝지만 지금은 앞만 보고 갈 때”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정말 열심히 뛰었지만 ‘효력 정지’라는 결정을 받아 송구스럽다. 이로 인해 당분간 사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듯 이번 위기를 잘 극복하면 좋은 결과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조합은 현재 다각도로 대응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이번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이 문제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주 작업을 진행해 조합원들이 이주하는 데 불편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본안 판결이 아니다. 그때까지 효력과 집행만 정지된 것이기 때문에 본안 소송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의 시간이 긴 만큼 그 사이 유언비언 등이 돌아 오해가 생기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은 흔들림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관리처분인가가 늦어져 안타깝지만 지금은 앞만 보고 가야 할 때이다. 관리처분 단계까지 왔는데 일부 소수 조합원들이 사업을 방해하는 소송을 남발하는 것은 자해 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일각에서 이번 결정으로 이주 작업이 지연된 만큼 이주비 지급 보류로 조합원들에게 이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얘기다. 이번 소송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해졌는데 그로 인한 추가 비용은 모두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이주비 지급 보류로 인한 금융비용 절감보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 부담이 훨씬 큰 피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용적률 상향 등 사업과 관련해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용적률 상향은 관리처분인가 이후에도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 일각에서 이를 위해서는 관리처분인가를 반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으로써 사업을 방해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용적률 상향과 관련해 떠도는 추정 이익 등은 향후 건축 개요 등이 확정되는 대로 최대한 정확히 산정해 조합원들에게 공지할 것이다.
 
이주비와 관련해 몇 가지 덧붙이자면, 이주비 신청은 관리처분인가와 상관없이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이주ㆍ철거 등을 진행할 수 없게 된 데다 용적률 조정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조합에서는 잠시 이를 보류하기로 한 것이다.
 
정훈 기자 <A href="mailto:hjeong25.rn@gmail.com">hjeong25.rn@gmail.c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