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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로 8년 ‘숙원’ 풀었다: 2010.03.10 10:02 입력 | 2010.03.10 15:50 수정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로 8년 ‘숙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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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필요하다는 안전진단 결과가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강남구는 지난 5일 ‘안전진단자문위원회(위원장 김정태 경희대 교수)’를 개최해 정밀안전진단 용역 결과를 검증하고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판정은 건축물의 노후가 심해 즉시 퇴거 또는 철거가 시행되는 ‘재건축’ 판정과 달리 구청 등에서 시기 조정 등의 조건을 붙일 수 있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이다.
 
정밀안전진단 결과는 건물의 구조안전성(40점),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30점), 주거 환경(15점), 비용 분석(15점) 등 4개 분야를 평가한 최종 점수(총점: 100)가 ▲30점 이하(E등급)면 통과(재건축), ▲31~55점(D등급)이면 ‘조건부 재건축’, ▲56점 이상(A∼C등급)이면 유지ㆍ보수 등으로 나눠진다.
 
위원회에 앞서 실시된 정밀안전진단 용역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31년이 경과돼 구조체 및 설비 배관 등이 노후됐고 주차시설 부족과 소방활동 장애 등 주거 환경이 열악해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안전진단 시행업체인 한국시설안전연구원이 산정한 은마아파트의 최종 성능점수는 50.38점으로 ‘D등급’이다. 이날 위원회가 이를 수렴함에 따라 은마 재건축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 수 있게 된 셈이다.
 
은마아파트 안전진단은 이미 지난해 10월 재건축을 위한 1차 관문인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바 있어 적어도 ‘조건부 재건축’ 정도는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이날 결정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지난 1979년 지어진 후 10년 가까이 추진해 온 재건축 사업에 활로를 찾을 수 있게 됐다. 총 4424가구인 은마아파트는 강남의 대표적인 노후 아파트 단지로 지난 2003년 12월, 재건축 추진위원회(추진위)가 구성됐으나 주민 갈등과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개정ㆍ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안전진단 주체가 재건축 추진위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변경되면서 지난해 10월에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갔다.
 

◆ ‘조건부 통과’의 의미는?
은마아파트가 이번 안전진단에서 받은 ‘조건부 통과’ 판정은 관할 구청장이 재건축 사업 추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청장이 재건축 아파트의 철거가 일시에 몰리지는 않는 지, 지역 주택 매매가가 지나치게 오르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사업 추진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비계획 수립과 조합설립인가 시점 등을 결정할 수 있는 단순 ‘통과’와는 다르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대부분 ‘조건부 통과’가 사실상 ‘통과’와 다름없다고 해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A씨는 “지금까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라는 결과가 몇 차례 나왔지만 구청장이 실제로 ‘조건’을 단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구청장이 주민들의 재산권에 반하는 ‘행동’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강남구가 안전진단 용역을 앞둔 지난 1월 별도의 공청회를 열어 국토해양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할 정도로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이었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에 힘을 싣고 있다.
 

◆ 향후 추진 계획
이번 안전진단 통과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인가→관리처분인가→이주 및 철거 등의 절차를 남겨 놓게 됐다. 이곳 토지등소유자들은 올 하반기부터 정비계획 수립과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밟아 내년에는 조합 설립 및 인가, 사업시행인가 등의 절차를 진행해 사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예정이다.
 
하지만 입주까지 앞으로 최소 5년가량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안전진단보다는 소형평형 의무비율, 조합원 분담금 문제 등이 실제 걸림돌이어서 사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지 미지수다.
 
강남구 관계자는 “향후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이 주변 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경우 그 시기를 조정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그 외에는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용적률 및 층수, 건폐율 등을 결정하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지정, 조합 설립 등의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관계자도 “5~6월 중에 주민총회를 열고 조합 설립을 위한 단계를 밟아 나갈 것”이라며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오는 2015년쯤 신축 아파트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은마 재건축, 강남 재건축 ‘불’ 지필까?
은마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함에 따라 이것이 강남 재건축에 미칠 영향을 놓고 벌써부터 의견이 분분하다.
 
은마 재건축은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 활성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강남을 중심으로 한 재건축 시장은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에 용적률 상향, 세대수 제한 완화, 한강변 아파트 초고층화 추진 등 연이은 호재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은마아파트와 같이 재건축 연한을 넘긴 중층(10층 이상 15층 이하)아파트 단지는 총 65개 단지, 4만9582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 ▲강남구는 26개 단지, 1만7782가구 ▲서초구는 33개 단지, 1만8437가구 ▲송파구는 6개 단지 1만3363가구다.
 
이들 가운데 은마아파트와 비슷한 사업 단계로 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는 단지는 40개 단지, 3만5076가구로 전체의 70%가 넘는다. 은마의 안전진단 통과로 ‘안전진단 통과 불가’ 공식이 깨짐에 따라 이들 단지들도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잠실 주공5단지,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등 강남권 ‘노른자위’ 땅에 위치한 중층 재건축 단지들이 잔뜩 고무된 분위기다. 은마 재건축 사업을 계기로 이들 단지의 재건축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는 내달 중 추진위가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잠실 주공5단지는 곧 안전진단 통과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 권 모 씨는 “이미 재건축 ‘재료’가 모두 반영돼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면서도 “잠실 주공5단지 등 서울시내 고밀도 지구 13곳에 위치한 유사 조건의 중층 재건축 단지들의 경우 순차적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 후 가장 기대되는 단지 가운데 하나로 잠실 주공5단지를 꼽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실 주공5단지의 상황이 여러모로 은마와 비슷한 데다 대지지분이 커 수익성 면에서 잠실 주공5단지가 은마보다 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잠실 주공5단지 115㎡(35평ㆍ1평=3.3㎡)의 대지지분은 80.99㎡(약 24평)에 달해 은마 112㎡의 53.88㎡(약 16평)보다 훨씬 크다.
 
