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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례 개정 후 수수방관…토지등소유자만 속 탄다: 2009.10.22 17:28 입력 | 2009.10.23 16: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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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조례 개정 후 수수방관…토지등소유자만 속 탄다 
3년 전 정비구역지정 주민 제안 관련 조항 삭제 
시행 후 재산권 침해ㆍ사업 지연 등 논란 계속 
 
조례 변경 과정에서 몇몇 조항이 삭제돼 논란이 제기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 6개월이 넘도록 서울시의 수수방관이 계속되면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이하 시 조례)를 개정하는 과정에서 정비구역지정과 관련된 조항 2개가 삭제됐고, 그에 대해 재개발ㆍ재건축정비사업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시(市)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토지등소유자만 속이 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7년 12월, 서울시는 시 조례를 개정하면서 “주민 제안에 의해 정비계획을 수립할 경우 지나치게 사업성 위주로 작성돼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며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또 “시공자가 개발 이익을 과장 홍보하거나 불법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등 주민 제안을 유도해 비리를 낳기도 했다”며 “자치구에서 직접 정비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공공성도 확보하고, 비리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관할 구청 등이 정비계획을 수립하게 되면 공공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업성을 중시하는 주민들과의 충돌이 불 보듯 뻔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는 정비사업 구역 내 주민들과의 뜻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전개될 수 있어 민관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였던 것. 
게다가 일각에선 “지금도 각종 규제와 과도한 기부채납 등으로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는데, 자치구가 정비계획을 주도하게 되면 강북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사업성이 떨어져 정비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시 조례 제6조 사실상 폐지…주민 제안 어렵게 돼 
개정 조례 시행 뒤 승인 난 추진위에겐 ‘재앙’ 
 
개정된 시 조례 제6조는 ‘정비구역지정의 입안을 위한 주민 제안’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제1항은 ‘정비계획의 수립 시기가 1년 이상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계획 수립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지역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례는 개정된 이듬해인 2008년 2월 1일부터 시행됐다. 문제는 이때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개정안에서 이전 시 조례(제4550호)에 있던 관련 조항이 2개나 삭제됐고, 이를 근거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됨에 따라 정비사업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 
개정되기 전 시 조례에는 다음과 같은 3개의 조항이 기재돼 있었다. ▲도정법 제13조의 규정에 의해 승인받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관할 구청장에게 정비구역지정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토지등소유자의 경우에도 관할 구청장에게 정비구역지정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지역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동의자 수의 산정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해 영(令) 제28조의 규정을 준용하되, 법 제13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해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자는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난 2007년 개정 당시 해당 조항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법 제3조 제1항 제9호에 따른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 계획상 정비계획의 수립 시기가 1년 이상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가 정비계획의 수립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 이 경우 당해 지역 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1항의 규정에 의한 동의자 수의 산정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는 영 제28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이는 기존에 있던 제1항과 제3항의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결과적으로 규제 강화 효과를 가져와 추진위 단계에서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을 어렵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조합 설립마저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해 정비사업 이해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개정 조례가 시행된 작년 2월부터 정비구역지정 뒤 추진위를 설립하도록 도정법이 개정된 사이에 설립 승인을 받은 추진위의 토지등소유자들에겐 ‘재앙’과도 같은 일이었다. 
 
 
“왜 빠졌지?” 시 관계자 반응에 “삭제 이유 불분명” 주장 
자문 변호사, “도시정비법 취지 살려 개악 아냐” 반박 
 
일각에선 위 2개 조항이 삭제된 이유마저 불분명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J 제7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J구역 추진위)의 K위원장은 “서울시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조례 개정 당시 재개발 시장이 과열됐기 때문에 (제1항을) 삭제한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면서 “하지만 제3항에 대해서는 그 역시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문에 응한 H법률사무소의 J변호사는 “이는 K위원장의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며 “도정법의 (제ㆍ개정) 취지를 살리기 위한 차원에서 조례가 개정된 것인데 그 개정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 2005년만 하더라도 서울시가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자는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는 조항을 제정하면서까지 주민 제안형 정비구역지정 입안을 권고했던 점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정책 급선회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목소리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 주거정비과 정비계획팀에 문의한 결과, 조례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H씨는 “최근 들어 정비구역지정 입안에 대한 주민 제안을 제한하는 추세인 데다 해당 조항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개정한 것”이라면서 “대신 부칙을 둬 조례 시행일 후 1년이란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조례는 상황에 맞게 수시로 보완해 개정하는 만큼 문제가 있다면 검토 후 개정할 것”이라고 말해 조례 개정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J변호사 역시 이를 두고 “1년의 유예기간이 짧은지에 대한 논의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와 같은 조례 개정은 도정법의 취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된 것이지 ‘개악’된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주민 제안 가능한 예외 지역서 문제 제기 공산 커 
전문가들 “예외 지역일 뿐”ㆍ“시기상조” 의견 내 
 
