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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농ㆍ신안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주민공청회 현장을 가다: 2009.09.15 11:39 입력 | 2009.10.19 23: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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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는 안 된다” 주민들 한목소리 
대농ㆍ신안 주민공청회서 집행부 성토, “6년간 한 것 하나도 없어”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며 혀를 차는 한 조합원의 말이 공청회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압축했다. 
지난 8월 26일 저녁 답십리역 인근 결혼식장에서 대농ㆍ신안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이하 본 정비사업) 주민 공청회가 조촐하게 열렸다. 최근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본 정비사업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듯, 이날 공청회에는 약 50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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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6일 저녁, 공청회가 시작된 뒤 참석자들이 사회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무효표도 사실상 반대…조합장 연임 실패 
변호사, “7월 총회 총체적 문제 있다” 
 
이날 공청회는 지난 6년간 본 정비사업 조합(이하 조합)을 이끌어왔던 박대식 조합장에 대한 비난과 지난 7월 21일에 있었던 정기총회에 대한 성토가 주를 이뤄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진행됐다. 
특히 7월 정기총회에서 연임 안건을 놓고 벌어진 표결 과정상의 문제에 대해 법무법인 시티의 윤 모 변호사는 “지난 총회는 한마디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본보 역시 이에 대한 기사를 따로 실었으나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 보기로 했다. 
당시 총회에서는 박 조합장이 총회 참석자 125명 중 유효 투표수 121명, 찬성 61명으로 연임에 성공한 것으로 발표됐다. 이에 대해 본보는 당시 상황을 미루어볼 때 조합장 측이 자신의 연임에 찬성하는 61표를 과반수로 만들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으로 추측한 바 있다. 
하지만 윤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이 같은 추측은 단순히 ‘추측’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을 듯하다. 그는 “‘유효 투표수’란 개념이 어디에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2차 성원 보고에서 총회 참석자가 125명으로 수정된 것도 이상한 상황에서 이는 이날 총회를 논란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요인 중 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에 따르면 조합 총회에서 의사정족수를 따질 때 사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음 4가지다. ▲첫째, 조합원 전체의 과반수로 따지는 것 ▲둘째, 총회 참석자의 과반수로 따지는 것 ▲셋째, 총 투표자의 과반수로 따지는 것 ▲넷째, 유효 투표수의 과반수로 따지는 것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윤 변호사는 “총회 당일 조합 측이 들이민 ‘유효 투표수’로 따지는 법은 극히 예외적인 것”이라며 “조합 정관에 명시돼 있지 않는 한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제기한 의혹은 7월 정기총회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요소이기에 이날 공청회 내내 회자됐다. 윤 변호사는 “투표 참가자가 125명인데 4명이 누락됐다는 것은 이를 무효표로 봐야 한다는 얘기”라며 “무효표는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박 조합장의 연임 안은 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총회 참석자 128명” 새로운 주장 
오는 10일 법원 판결에 관심 쏠려 
 
윤 변호사는 이어 “애당초 총회 참석자는 125명이 아니라 128명이다”라며 “3명이 누락된 부분 역시 법원에 보고된 상태”라고 말해 이 사안이 향후 법정 분쟁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현재 박 조합장과 척을 지고 있는 신 모 씨(전 총무이사)와 김 모 씨(전 감사) 등은 지난 7월 총회 결과에 반발해 ‘조합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 이에 대한 판결은 오는 10일쯤 나올 것으로 보여 그 결과를 놓고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총회 참석자가 128명이라는 주장에 대해 윤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첫째, 조합원 김 모 씨의 경우 사망한 전 모 씨로부터 조합원 지위를 승계 받았는데 김 씨가 사전에 서면결의를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7월 총회에는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조합 측은 “김 씨는 조합원이 아니다”란 주장을 펴고 있으나 이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한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 씨의 경우 지난 5월에 명의까지 변경돼 명백히 조합원 지위를 승계한 것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조합원 노 모 씨의 경우 OS 요원에게 서면결의서를 제출한 뒤 확인서까지 받았으나 조합 측 자료에는 아예 누락돼 있다. ▲셋째, 조합원 박 모 씨의 서면결의서가 누락된 데 대해 조합 측은 “마감시간인 총회 전날 오후 6시 이후에 도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확인 결과 박 씨의 서면결의서는 20일 13시 21분에 조합 직원이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근거를 조목조목 설명하던 윤 변호사는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 정도면 법원이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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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전 이사 “여러분이 오해하는 것” 
김 전 감사 “입만 열면 거짓말” 
 
