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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3구역 공사비 급증에 조합원 뿔났다: 2010.03.24 11:45 입력 | 2010.04.02 11:24 수정

염리3구역 공사비 급증에 조합원 뿔났다

 
“시공사 선정 당시보다 총 공사비가 600억 원가량 늘어나 조합원 1인당 수천만 원의 부담금이 발생했다”(A씨ㆍ마포구 염리동)
 
서울 마포구 염리3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장(이하 염리3구역)에서 만난 한 조합원의 하소연이다.
 
이곳은 시공사가 사업 참여 당시 제안했던 도급 공사비 등과 가계약서상의 도급 공사비 등이 크게 차이나 조합원들이 반발하면서 축제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태다.
 
염리3구역에서는 지난해 8월 열린 시공사선정총회에서 G건설이 H건설, S건설 등을 제치고 시공자로 선정됐다. G건설 측이 선정 당시 제시한 3.3㎡당 공사비는 329만5000원(부가세 별도). 금융비용 57만7000원을 포함하면 도급 공사비는 총 387만2000원(공사비 산정 기준 시점 2011년 5월)에 달한다.
 
반면 시공사선정총회 직전까지 유력한 경쟁 상대였던 S건설 측이 제시했던 공사비는 379만2000원(부가세 별도). 여기에 금융비용 47만1000원을 포함하면 총 426만3000원이 된다.
 
3.3㎡당 공사비가 40만 원가량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S건설이 주민들의 ‘간택’을 받기란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욱이 양측이 제시한 이주비와 이사비도 G건설이 S건설보다 유리했다. S건설이 제시했던 이주비는 가구당 평균 2억 원, 이사비는 1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G건설은 이를 각각 3억 원과 1500만 원으로 제시했다. 당연히 이곳 조합원들에게는 G건설 측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다른 조건도 상대적으로 좋았지만 특히 주변 다른 재개발 사업장과 비교해 볼 때 G건설이 제시한 공사비가 저렴해 G건설 쪽으로 마음을 정했었다”며 “대다수 조합원들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G건설을 선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제안서상에도 명시돼 있지만 일체의 공사비 인상도 없고 조합원 분양가도 일반분양가 대비 20% 이상 인하해준다고 해서 G건설을 뽑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G건설 측이 제시한 사업 참여 제안서에는 ▲추가부담금 없는 확정 공사비 ▲조합원 부담 최소화 ▲개발 이익 극대화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고 돼 있다.
 
특히 ▲착공 전ㆍ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지질 여건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입찰 시 제안한 조경 특화ㆍ외관 특화ㆍ인테리어 특화로 인한 공사비 인상 없음 등을 명시하고 있다.
 
사업 참여 조건에도 ▲계약 체결일로부터 착공 기준일까지 물가 상승 및 지질 여건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실착공 후에도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없음 ▲토질 여건에 따른 공사비 변동 없음 등 위와 비슷한 내용이 누차 강조돼 있다.
 
조합원 이 모 씨는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할 당시만 해도 우리 구역의 분위기는 좋았다”면서 “하지만 사업 참여 제안 때와 가계약 때의 공사비가 급증하고 이 과정에서 조합이 미적지근한 대응 자세를 보이는 바람에 조합원들이 분열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재 조합 측과 시공사 측이 이 내용을 가지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현(現) 집행부가 G건설로부터 차입한 자금 때문에 사실상 운신의 폭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조합원들이 늘어난 공사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 등에 따르면, 현재 염리3구역 조합이 G건설로부터 차입한 금액은 약 41억 원에 달한다. 지난 2004년에 추진위원회가 설립됐고, 그때부터 G건설이 해당 사업장을 사실상 ‘관리’했다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지난 5년간 해마다 8억 원가량을 운영비 등으로 썼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도 아닌 추진위가 5년 동안 40억 원이나 썼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게 없고 ▲관계 법령에 규정돼 있는 외부감사조차 이뤄진 적이 없으며 ▲조합원들의 부담으로 귀결되는 예산집행에 대해 소식지에 게재하는 정도로 알리는 데 그쳤다”며 조합의 행태를 비난했다.
 
조합원 이 모 씨는 “이러한 불법 행위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조합도 문제지만 관할 마포경찰서의 태도도 문제”라며 “경찰에 이와 관련된 사안을 고소했지만 당시 형사가 ‘이미 조합이 설립됐으니 조합에서 (외부감사를) 받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결국 잘못된 내용으로 제소하는 바람에 법원에서 기각당했다”고 말했다.
 
추진위 운영 규정 제31조 제5항에는 “추진위는 납부 또는 지출된 금액의 총액이 3억5000만 원 이상인 경우,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3조의 규정에 의한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는다…다만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 4/5 이상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조합은 지난 수년간 복잡하게 얽힌 조합원 간 이해관계를 풀기 위해 숱한 노력을 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었던 비용이 있었고 조합원 숫자도 많아 절대 액수만 놓고 ‘과하다’는 식으로 비난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계와 관련된 내용은 소식지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해 왔던 만큼 문제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조합의 해명에도 조합원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염리3구역에서는 ‘염리3구역 내 재산 지키기 모임’이라는 단체를 주축으로 해 조합 집행부의 해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이곳 조합원들은 G건설과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원치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원 B씨는 “가계약 협상이 원만히 해결돼 공사비 부담이 줄어든다면 G건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현 집행부든 새로운 집행부든 간에 이 문제를 하루빨리 매듭지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합원 K씨도 “애당초 공사비뿐만 아니라 기타 조건들과 브랜드 등을 고려해 G건설을 뽑았던 만큼 공사비 문제만 해결된다면 더 이상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 시공사 선정 끝났는데 경쟁사가 재입찰 노린다?
한편 이미 선정된 시공자와 조합원 사이에 벌어진 분쟁으로 시끄러운 염리3구역에 사업장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암초’가 등장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시공사선정총회에서 패했던 S건설이 일부 대의원과 조합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하며 시공사 재입찰에 관한 안건을 대의원회의에 상정해 처리하려 했다는 ‘음모론’이 그것.
 
조합원 이 모 씨에 따르면, 한 대의원의 양심선언으로 이러한 일이 표면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씨는 “이 사안을 놓고 경찰이 조사를 한 것으로 안다”면서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통탄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혀를 찼다. 본보는 이 부분에 대해 추가 취재를 통해 추후 상세히 보도할 예정이다.
 

◆ 염리3구역은...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507번지 일대 8만7000여 ㎡를 사업 구역으로 한다. 이곳은 용적률 226.83% 건폐율 26.14%를 적용해 지상 8~25층짜리 아파트 20개동이 들어선다. 신축 세대수는 1402가구(임대주택 266가구 포함)로, ▲82㎡ 140가구 ▲93㎡ 20가구 ▲111㎡ 704가구 ▲145㎡ 272가구 등 총 1136가구가 분양된다. 총 공사비는 약 3000억 원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