이밖에 서초구 반포ㆍ잠원동 일대 등의 중층 아파트 단지들도 이번 은마 호재의 영향을 받는 수혜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들 지역은 서울시의 ‘한강 공공성 회복 프로젝트’ 추진과 재건축 때 가구 수 제한 완화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개선된 제도에 따라 용적률 상향 등 설계 변경이 잇따르고 있고 주민 동의율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집값 상승? ‘은마’는 “부정적”, 他단지는 “글쎄”
이번 안전진단 통과로 은마아파트 재건축의 앞날에 장밋빛 청사진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은마아파트에서 시작된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부동산 시장에 미칠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데다 가격 상승에는 별반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 김 모 씨는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집값을 주도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안전진단 통과라는 재료만으로도 재건축 시장이 다시 출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재건축 시장이 조정 국면에 있는 만큼 과거 호황기 때와 같은 급격한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김 씨 등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은마아파트의 안전진단 통과로 최근 잠잠해진 재건축 시장이 다시 한 번 꿈틀거릴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고 중층 재건축의 수익성이 저층 재건축보다 떨어지는 만큼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장 전체가 요동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얘기다.
 
이는 ‘안전진단 통과’ 발표 후에도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인근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매도 호가가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라는 호재가 은마아파트 가격을 올리기는커녕 인근 단지들의 경우 외려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은마의 경우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팔겠다는 사람만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호가는 뛰었지만 실제 거래를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 집값이 크게 오를 가능성은 낮다”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건축에 대한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은행에 예금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자수익보다 적을 것이란 예측이 줄을 잇고 있다. 업계 관계자 권 모 씨는 “은마아파트의 시세는 이미 재건축을 통해 예상되는 개발 이익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는 상태”라며 “재건축 후 가격이 크게 오른 반포 주공2~3단지와 달리 급격한 집값 상승은 어려울 듯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반면 잠실 주공5단지 등 그동안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재건축 예정 단지들의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은 커졌다는 예상도 줄을 이었다. 업계 관계자 김 모 씨는 “이미 가격이 많이 치솟은 상태라 수요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어 급상승 가능성은 낮고 오름폭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다만 인근 중층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사업 절차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은 배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각종 규제 때문에 곧바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도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업계 관계자 박 모 씨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이라든지 조합원 분담금 문제 등의 현안들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일사천리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현행 재건축 방식으로는 신축 아파트의 20%는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으로만 지어야 한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6㎡ 2674가구 ▲84㎡ 1750가구로 구성돼 있어 일부 조합원들은 재건축 후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오히려 작은 평형에 입주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전용면적을 10% 늘리는 ‘1대1 재건축’을 하면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피해 갈 순 있지만 단지 전체가 중형 아파트만으로 채워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아파트 소유주 입장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추가부담금을 내면서까지 재건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은마아파트 소유자들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2억 원을 넘을 것이란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 그 밖의 걸림돌은?
대다수 전문가들이 은마아파트발(發) 집값 급등은 없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와 달리 투기 수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건축에 따른 개발 이익이 적을 것이란 예상 때문에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관계 당국이 은마 재건축 이해관계인들의 규제 완화 요구를 받아들여 기존 규제를 풀 경우 투기 수요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은마 재건축이 인근 전세 시장을 자극해 전세난을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도 있다. 4000가구가 넘는 주민들이 이주해야 하는 만큼 대규모 전세 수요가 발생하게 되고 은마아파트 주변에 이를 받아줄 만한 공급처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이곳 주민들은 오랫동안 ‘강남’ 한복판에 살아온 데다 대부분 자녀 교육 때문에 이곳에서 살고 있는 만큼 강남을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이 정도 전세 수요를 받아줄 만한 곳이 강남권에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당연히 ‘No’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주민들은 물론 타 지역으로부터의 전세 수요가 끊이질 않는 지역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인근 대치ㆍ도곡은 물론 서초ㆍ송파구 등의 전세시장이 요동칠 확률이 높다”며 “당국에서 은마 재건축뿐만 아니라 이 일대 재건축 등의 시기를 세밀히 조정하든지 이주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별도의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다. 이유는 4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단지인 만큼 사업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 간 갈등을 조율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 첫째로 꼽힌다.
 
실제로 은마 재건축 추진에 필요한 의사 결정에 28개동 4424가구뿐 아니라 30여 개 상가 조합원 2/3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게다가 현재 이곳은 상업용지 전환을 추진하는 모임, 단지 내 공용부지 소유권 환수를 요구하는 ‘은마 재산 찾기 추진위원회’ 등이 재건축 추진위 측과 대립 중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5일 발표된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4.9% 상승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재건축을 통한 개발 이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공시가격 상승으로 보유세마저 증가해 은마아파트에 거주하는 데 드는 비용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5억8800만 원에서 올해 7억2200만 원으로 오른 은마아파트(101㎡ 기준)는 보유세가 지난해 93만7440원에서 121만8672원으로 30%가량 오르게 된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