이렇듯 열변을 토하던 변호사에 맞서 반론을 제기한 조합원도 있었다. 바로 박 조합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성 모 씨(전 이사)였다. 
하지만 그가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소란을 피우자 장내는 그를 비난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결국 한 조합원이 “이 자리는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조합원의 목소리도 들어 보기 위해 모인 것”이라 말하자 사회자가 그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그는 “(박 조합장이 들고 나온 지명경쟁입찰에 대해) 1개의 건설사를 선정하는 수의계약이 아니다”라면서 “만약 수의계약과 같은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다면 조합원 지위를 내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곤두세웠다. 
그러자 김 전 감사가 “저 사람을 비롯해 조합 측은 입만 열만 거짓말을 한다”면서 “지금도 공청회에 나와 여기 있는 조합원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때문에 두 사람 간에 욕설과 삿대질이 오가며 이를 말리는 조합원과 김 씨에 동조해 같이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조합원들이 한데 얽혀 장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지명경쟁입찰 리베이트 오갈 우려 커 
조합장 명분 잃고 분쟁 심화될 듯 
 
한편 성 씨의 주장에 대한 반론 역시 만만치 않게 제기됐다. 한 조합원은 “내가 알기로 ‘지명경쟁입찰’을 하게 되면 ‘리베이트’가 오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박 조합장 측이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적 없어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또 신 전 이사는 “지명경쟁입찰의 경우 한 번 유찰되면 2개월씩 소요된다”면서 “일반경쟁입찰을 주장하던 박 조합장이 이를 주장하는 건 난센스”라고 비난했다. 
지난 2006년 8월 제정된 건설교통부 고시(2006-331호 시공사 선정 기준ㆍ현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명경쟁입찰의 경우 5인 이상의 대상자를 지명해 3인 이상의 입찰 참가 신청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이 경우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추정컨대 지명경쟁입찰의 경우 조합이 5개 건설사를 지명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건설사와 조합 간의 유착과 그로 인한 비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조합이 이미 시공사로 선정됐다가 박 조합장과의 갈등으로 분쟁을 겪고 있는 H건설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박 조합장은 명분을 잃게 된다. 도급순위 1위 업체를 지명에서 제외할 명분이 없는 데다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조합원 권익을 찾겠다던 그간의 주장이 그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기 때문. 
게다가 본 조합의 대의원회는 박 조합장을 지지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으로 양분돼 어떤 합의도 이룰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박 조합장이 지명경쟁입찰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이는 본 정비사업의 갈등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갈 기제로 작용하리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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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민주적 조합 운영으로 갈등 키워” 
“무식한 조합장이 사업 망쳤다” 비난 
 
이날 공청회는 이렇듯 조합원 간 주장이 엇갈리며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고 소란을 피우던 조합원이 장외로 쫓겨나는 등 본 정비사업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는 듯했다. 
소동의 클라이맥스는 신 전 이사의 발언 차례가 왔을 때였다. 그는 연단에 올라서자마자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신 씨는 이어 “조합장은 했던 말을 계속 바꿔 가면서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비민주적인 조합 운영으로 조합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그로 인한 갈등이 본 정비사업을 표류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의 총무이사로서 조합장의 독단과 그로 인한 전횡을 막지 못하고 미숙하게 조합을 운영한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조합장과 함께 사퇴하기로 합의했는데 그가 이마저 어긴 것”이라며 힘을 실어 말했다. 
그러자 한 조합원이 “사퇴한 게 아니라 쫓겨난 것”이라며 신 전 이사를 향해 고함을 쳤고, 이를 발단으로 해 장내 분위기는 험악하게 돌변했다. 한 여성 조합원이 “시끄럽게 할 거면 나가라”고 말하자 그가 욕설로 맞받아쳤고, 다른 조합원이 “어디서 욕지거리야”라며 “사과해”라고 하자 흥분한 그는 더 심한 욕설로 이에 맞섰다. 그러자 조합원 서너 명이 (신 전 이사를 비난하며 소란을 피웠던) 그를 장외로 쫓아냈고, 이 과정에서 막말이 오가고 실랑이가 벌어져 공청회장은 마치 싸움판을 방불케 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조합원은 “무식한 조합장 때문에 사업을 망쳤다”면서 “도대체 6년 동안 한 일이 뭐냐”고 한탄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세상에 이런 조합이 어디 있느냐”면서 “무엇보다 조합이 분열돼 이웃끼리 얼굴을 붉히는 걸 보니 가슴이 아프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청회 현장을 지켜본 결과 본 정비사업의 미래가 가시밭길이 될 것이란 걸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조만간 조합장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고 이에 따라 또 다른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찌됐든 조합원 가슴에 남은 분열의 상처와 쌓인 앙금은 쉽게 떨쳐낼 수 없을 듯하다. 
공청회장을 나오면서 한 조합원이 했던 말이 귓가를 스쳐 마음이 더 씁쓸해졌다. “나는 사실 (재건축 정비사업) 안 했으면 좋겠어. 이게 뭐야? 오랫동안 같이 산 이웃끼리”라며 혀를 차는 그의 모습에 마음이 무거워졌던 사람은 그 자리에 있던 조합원 대부분이 아닐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이 사업장엔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이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