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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대상지가 ‘누더기’정비구역 만든다: 2010.01.26 16:39 입력 | 2010.01.27 03:03 수정

연속기획-인천 협의대상지 문제점

 
협의대상지가 ‘누더기’정비구역 만든다
사업성 저하 알박기 조장 ‘빨간불’
진․출입로 설계 구역지정에 어려움

 
인천시가 개발예정지를 미리 파악해 쾌적한 도시를 만들고자 계획했던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재개발구역 주민과 상가소유 주민 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만들어진 협의대상지가 오히려 인천시 전역 정비사업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의대상지에 묶여 인천시 구역 중 대부분이 정비구역 지정부터 사업시행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상가주민과의 협의가 어려워 협의대상지를 제척하고 정비구역을 지정하다보니 도심 재개발이 취지에서 벗어나 도시를 ‘누더기’로 만드는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해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간석초등학교 주변지역을 비롯해 6개 주택재개발 구역지정안을 심의했고 이 중 4개 구역의 경계가 모두 들쭉날쭉하게 설정됐다.
 
남동구 간석동 간석초교 주변 구역의 경우 구역을 가로지르는 도로 양 옆의 상가들이 대부분 개발구역에서 제외되고 식당과 미용실, 문구점, 세탁소 등 서로 면적이 다른 시설들이 빠지면서 직사각형 모양이어야 할 구역이 ‘이빨 빠진 듯’ 일그러진 모양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전체 21만8천900㎡로 설정된 구역이 두 개로 완전히 분리됐다. 이유는 어떤 건물은 아직 철거할 만큼 낡지 않았고 다른 상가들은 주인이 개발을 반대해서다.
 
당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재개발 구역에서 빠진 곳은 대부분 상업지역”이라며 “재개발 조합이 여기를 포함해 개발하려면 큰돈을 들여 땅을 사야하는데 그러면 사업성이 도저히 안 나온다. 그래서 구역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인천시가 협의대상지를 만들어 합법적으로 알박기를 조장하는 꼴”이라는 비난여론이 거센 이유다. 
 
인천시 서구 석남동 석남 5구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2006년 8월 시의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정비 예정구역으로 반영될 당시 6만9천700㎡이던 면적이 5만8천652㎡로 줄어들었다.
 
C이비인후과, H빌딩, K안과 등 구역을 둘러싸는 간선도로 변에 자리한 상점들이 구역에서 제외되면서 1만1천㎡ 가량이 빠져나갔다. 같은 서구 석남 1구역 역시 도로 변 건물들이 제척된 탓에 정비 예정구역 반영 당시보다 면적이 1만4천300㎡ 줄었고 인근 석남 3구역도 5천200㎡가 빠져나갔다.
 
이 4개 구역은 모두 시가 개발 전에 구역설정의 타당성을 따진 뒤 체계적 개발을 유도하자며 2006년 8월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 반영해놨던 곳이다. 협의대상지로 인해 구역지정이 ‘누더기’로 난 곳은 이 뿐만이 아니다. 
 
본지에서 지난 호에 ‘누구를 위한 협의대상지인가’에서 다뤘던 학익3구역은 전체 면적 10만800㎡ 중 협의대상지가 2만2000㎡로서 협의대상지가 구역을 둘러싸고 있는 형태기 때문에 진·출입로를 설계하거나 구역지정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다. 
 
도화4구역은 협의대상지에 의해 사업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협의대상지가 1만4700㎡로 전체면적의 30%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1만여㎡가 정비구역 대상에서 제외됐다. 도화4구역의 경우 협의대상지내 대부분의 곳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업성이 대폭 낮아지게 된 셈이다.
 
도화4구역은 당초 순기부채납 15%와 시유지를 포함해 33%를 기부채납함으로써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최고 35층 높이로 5개동 850∼900세대를 신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협의대상지 대부분이 제척되면서 당초 300%로 계획했던 용적률이 250%로 낮아지고 신축세대수가 600여 세대로 대폭 감소하게 됐다. 도화4구역의 경우 세대수가 작아 출입구는 15m 도로에만 연결하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완충차선이 규정 40m에 못 미칠 수 있어 향후 교통영향평가에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우려되는 상황이다. 
 
인천시에서 협의대상지로 인해 누더기 모양의 구역지정, 사업성 피해 등 갖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법마련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협의대상지 논란 해법은? = 전문가들은 “협의대상지를 제척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될 수 없고 누더기 정비구역, 사업성 저하 등의 문제가 반복될 뿐이다”고 입을 모았다. 협의대상지를 제척하고 구역지정을 한 후 조합을 설립한 뒤 구역지정을 다시 밟을 경우 협의대상지로 생겨난 갈등을 그대로 안고가기 때문이다. 
 
누더기 구역지정은 협의대상지를 제척하고 구역지정을 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협의대상지에 대한 뾰족한 해법이 마련돼지 않으면 인천 도심 재개발사업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취재에 응한 전문가 L씨는 “인천시에서 많은 일선 추진위가 협의대상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담당관청이 해법마련에 조속히 나서는 수 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대상지로 인한 어려움을 담당관청과 일선 추진위의 노력으로 극복한 대표적인 곳이 계양1구역이다”라며 “현재 인천시는 협의대상지 논란 때문에 도심 재개발사업에 행정력이 반드시 필요한 지역이다”고 전했다. 
 
계양1구역은 전체면적 122,500㎡중 협의대상지가 7,580㎡로서 구역지정을 둘러싸고 잰걸음을 반복하던 곳이었다.
 
계양1구역 공기웅 조합장은 “기본계획 발표 때부터 단지 진입로나 구역모양 등 협의대상지로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며 “가장 큰 문제는 합법화된 알박기가 공공연하게 일어나 사업시행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어 “추진위 당시 인천시에 의견을 제시했으나 뾰족한 해법이 나오지 않았고, 시에서는 각 구에 협의대상지에 대한 문제를 위임한다고 밝혔다”며 “구의회 의원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구청 도시계획국장 및 구청장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협의대상지를 구에서 구역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현재 계양구에는 조합설립 단계까지 진행된 곳이 총 4곳으로 모두 협의대상지를 구역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는 것이 공기웅 조합장의 설명이다. 
 
인천시 재개발 구역의 한 추진위원장은 “계양1구역의 경우 구청장의 결단과 추진위의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이룬 것”이라며 “인천시에서 언제 불거질지 모르는 협의대상지 문제는 담당관청이 적극적인 자세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천시 남구청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대해 “협의대상지는 제척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협의대상지 주민의 동의가 없이는 강제편입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어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요원한 상태다. 구 관계자는 “구에서 해결을 해 줄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해주겠지만 구가 강제로 포함시킬 권한이 없다”며 “진출입로 문제는 향후 교통영향평가 등을 통해 고려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협의대상지 문제를 시나 구가 직접 해결할 수 없다면 협의대상지를 전면 재고하는 것이 맞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도화4구역의 한 주민은 “구도심 재생사업은 주택지이든 상업지이든 현저하게 노후되고 낙후되어 재개발을 필요로 하는 지역을 타당성 조사를 거쳐서 기본계획구역을 정하고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발표한 지역이다”며 “예정구역 평수 안에서 또 다른 선을 그어 구역을 쪼개서 갈라놓는 것은 행정편의적인 발상이기 때문에 협의대상지를 전면 재고해야 옳다”고 말했다. 
 
행정에 있어서는 현장 실무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현실을 반영한 전문행정이 필요하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