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대농ㆍ신안 조합 내 명분 싸움, 새로운 국면으로

대농ㆍ신안 조합 내 명분 싸움, 새로운 국면으로: '일반경쟁' 외치던 조합, '지명경쟁'으로 말바꿔; 2009.09.15 11:22 입력 | 2009.10.23 15:43 수정

<A name="[문서의 처음]"></A>
조합장 "결정은 내 맘대로" 유일한 명분 걷어차 
 
조합 내분으로 표류 중인 대농ㆍ신안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지난 7월 정기총회가 절차상의 문제를 드러낸 데다 박대식 조합장이 시공사 선정에 있어 ‘지명경쟁입찰’이란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 
특히 ‘지명경쟁입찰’이란 카드는 지금까지 ‘일반경쟁입찰’을 기치로 내세웠던 박 조합장이 자신의 정통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돼 향후 그의 거취가 불투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일반경쟁입찰을 통한 시공사 간 수주 경쟁으로 조합원 분담금을 낮추겠다는 ‘명분’이 박 조합장의 유일한 ‘밑천’이었다. 박 조합장은 그 명분 덕에 거대 시공사 및 그에게 우호적이던 일부 조합원들과의 싸움에서도 어느 정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그 명분을 내팽개치는 우를 범하면서 조합장 자리마저 보전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본 정비사업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분쟁에서 벗어나기가 요원할 것으로 우려된다. 
 
 
7월 정기총회 여기저기서 문제 속출 
성원 보고ㆍ표결 과정 의문투성이 
 
지난달 본보는 7월 21일 정기총회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면서 박 조합장은 유임된 반면 그간 그와 대척점에 서 있던 김 모 감사와 신 모 이사 등은 해임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추가 취재 결과 이날 총회의 연임 안건 표결 과정에 몇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발견돼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이날 총회는 총 조합원 137명 중 113명이 참석했다고 보고됐다. 그리고 투표 직전 2차 성원 보고 때는 서면결의서 제출자 48명, 서면결의서 제출 후 직접 참석자로 전환한 자 65명, 직접 참석자 12명 등 125명으로 수정ㆍ보고됐다. 따라서 곧이어 행해진 투표는 이 2차 성원 보고를 바탕으로 치러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개표 후 수차례의 재개표 후에 발표된 내용에서는 의결정족수와 관련해 많은 문제점이 발견됐다. 당시 사회자는 유효 투표자 수가 121명이라 61명이 과반수인데 박 조합장의 경우 61명이 연임에 찬성했기 때문에 연임 안건이 가결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2차 성원 보고에 따르면 투표자 수는 125명이 돼야 한다. 따라서 과반수는 63명이다. 결국 박 조합장은 61명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기 때문에 그의 연임 안건은 사실상 부결된 것으로 봐야 한다. 설령 투표자 수가 121명이라고 해도 조합 측은 참석자 중 4명이 투표에 불참한 이유를 밝혔어야 했으나 이런 절차 역시 무시됐다. 게다가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표 불참자 4명은 ‘기권’으로 처리했어야 하며 이 경우 의결정족수는 63명이 된다. 
이 때문에 기권한 4명을 의사정족수에서 뺀 것은 조합장 연임에 찬성하는 61표를 과반수로 만들기 위해 술수를 부린 것이 아닌가란 의심을 들게 만든다. 
 
 
연임 부결된 조합장 시공사 선정 "말도 안 돼" 
 
위와 같은 경위로 사실상 연임이 부결된 조합장이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자 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절차적으로 큰 하자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단지 임기가 끝나 새로운 조합 집행부를 구성하기 위해 조합장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합장 직무 연임 의사를 묻는 정기총회에서 조합원들로부터 불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 
또 정비사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절차 중의 하나이고 향후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시공사 선정 절차를 이미 불신임 받은 조합 집행부가 진행시킬 경우 공정성과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공공’으로 간다는 조합 주장 거짓 
본보 시험판 오보 낸 셈…유감 
 
