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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십리16구역 조합임원 선거 앞두고 ‘시끌’: 現조합장 대항마였던 입후보자 자격 박탈에 조합원들 낙선운동ㆍ소송으로 ‘맞불’…혼란↑; 2010.08.30 18:25 입력 | 2010.08.30 18:26 수정

도시재생신문 hjeong25.rn@gmail.com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16구역이 시끄럽다. 조합 임원 선출을 위한 총회를 며칠 앞둔 상황에서 조합원끼리 분열돼 조합 반대파가 특정 입후보자에 대한 낙선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오는 31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1호 ‘임원(조합장ㆍ감사ㆍ이사) 선출의 건’ ▲제2호 ‘조합 관련 자료 공개 및 열람의 건’ 등 2개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반대파가 주축이 돼 특정 입후보자들에 대한 낙선 운동이 진행 중인 데다 조합원들을 상대로 기표한 투표용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0일 이곳 조합원과 소식통 등에 따르면 조합 반대편에 서 있는 ‘답십리16구역 재개발 조합원 모임(조합원 모임)’ 측은 조합원들을 상대로 “감사 입후보자 3명 중 2명, 이사 입후보자 13명 중 5명만 뽑아 달라”면서 “지분 쪼개기를 한 3명은 낙선돼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조합 측이 ‘9명 이상의 이사를 뽑지 않으면 해당 표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며 9명 모두 기표하지 않아도 되므로 이 모 씨 등 5명만 찍어 달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합장 1인 선임의 건에 대해 단독 출마한 조합장 장 모 씨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해 달라면서 조합장에 대한 낙선 운동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모임 측은 서면결의서를 통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조합원들에게는 투표용지에 기표한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이들은 이를 ‘인증샷’이라 표현함)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원 모임 대표 김 모 씨(40)는 “인증샷은 31일 개표 때 투표용지와 대조해 용지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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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합 반대파가 현 조합장 등에 대한 낙선 운동을 독려하며 투표용지에 다음과 같이 기표한 뒤 이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 달라고 요구한 예시
 
이에 대한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조합원 모임 측의 주장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놓은 J법무법인의 K변호사는 “낙선 운동은 일종의 의사 표시로서 관계 법령에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든지 허위 사실 유포 등으로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특별히 법에 저촉될 게 없다”고 말했다.
 
투표용지를 촬영해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K변호사는 “조합원의 자율적인 의사에 의해 따른 행위라면 위법행위라고 볼 수 없다”며 “어차피 총회 때 투표함을 개봉하게 되면 누가 누구를 찍었는지 공표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반면 E법무법인의 C변호사는 이와 상반된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구체적인 관련 규정이 없어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형사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조합 입장에서 명예훼손이라든지 업무방해로 문제 삼아 경고를 한다든지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낙선 운동이 지속될 경우 충분히 법적으로 문제를 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인증샷에 대해서도 ‘투표 방해 행위’로 규정하며 “비밀투표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지금까지 사례만 보더라도 조합 측이 얼마든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도시정비법은 조합 임원의 선거와 관련해 제21조 제3항에서 ‘추진위원회(추진위) 또는 조합은 총회 의결을 거쳐 추진위원 또는 조합 임원의 선출에 관한 선거 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법 제3조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위탁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 석연치 않은 조합장 입후보자 자격 박탈이 ‘불씨’
현재 벌어지고 있는 양측의 갈등은 최 모 씨가 선관위의 잘못으로 조합장 입후보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비롯됐다. 최 씨는 현 조합장인 장 모 씨의 실정을 바로잡기 위해 조합장으로 입후보하려던 참이었다. 그는 지난 5일부터 12일까지 대의원 20명과 조합원 30명 등의 추천을 받아 구비 서류를 13일 오전 10시 선관위에 제출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3시께 선관위 측이 최 씨에게 “(최 씨를 추천한) 조합원 가운데 2명에게는 (추천) 권한이 없으며 대의원 박 모 씨가 ‘최 씨를 추천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추천 철회를 요구했다”면서 “이를 보완해 달라”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최 씨는 선관위원장이 “대의원 1명과 조합원 2명에 대한 보완을 할 경우 더 이상의 추천 철회는 받지 않을 것이며 최 후보에 대한 보완도 없다”고 한 말을 믿고 이에 대한 보완을 완료했다.
 
그런데 오후 6시 30분께 선관위가 “대의원 남 모 씨가 사문서 위조 운운하며 (최 씨에 대한) 조합장 입후보 추천을 철회했다”며 “대의원 1명에 대한 보완을 14일 오후 1시까지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최 씨는 “더는 추천 철회를 받지 않을 것”이라는 선관위원장의 말을 들며 반발했다. 그러자 선관위원들은 남 씨의 추천 철회에 대해 논의하겠다며 기다리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다음 날(14일) 연락을 받고 선관위 사무실을 찾은 최 씨는 “모든 서류 접수 및 보완은 13일 오후 5시로 마감됐고 더 이상 보완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기다리라는 말만 믿고 기다렸던 최 씨의 입후보 기회는 그렇게 사라졌다. 현 조합장에 대한 ‘대항마’로 꼽히던 그가 입후보조차 할 수 없게 되면서 이번 선거는 장 조합장의 단독 입후보로 치러지게 됐다.
 
당연히 조합원들 간 논쟁이 벌어졌고 사태는 최 씨가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뒤 구청이 장 조합장에게 중재를 요청했으나 장 씨가 이를 거절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조합원 모임 측에 따르면 장 조합장은 구청에 “총회는 예정대로 개최할 것”이라며 “법적 문제는 추후 처리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 씨는 현재 임원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다. 최 씨가 승소할 경우 총회는 무산될 것이고 그에 따라 관련 소송도 잇따를 것으로 보여 답십리16구역의 혼란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지난 20일 조합원 김 모 씨는 선관위원들에게 한 통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김 씨는 이를 통해 “이번 선거와 관련해 선관위원들이 (최 씨의 서류 보완 등에 대해) 허위 고지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되며 이로 인해 최 씨가 (조합장에) 입후보할 수 없게 된 것은 업무 방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 씨가 제기한 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질 경우 총회 무산에 따른 피해(3억 원 상당)에 대해 가압류와 더불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조합원 고 모 씨 등이 ‘조합설립변경인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라 이와 관련한 지루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칫 잘못하면 사업 시행자가 사라질 수도 있어 전농ㆍ답십리뉴타운에서 유망 사업 구역으로 꼽히던 답십리16구역 재개발 사업이 파국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답십리16구역의 사업비는 6000억 원 규모로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두산건설이 7대3의 비율로 시공권을 나눠 갖고 있다. 재개발 후 일반분양분 600가구를 포함해 총 243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