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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재건축 업체선정 입찰보증금 ‘문제 많다’: 특정회사 사업수주 위한 임시방편으로 활용; 2009.10.14 15:09 입력 | 2009.10.16 12:12 수정

김소원 기자

‘금액상승=사업비상승’ 조합원 피해만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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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 용인의 한 재개발사업조합이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두고 때 아닌 입찰보증금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은 얼마 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해당 조합이 시공사선정을 위한 내부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도급순위 10위권 내의 L건설사가 소위 ‘관리’를 해 온 일부 임직원과 대의원들이 수십억에 달하는 과다한 입찰보증금을 입찰조건으로 내세울 것을 요구하면서 벌어졌다.
 
갑론을박의 논쟁 끝에 “결국 조합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특정건설사에게 유리하게 작용될 소지가 있는 과다한 입찰보증금은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단의 불씨는 꺼진 듯 보이지만, 이를 계기로 시공사선정 시 입찰참여 조건으로 제시되는 입찰보증금제도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시공사선정을 위한 입찰보증금제도의 실태를 살펴보고, 그 용도와 합리적인 산정기준과 금액, 산정방법 등에 대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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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찰보증금제도의 목적 = 입찰보증금 제도는 원래 입찰참가자들에게 보증금을 미리 납부하도록 해 낙찰자가 계약체결을 거절할 경우에 대비하고자 한 것이 목적이다. 계약체결 거절 시 그 보증금을 몰수함으로써 부실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한 것이다.
 
다시 말해 경쟁입찰 하는 참가자에 대해 성실한 의무이행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재정비사업의 경우 통상적으로 현금납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용인의 A재개발사업조합의 경우에서 나타난 것처럼 그 금액에 대한 별도의 산정기준이 없어 특정업체를 선정하거나 배제하기 위해 필요이상의 높은 금액을 설정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
 
◆ 지나치게 높은 금액이 문제 = 특히 재개발의 경우 입찰보증금은 과거 통상 3~5억 원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2006년 8월 25일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 개정을 앞두고 많은 조합들이 시공사선정을 서두르면서 천정부지로 올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때 올랐던 입찰보증금은 이후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해 오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입찰보증금은 입찰 당일에 납부하고, 시공사선정이 완료된 이후에 반환하게 된다. 따라서 입찰에 참여하는 시공사는 통상 1개월 이상 수십억 원의 자금조달 및 이자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건설사는 공사비 산출시 모든 투입비용의 금융비용까지 감안해 손익분석을 하고 이를 토대로 공사비를 산출해 제시하게 된다. 입찰보증금이 상승할 경우 당연히 어떤 이유로든 공사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바로 조합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대답이다.
 
◆ 높은 보증금액, 부실계약으로 = 또 다른 문제는 입찰보증금이 과다하게 높을 경우 많은 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해 결국 부실계약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통상 입찰공고가 되면 영업팀은 견적팀에 해당 조건에 대한 데이터를 넘겨 사업에 대한 수지계산을 한다. 그 후 임원투자심의를 거쳐 최종 입찰참가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그 기간은 통상 일주일~한달 정도 소요된다는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제는 여기에 과다한 입찰보증금까지 겹치게 되면 사업 참여에 대한 결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잘 알고 있는 시공사들의 경우 다른 시공사들을 배제하기 위해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제한경쟁입찰의 방식이 있지만 도급순위 5위권 혹은 10위권 밖의 건설업체의 경우 마땅히 상위순위의 업체를 배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입찰보증금을 높이는 방법을 쓴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이번 용인A구역의 경우에도 도급순위가 낮은 업체가 5위권 업체들을 배제하기 위해 입찰보증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도록 일부 임원과 대의원들을 상대로 미리 ‘작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입찰보증금이 지나치게 높을 경우 대부분의 업체들이 입찰을 포기해 결국 특정시공사나 업체와 조합 간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공사비 등 각종 용역비 과다산정 등 조합원 피해가 천문학적인 액수로 급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관련자들의 주장이다.
 