개정된 조례가 정비구역지정을 어렵게 만들어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새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비계획의 수립 시기가 1년 이상 경과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못한 경우에 입안을 제안할 수 있는 사업장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경우에는 당해 지역 토지등소유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조례 개정 전까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의 추진위는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비율을 정비구역지정의 입안 제안에 동의한 비율로 간주해 관할 구청에 정비구역지정을 요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 조례 제6조 제3항이 개정 당시 삭제되면서 이미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토지등소유자의 비율을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없게 돼 처음부터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예를 들어, A추진위가 추진위 구성에 토지등소유자 70%의 동의를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조례 개정 전에는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에 필요한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율이 약 67%이기 때문에 이 동의율만 가지고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을 할 수 있었다. 설령 추진위 구성에 51%의 동의만 받았다고 해도 입안 제안을 위해서 약 16%포인트의 동의만 더 받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됐고, 동의율 ‘0%’에서 시작해 ‘67%’까지 채워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자문에 응한 P로펌의 P변호사는 “이는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 계획상 정비계획의 수립 시기가 1년 이상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되는 예외 규정”이라면서 “이에 해당하는 사업장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지만 일부의 우려처럼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제3항이 삭제된 것 역시 제1항이 삭제된 데 따른 것이므로 이 문제는 추후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소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J변호사 역시 “조례 개정으로 정비구역지정에 어려운 점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시 조례는 도정법의 취지에 맞게 개정됐기 때문에 정비구역지정이 어렵게 된 점은 재정ㆍ인력 등의 관점에 초점을 둬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주민 제안을 법에 규정토록 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논의 정도는 가능해 보인다”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J구역, “조례 개정 탓에 사업 난항” 불만 토로 
“조례 개정안 시행 후 승인받은 추진위 해당 없다” 
 
반면 J구역 추진위의 K위원장은 “지난 4년간 50%의 동의서를 징구했다”면서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을 위해 67%의 동의를 받으려면 앞으로 몇 년을 더 소비해야 할지 모른다”며 “이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해당 정비사업장의 경우에 지난 2004년 6월부터 사업 추진을 위한 동의서 징구가 시작됐고, 지난해 10월에서야 추진위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해 7월 추진위 설립 승인 신청 당시의 동의율은 약 51%. 시 조례가 개정되면서 관련 조항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해당 추진위는 시 조례 제6조 제1항에 따라 추진위 승인을 받은 이후에 바로 정비구역지정 입안 제안을 할 수 있었다. 
가령 제2항에 따라 동의율(토지등소유자의 3분의 2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해도 제3항에 의거해 16%포인트 정도의 동의율만 추가로 받으면 그만이었지만 현재는 이마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게다가 일종의 유예 조항으로 기대를 모았던 개정 조례의 부칙(附則)마저 ‘숨겨진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시 조례 부칙 제2항은 ‘제6호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 조례 시행 전에 승인된 추진위는 이 조례 시행일로부터 1년 이내에 종전 규정에 따라 정비구역지정의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개정된 조례가 지난 2008년 2월부터 시행에 들어갔으므로 그 이전에 추진위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올해 2월까지 이전 조례를 바탕으로 입안 제안을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J구역 정비사업장의 경우엔 추진위 승인을 2008년 10월에 받았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결국 조례 개정 시 삭제된 2개의 조항과 유예 조항이라 할 수 있는 부칙마저 ‘족쇄’가 돼 J7구역 정비사업장과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생겨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 J변호사는 “부칙에 따라 개정 조례 시행 전에 승인받은 추진위는 조례 시행 후 1년 이내에 제안할 수 있었고, 그에 해당하는 추진위가 유예기간 중 제안하지 못했다면 그 기간이 짧다고 말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조례 개정 후 승인받은 추진위는 아예 개정 전 조례가 적용되지 않는 것이므로 개정 전 1ㆍ3항을 운운할 필요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물론 제3자는 이 문제에 대해 ‘개정안 시행 후 승인이 난 추진위가 시기적으로 운이 없었다’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바라볼 수 있다. P변호사 역시 “상위 법령인 도정법이 ‘주민 제안’을 도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정 조례가 시행된 이후에 승인을 받은 추진위의 주민 제안 문제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건 신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제의 목적이 그것의 적용을 받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한 것인 만큼 그것의 개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겼다면 당사자인 서울시가 나서서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중론이었다. 
 
