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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 제12구역 재개발 비리, 의혹만 더 커졌다: 2009.10.07 17:28 입력 | 2009.10.19 23: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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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재개발 비리, 의혹만 더 커졌다 
 
본보는 지난 호(2009년 9월 16일자 6~7면)에서 옥수 제12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장에서 발생한 비리 사건에 대해 검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특수목적회사(SPC)인 유현컨설팅이 본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점 또한 언급한 바 있다.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시공사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SPC를 통해 조합원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지분 명의를 조합과 SPC 임원의 것으로 돌려 그 권리를 이전했다. 이에 대해서도 본보는 조합 측이 “조합 임원 및 특수 관계인들은 명의만 빌려준 것일 뿐”이라면서 “(그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는 유현컨설팅이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이러한 조합 측의 행위가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실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고, 이에 대해 다음 호에 자세히 다루기로 끝맺은 바 있기에 이번 호를 통해 보다 자세히 이를 다루어 봤다. 
 
 
“조합의 명의 신탁, SPC의 명의 수탁 모두 부실법 위반” 
“실명 등기가 법의 목적, 행위 자체로 처벌 가능” 
 
본 사건에 대한 고소장에는 고소인 P씨가 지난 2008년 10월 열렸던 대의원회의에서 조합이 시공사로부터 빌린 자금 70억 원의 사용 내역을 묻자, 이에 대해 조합의 총무이사 K씨가 답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당시 K씨는 “지금 돈으로 갖고 있지 않다. 그 돈으로 조합 명의의 자산을 사들였다”고 말했다 P씨가 그에 대한 등기부를 보여 달라고 하자 “(매입한 자산의 명의를) ‘조합의 이름으로’라고 하지 않았다”며 말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K씨가 “부동산 매입 회사인 유현컨설팅에 70억 원을 빌려주고 위탁을 맡겼다”고 말하자 조합장 B씨는 “사용 용도까지는 현재 밝힐 수 없다”고 호응해 70억 원의 용도를 놓고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자문에 응한 H법률사무소의 변호사 J씨는 “(사건에 대해 개략적으로 들어 보니)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있어 조합과 SPC가 명의를 신ㆍ수탁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는 부실법에 위반되는 행위로 형사처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명의 신ㆍ수탁 행위는 부실법 시행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며 “이는 부실법 제7조 제1항 제1호에 의거, 형량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설명했다. 
부실법은 제1조에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ㆍ탈세ㆍ탈법 행위 등을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해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동법 제3조 제1항은 ‘누구든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명의신탁약정이란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이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자(이하 ‘실권리자’)가 타인과의 사이에서 대내적으로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고 그에 관한 등기(가등기를 포함)는 그 타인의 명의로 하기로 하는 약정을 말한다. 
이와 같이 부실법은 명의신탁약정에 의해 자신의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타인의 명의로 등기하게 하거나(명의 신탁) 등기하는 것(명의 수탁)을 불법으로 간주한다. 
더욱이 동법 제4조에서 실명등기에 대해 ‘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약정에 의해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등기된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이 법 시행일(1995년 7월 1일) 이후 명의신탁자의 명의로 등기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는 바, 본 정비사업의 조합과 유현컨설팅 사이에 있었던 명의 신ㆍ수탁 행위는 법이 시행되고 있는 와중에 벌어졌기 때문에 명백한 범죄로 볼 수 있다는 게 자문에 응한 법률 전문가들의 전반적인 견해였다. 
 
 
조합, 문제 커지자 명의 되돌려 사건 무마 움직임 
“원상 복귀시켰다고 범법 행위 사라지는 것 아냐” 
조합 명의로 반환해도 그에 필요한 비용도 문제 
 
이렇듯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던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본보 등이 이 사건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자, 최근 들어 시공사와 함께 유현컨설팅으로 돌렸던 명의를 조합 명의로 되돌리려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합원 P씨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물건을 훔친 뒤 제자리로 돌려놓는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내가 알기로) 부실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정황을 놓고 볼 때 특경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에 해당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J변호사 역시 P씨에 의혹에 맞장구치듯 “(조합 측이) 완벽하게 원상 복귀시켰다고 그들이 저지른 위법 사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부실법 위반만 놓고 보면 벌금형에 처해질 공산이 크지만 (SPC의 지배 구조 등으로 미루어볼 때) 지금까지의 사안만 보더라도 충분히 수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본 사건은 이미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런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고, 이에 대해 본보는 지난 호에서 상세히 다루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한편 조합 측이 유현컨설팅 명의로 있던 조합원 지분을 조합 명의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도 문제라는 주장도 나와 관심이 쏠리고 있다. P씨는 “관리처분준비금 명목으로 빌린 자금 70억 원에 대한 이자비용에서부터 명의 이전 과정에서 지출되는 취득ㆍ등록세 등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면서 “문제가 됐던 유현컨설팅 운영비 등에 이미 7억 원 가까이 사용된 것을 포함하면 현재까지 최소한 15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이 손실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데 있다. ‘지분 명의가 원상 복귀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조합도 이 문제에 대해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자금을 빌려준 시공사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회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나고 있는 손실은 고스란히 본 정비사업의 조합원들에게 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본 정비사업장에서 이른바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의 힘이 미약해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나, 향후 이를 놓고 조합원 간 법적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농후해 본 정비사업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집 제작에게 유난히 공들여…예산 낭비 지적 
운영 변수 감안해도 예산안 30배 쓴 것은 문제 
 