◆ 금융사고 시 피해구제도 문제 = 극히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입찰보증금의 경우 조합집행부와 시공사간 상호견제와 통제에 의한 비용집행이 어려워 금융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도 논란꺼리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가 불가피해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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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산정 시 법적 분쟁 소지도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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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이 과다하게 책정될 경우 법적인 분쟁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장관고시 2006-331호로 지난 2006년 8월 25일 제정된 정비사업의 시공사선정기준 제4조제1항에 따르면 ‘조합․건설업자 등 입찰에 관계된 자는 입찰에 관한 업무가 자신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되어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이해충돌의 방지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2항은 ‘조합임원 및 대의원은 입찰에 관한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직무의 적정성을 확보해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으로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찰보증금 등에 대한 구체적인 제한규정을 두지 않아 이 제도가 악용돼 왔다는게 관련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재정비사업 전문가인 K씨는 “별도의 제한규정은 없지만 입찰보증금을 과다하게 책정할 경우 자금압박을 통해 자신들이 원치 않는 업체를 배제할 가능성이 커 공정성 결여에 따른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어, 만의 하나 선정행위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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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보증금 산정기준 마련 시급하다”
운영비․기투입금액․총회비부담 등 기준 필요
논란 차단 위해 이행보증증권으로 대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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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입찰보증금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다양한 방법의 산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입찰보증금 책정이유가 불량업체의 입찰을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 외에 조합운영비를 충당하려는 보다 본질적인 목적이 전제되고 있기 때문에 아예 이러한 목적에 부합하는 산정기준을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화취재에 응한 재정비사업 관계자 J씨는 “조합의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것이 운영비 부분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아예 운영비를 기준으로 한 입찰보증금 산정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업체선정에서 사업완료시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매달 지급해야 할 금액을 명시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또 다른 관계자 S씨는 조합의 운영비와 이미 사용한 사업비용 등을 감안해 입찰보증금을 책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는 “용역비, 총회경비, 협력업체의 기투입비용, 시공자계약 시까지의 운영비 등을 감안한 입찰보증금 산정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조합운영비 중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총회비용을 입찰보증금 산정 기준으로 제시한 경우도 있었다. 정비업체 관계자인 J씨는 “사안이 다르기는 하지만, 최근 업체선정 시 총회비용을 선정된 업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보편화돼 가고 있다”며 “시공자선정총회의 경우에도 입찰보증금을 총회에 소요되는 비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취재에 응한 재정비사업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어떤 경우에도 입찰보증금은 수억 원이면 충분하다. 통상 정상적으로 조합이 운영돼 왔다고 가정할 경우 시공사선정총회 이전, 조합이 집행한 제 비용을 감안하고, 1년간 조합운영비를 포함시켜도 10억 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게 이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최근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둔 대부분 조합들의 공고문을 보면 입찰보증금이 10억 이하인 경우가 거의 드물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최근 입찰보증금 과다책정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일부 조합들이 현금비중을 낮추고 이행보증증권으로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시공사 담당자인 S씨는 “국가를 대상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 입찰보증금을 현금 이외에 금융기관의 지급보증서나 보험사업자의 보증보험증권,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공제조합의 보증서, 정기예금증서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음을 감안해 입찰보증금의 현금납입 비중을 줄이고 보증방법을 다양화하도록 하는 개선방안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금으로 납입하게 되는 입찰보증금은 위에서 언급한 일정기간동안의 조합운영비나 기투입비용, 총회비용 등을 감안한 금액으로 하고, 나머지는 원래의 취지를 살려 이행보증증권으로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조합입장에서는 입찰보증금 원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고, 시공사의 입장에서는 과다한 입찰보증금에 따른 비용부담을 덜 수 있어, 이에 따른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신용평가 C부장도 “참여업체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입찰보증금은 조합에 귀속되며, 금액에 대한 부분은 업체에 구상권을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보증서만으로도 입찰보증금제도의 취지는 충분히 살릴 수 있고 논란을 충분히 잠재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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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정기준 마련해야’ 주장, 일부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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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토해양부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기준’에 입찰보증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들은 전체사업비의 일정 비율을 입찰보증금으로 제시하든지, 아니면 시공사 등 참여업체의 현금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액의 일정비율은 보증보험 등으로 제출할 수 있도록 반드시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현금납입이 관행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일부 현장에서처럼 입찰보증금이 과다할 경우 그에 따른 비용증가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전가되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소원 기자 songyc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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