 
조례 시행 따라 희비 엇갈린 사업장 많아 
추진위 대응에 한계 있어…市가 나서야 
 
개정된 시 조례가 시행된 지난해 2월을 기점으로 개정안 적용 여부에 따라 울고 웃는 사업장이 생겨나면서 그에 따른 상반된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개정안을 적용받게 된 추진위 등은 사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되면서 울상을, 새 조례 시행 전 정비구역지정 등을 마친 추진위 등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 것. 
일례로 동대문구만 보더라도, J구역 추진위는 추진위 승인도 받기 전에 해당 조례를 적용받게 돼 정비구역지정을 제안조차 못하고 있다. 반면 인근 J 제5구역, N 제8구역, C 제8구역 등의 추진위는 조례 개정 전에 정비구역지정을 제안해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자문에 응한 법률 전문가 C씨는 “시 조례가 개정된 시점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데 대해 불편한 점이 없지 않다”면서도 “개정된 조례 때문에 피해를 보는 추진위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성이 떨어지는 추진위가 ‘시 조례 개정’이란 외부 변수를 예측하기란 더더욱 어렵다”면서 “일부 추진위가 말하는 ‘형평성’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시 차원에서 이 문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시, 조례 미비점 고친다며 5년간 16번 개정 
“피해 추진위 고려해 조속히 개선해야” 의견 ↑ 
 
지난 2003년 12월에 제정된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는 올해 1월까지 총 16차례(부칙 및 타 법규 개정 포함)나 개정됐다. 서울시는 그때마다 ‘현실 여건에 맞게 조정하는 등 조례 운영상 미비한 점을 개선ㆍ보완하기 위해서’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언급했던 제6조와 연관된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에 최근 들어 개정된 조례 시행에 따라 정비구역지정을 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보고 있는 추진위를 생각해서라도 서울시가 조속히 이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J구역 추진위의 K위원장은 “(제6조의 제1항과 제3항) 두 조항 모두 살아나면 좋겠지만 제1항만이라도 되살아났으면 좋겠다”며 그의 바람을 피력했다. 
 
 
경기도 조례와 달라…시장에 혼선 
정비사업 이해관계자 맘 헤아려야 
 
한편 서울시 조례가 동일한 내용에 대해 경기도 조례와도 맞지 않아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올 6월 개정된 경기도의회공고 제2009-24호 제6조에는 정비구역지정의 입안을 위한 주민 제안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제1항은 ‘도정법 제13조에 따라서 승인받은 추진위는 관할 시장ㆍ군수에게 정비구역지정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다’고 돼 있고, ▲제3항은 ‘토지등소유자의 동의자 수 산정 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해 영(令) 제28조의 규정을 준용하되, 법 제13조 제2항에 따라서 추진위 구성에 동의한 자는 정비구역지정의 입안 제안에 동의한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2007년 12월에 개정되기 전의 서울시 조례와 거의 동일하다. 같은 내용을 놓고 시도(市道) 간 다른 법제를 적용하고 있는 것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법률 전문가 C씨의 의견이었다. 또한 이것이 야기하는 시장에서의 혼란은 정비사업을 더욱 혼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서울시 조례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J변호사는 “경기도 조례가 반드시 옳다고 볼 수 없다”면서 “만일 정비구역지정 자체에 불만이 있는 토지등소유자가 제소한다면 경기도 조례는 ‘위법하다’는 판단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P변호사는 “그렇다고 해도 동일 사안을 놓고 시도 간 법제가 다른 데서 오는 일선 현장의 혼선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 문제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며 개선 움직임에 힘을 실었다. 
서울시는 재개발정비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해 그만큼 사업 기간을 단축하려는 시 조례 제6조의 본래 취지를 되새겨 보고, 조례 개정으로 속병을 앓고 있는 정비사업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헤아릴 필요가 있다. 그것이 시(市)도 살고, 조례 때문에 속이 시커멓게 탄 토지등소유자들 모두가 사는 길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왜 개정했나?] 
도시정비법상 시장ㆍ군수의 권한 침해 바로잡고 
중구난방 제안 따른 난개발 우려도 불식코자 
 