본 정비사업의 조합이 과도한 운영비 집행과 예산초과지출마저 맘대로 일삼는 행위 외에도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총회 책자와 프레젠테이션에 사용된 각종 영상물을 들 수 있다. 
보통 조합의 총회를 알리는 책자 등은 일부 보관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일회용 소모품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합들은 총회 책자를 제작할 때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일반적이다. 저렴한 종이를 사용한다든지, 색상을 단순하게 혹은 흑백으로 인쇄한다든지 하는 것 등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본 정비사업의 각종 자료집을 살펴보면, 해당 조합이 총회 책자 등을 제작하는 데 굉장히 공을 들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조합은 책자를 만드는 데 아트지를 비롯한 값비싼 고급 종이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전면을 컬러로 인쇄하기도 했다. 심지어 여느 조합 총회 책자와 달리 인근 지구대 배치도와 입면도까지 삽입하면서 이마저 컬러로 인쇄해 한정된 예산을 불요불급한 곳에 썼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만든 측면이 없지 않다. 
실제로 지난 2008년 12월 말 기준으로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도서인쇄비’로 약 1억 1446만 원을 지출했다. 통상적으로 도서인쇄비에는 신문 구독료 등이 포함되지만 그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돈은 사실상 총회 책자와 같은 자료집을 제작하는 데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설령 도서인쇄비에 자료집 제작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자료집ㆍ홈피 등과 관련된 비용이 포함됐다고 기재된 ‘외부용역비’는 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해당 조합의 2008년도 예산안에는 ‘외부용역비’로 5000만 원을 책정해 놓았으나, 실제로 지난해 조합이 지출한 내역에는 ‘외주용역비’로 명칭이 바뀌었고, 여기에 무려 16억 원이 넘는 돈이 집행된 것으로 드러난 것. 
회계장부를 기록하면서 해당 계정과목에 다른 비용도 포함될 수 있고, 조합 운영상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가 수반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위와 같은 예산안 사용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회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었다. 
이에 대해 조합원 P씨는 “(조합의)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다”면서 “하지만 조합이 계속해서 ‘비용 부풀리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비용 부풀리기를 통해 방만하게 예산을 운영해야 그 틈바구니 속에서 자금 유용 등을 하기가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P씨는 이와 같은 얘기를 하던 도중에 인근 K 제11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장에서 섀시 설치 등을 놓고 비용을 부풀려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끼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비리 백화점!…여기저기 의혹투성이 
나대지에도 이주비가 지급됐다? 
조합 돈이 조합장 선거 자금에? 
 
본 정비사업장은 조합 집행부와 유현컨설팅이란 특수목적회사 간 부동산 명의 신ㆍ수탁 과정에 얽힌 각종 비리 의혹 때문에 ‘재개발 비리의 백화점’으로 불릴 만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런 와중에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와 그에 비례해 해당 조합원 사이에 불신과 반목이 커지고 있어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P씨 등은 “나대지에 이주비가 지급됐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당국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 나대지는 지상에 건축물 등이 없는 땅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이주비 지급 대상은 ‘정비사업 시행으로 철거되는 주택 소유주’에 국한돼 나대지 주인은 이주비를 받을 수 없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과 동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도 나대지에 대한 이주비 지급 근거가 없다. 
한편 현 성동구의회 의원이자 본 정비사업의 조합장인 B씨가 지난 2006년 초 구의원 선거에 출마할 당시, 조합(원)의 돈이 선거 자금으로 흘러들었다는 의혹도 제기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핵심은 2006년 초 협력업체 D사가 특별한 사유 없이 조합에 용역비 지급을 요청했고, 조합은 이 돈을 시공사에 요청해 D사에 지급했는데, 이때 D사가 받아간 자금이 B씨의 선거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조합원 P씨는 “이 의혹은 시공사인 S사 관계자가 정보를 제공한 것”이라면서 “그(S사 관계자)는 이 돈 역시 조합에 이자비용을 부담 지우는 데, 조합원 누구도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P씨는 또 “집행부 핵심 관계자가 아니라 이를 입증할 만한 자료는 없다”면서도 “B씨의 경우 당시 구의원 선거에 출마할 만큼 경제력이 없었던 만큼, 사용된 선거 자금과 D사가 받아간 자금의 액수 및 시기가 교묘히 맞아떨어지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이는 어디까지나 의혹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지 않는 법’인 만큼 의혹이 있다면 이를 하루빨리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었다. 본 정비사업이 각종 비리 의혹으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의혹들이 우후죽순 생겨난다면 그 앞날을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