본 정비사업의 조합은 지난 8월 3일 소식지를 통해 “시공사의 횡포에 맞설 수 있는 것은 공공의 힘뿐”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이사회 소집 후 공공의 시공사 선정 업무 지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조합 이사회는 같은 달 5일 조속한 시일 내에 대위원회의를 열어 관할 구청에 ‘개입’을 요청할 지에 대해 찬반 여부를 묻기로 했다. 본보 역시 이를 바탕으로 ‘대농ㆍ신안 결국 공공의 손으로 넘어가나?’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박 조합장과 조합은 불과 하루 만에 자신들이 했던 말을 뒤집었다. 지난 8월 6일 대의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이사회에서 2호 안건으로 ‘시공사 선정의 건’을 올려 이를 지명경쟁입찰로 하기로 결의했다. 
만약 이대로 사업이 추진된다면, 이는 앞서 설명했던 바와 같이 그동안 ‘일반경쟁입찰’을 내세워 조합원들의 권익을 되찾고자 했던 박 조합장의 행적을 신기루로 만들 것이다. 파행으로 얼룩진 정기총회 결과를 바탕으로 연임됐다고 주장하는 조합장이 그나마 쥐고 있던 명분마저 걷어차면 그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 
이에 대해 조합원 A씨는 “지금까지와 달리 앞으로의 사업은 조합장 서명만으로 수억 원씩 오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가 지명경쟁입찰로 시공사를 선정해 그 과정에서 돈이라도 챙기면 모를까, 명분을 잃은 그에게 남는 건 몇 건의 소송에 걸린 피고 이름 석 자뿐”이라고 혀를 찼다. 
한편 박 조합장과 조합은 조만간 동대문구청장과 서울시장에게 진정서를 보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가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박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분담금을 낮추는 유일한 길은 제대로 된 경쟁입찰의 과정을 거쳐 거품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내용대로 진정서가 관할 구청이나 시(市)에 접수된다면 이는 박 조합장이 구청장과 시장을 기만하는 것으로 그에 대한 (법적) 책임은 박 조합장 자신이 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기존의 H건설을 배제하고 새로운 건설사를 등에 업고자하는 조합장의 과욕이 부른 파행으로 요약할 수 있다. 본보 역시 자신이 내뱉은 말을 불과 몇 시간 만에 뒤바꾸는 조합장에 의해 오보를 낸 결과가 돼 독자들에게 상처와 실망을 안겨 주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 기사를 통해 유감의 뜻을 표하는 것으로 마무리 짓고자 한다. 
 
매도청구소송 120% 보상도 문제 
과도한 보상, 결국 조합원 손실로 
 
본보는 시험판에서 본 정비사업 조합이 매도청구소송 당사자들과 감정평가금액의 120%를 보상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도 다룬 바 있다. 당시 박 조합장은 “(지분 매입 시) 통상적으로 시세의 65~75%를 보상하기 때문에 감정평가금액의 120%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결국 시세의 85~95%를 보상하는 것이므로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자문에 응한 K 법무사 역시 “통상적인 보상 한도에 20%를 보상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시세보다 낮을 수밖에 없으므로 사업성을 고려했을 때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박 조합장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났다. 조사 결과 조합 측이 보상하기로 한 감정평가금액이 인근 시세와 별 차이가 없던 것. 따라서 감정평가금액의 100%를 보상하더라도 충분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결국 시세와 비슷한 감정평가금액을 근거로 20%P(포인트)를 추가로 보상하기로 한 것은 그만큼 조합원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대해 조합의 전 총무이사였던 신 모 씨는 “매도청구소송 과정에서 산출된 감정평가금액이 220억 원이 넘는다”며 “여기에 20%를 추가로 보상한다면 자그마치 44억 원이나 된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어 “44억 원이면 건립 예정인 아파트 몇 채에 해당하는 액수”라며 “(기자가) 조합원이라고 가정하면 이를 수용할 수 있겠냐”고 목소리를 곤두세웠다. 
 
조합원 지분 갈등 얽혀 더 복잡 
누구 위한 재건축인지 자문해야 
 
본 정비사업의 분쟁은 시공사의 기득권(?) 인정 범위에 얽힌 다툼 외에도 대농과 신안 양쪽 간 지분 갈등이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대농 쪽 조합원들은 상대적으로 넓은 면적의 집에 살고 있어 신안 쪽 조합원들에 비해 지분에 비례해 더 많은 발언권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신안 쪽 조합원들은 2008년 4월께 본 정비사업장에 진출한 P건설 측의 감언이설에 속아 추가 부담금 없이 지금보다 넓은 면적의 집을 받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양측의 입장에는 결정적인 맹점이 존재한다. 대농 쪽 조합원들이 요구하는 면적에 비례한 발언권 강화 요구는 법적 근거가 없다. 따라서 일단 하나의 조합에 속한 구성원이란 시각에서 각자의 권리는 동일하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 신안 쪽 조합원들이 기대하는 바는 한낱 ‘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본 정비사업장의 경우 사업성이 좋아 모든 조합원들이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나 추가 부담금 없이 지금 살고 있는 면적의 2배 이상이나 되는 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본 정비사업은 여느 사업과 마찬가지로 사업이 지연될 경우 물가 상승, 시공비 인상, 이미 사용한 사업비에 대한 이자 발생 등의 사유로 개발 이익이 잠식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로 올 4월 22일부터 동월 30일까지 9일간 발생한 연체 이자만 2800만 원이 넘었다. 이는 하루 평균 312만 원이 넘는 액수다. 
본 정비사업의 조합원들은 같은 동네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 이웃이자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업이 지연되면 될수록 그 피해는 자신들의 몫임을 깨닫고 본 정비사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돌이켜볼 시점이다. 
박 조합장과 일부 조합원들이 바라는 대로 본 정비사업 분쟁이 진정성 없는 공공의 개입 요청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시험판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등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 대한 공공의 개입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미약한 데다 사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공공을 끌어들이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명분을 잃은 현 조합장과 집행부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새로운 조합집행부를 구성하는 형식으로 앞뒤가 꽉 막힌 본 정비사업도 활로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조금씩만 양보하고 합의했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을 본 정비사업장을 통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정비사업의 이해관계자들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만큼 본 정비사업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란 얘기다. 이는 곧 앞으로의 분쟁 해결 과정에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