서울시는 해당 조항을 왜 개정했을까. 이는 시 조례가 상위 법령인 도정법과 충돌하기 때문에 이를 법에 부합하게 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로 보인다는 게 자문에 응한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도정법은 제4조 제1항에 ‘시장ㆍ군수는 기본 계획에 적합한 범위 안에서 노후ㆍ불량 건축물이 밀집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요건에 해당하는 구역에 대해 (중략)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은 후 이를 첨부해 시ㆍ도지사에게 정비계획을 신청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 역시 ‘대도시의 시장은 시ㆍ도지사에게 정비구역지정을 신청하지 아니하고 직접 정비구역을 지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정비계획의 수립 및 지정을 시장과 군수의 권한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시 조례에서는 그동안(개정안 시행 전까지) 추진위 또는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정비구역지정에 대한 입안을 제안할 수 있는 제안권을 부여해 왔다. 추진위 등에게 입안 제안권을 부여한 것은 시장ㆍ군수로 하여금 일종의 직권 발동을 촉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AM로, 이는 도정법에 그 근거가 없는 것이다. 
물론 주민 제안이 있다고 하더라도 시장ㆍ군수가 정비구역지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안권이 인정됨으로써 추진위 등이 그 비용을 들여 도시계획 업무 등을 미리 수행했기 때문에 시장ㆍ군수의 입장에서는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용이하게 정비구역지정을 할 수 있었던 터라 이 제도가 나름대로 이용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비구역지정에 관한 업무가 시장ㆍ군수의 권한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주민 제안대로 정비구역이 지정됨으로써 그 권한 부여 취지가 무색해지는 문제점 등이 발생하면서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더구나 정비구역지정 전에 추진위가 먼저 설립되면서 ‘사실상’ 추진위가 정비구역지정에 관한 권한을 대행하는 기이한 현상이 만연하게 됐고, 이 역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중구난방(衆口難防)식 제안에 따라 정비구역지정이 이뤄짐으로써 난개발에 가까운 형태로 정비사업이 진행돼 도정법의 입법 취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이 때문에 현행 도정법은 정비구역지정 후에 추진위를 설립하도록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결국 도정법 본래의 취지에 맞게 정비구역지정은 시장ㆍ군수가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시 조례가 개정된 것으로 본 사안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정비구역지정 전에 추진위를 설립하는 것을 차단하고, 추진위 설립 동의가 정비구역지정 동의로 의제(擬制ㆍ본질은 같지 않지만 법률에서 다룰 때는 동일한 것으로 처리하여 동일한 효과를 주는 일. 민법에서 실종 선고를 받은 사람을 사망한 것으로 보는 따위)될 수 없는 것이므로 시 조례 제6조는 개정되었다기보다는 사실상 ‘폐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제1항과 제3항을 비롯해 제2항도 사실상 ‘삭제’된 것이고, 다만 개정의 형식을 빌렸을 뿐이라는 것이 자문에 응한 J변호사 등의 공통된 견해였다. 
그리고 개정된 조례가 ‘단계별 정비사업 추진 계획상 정비계획의 수립 시기가 1년 이상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비계획이 수립되지 아니한 경우’에 입안을 허용한 것에도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막연히 시장ㆍ군수가 정비계획을 수립해 주길 기다릴 경우 그에 따른 민원 발생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기에 이 경우에는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제안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란 얘기. 
또 개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칙 제2항에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이를 놓고 크게 문제를 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