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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시공사선정 ‘극한’으로 치닫나?: 2010.03.10 10:06 입력 | 2010.03.20 00:58 수정

건설사 포섭 ‘손길’ 일반조합원에도 뻗쳐
“일반경쟁입찰” vs “제한경쟁입찰”

 
둔촌 주공아파트(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170-1번지 일대ㆍ이하 둔촌주공) 재건축의 시공권 수주전이 ‘점입가경’이다.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혼탁 양상을 넘어 극한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은 신축 세대수가 9000가구가 넘는 강남권 최대 재건축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이유로 이곳의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대형 건설사들이 ‘무한’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고됐던 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조합설립인가가 난 후부터 우려했던 수준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건설사들이 입찰 공고가 나기도 전부터 이곳에 들어와 대의원들을 포섭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모자라 그 ‘손길’을 일반 조합원들에게까지 뻗치고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조합원은 “건설사들에서 동원한 OS요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해 댄다”며 “이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조합원 D씨는 “OS요원들이 일반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조합원 명부와 전화번호가 유출됐다는 것”이라며 “이는 조합 관계자의 소행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 관계자들이 ‘담합을 용인해 달라’는 식의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다닌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합원 J씨는 “지난달 말 G건설 관계자가 ‘일반경쟁입찰로 하자’며 ‘그래야 도급순위 상위권 건설사끼리 (담합)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합원 Y씨는 “S건설 측은 ‘H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 어떻겠나’라며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고 비난했다. 이외에도 앞서 언급했던 건설사를 포함해 D건설 등도 ‘일반경쟁입찰을 통과시켜 달라’고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제한경쟁입찰’로 입찰 요건을 정해야 지금과 같은 과열 경쟁이 사라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둔촌주공 바른 재건축을 위한 모임’ 측 관계자는 “건설사 간 담합을 좌시한다면 진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고, 그 결과는 참담한 부담금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재건축은 조합원들의 재산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조합이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조합원들로부터 의견을 구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것”이라며 “최근 들어 ‘제한경쟁입찰로 가자’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조합 측도 의사 결정하는 데 이를 참고로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 기준(건설교통부장관 고시 제2006-331호)’에는 시공사를 선정하기 위한 방법을 크게 3가지로 나누고 있다. ▲제5조에는 ‘경쟁입찰의 방법으로 선정해야 하며, 건설업자 등의 자격을 제한하거나 지명해 경쟁에 부칠 수 있다. 다만 미응찰 등의 사유로 3회 이상 유찰된 경우, 총회 의결을 거쳐 수의계약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제한경쟁입찰을 다루고 있는 제6조는 ‘조합은 제5조에 의거, 건설업자 등의 자격을 제한할 수 있으며 5인 이상의 입찰 참가 신청이 있어야 한다. 이때 공동 참여의 경우에는 1인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7조는 지명경쟁입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경우 5인 이상의 입찰 대상자를 지명해 3인 이상의 입찰 참가 신청이 있어야 하며,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통상 일반경쟁입찰은 아무런 조건을 붙이지 않은 채 입찰이 진행된다. 이 때문에 공정한 업체 선정을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둔촌주공의 경우, 이러한 방식을 선택하게 되면 사실상 상위권 업체들끼리 ‘담합’을 통해 시공권을 따낼 공산이 크다. 그렇게 되면 조합원들이 애당초 기대했던 건설사 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추후 예상치 못한 부담금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조합원들 사이에서 입찰 방식에 제한을 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조합 측도 이에 대해 고민하고 있기 때문에 믿고 기다리자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조합원 H씨는 “어찌됐든 조합은 주민들로부터 재건축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아 사업을 시행하는 주체”라며 “이들이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일반경쟁입찰을 강행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에 조합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 역시 “최근 건설사 간 경쟁 양상이 지나치다 싶어 입찰 방식에 제한을 두는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 반드시 넘어야 할 상가 문제
한편 본보가 지난호(제12호ㆍ2010년 2월 24일자)에서 제기했던 상가 분할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합 측이 상가분할 청구소송에서 패소할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이 경우, 상가 분할을 전제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상황 자체가 문제가 되기 때문에 사업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 S씨는 “애당초 주민들은 조합설립 동의서에 상가 제척과 그를 통해 신축되는 세대수 등을 보고 도장을 찍어 줬다”며 “만약 조합이 패소해 동의서의 내용과 다른 방향으로 사업이 전개되면 조합원 간 갈등이 생기게 되고 이는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이 승소해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알려진 바와 같이 상가를 제척한 채 사업이 진행되면 구역 모양도 이상해지고 분산돼 있는 상가마다 도로 등을 내려면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조합원들의 반발을 부를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 A씨는 “소송 결과에 따라 추후 정비계획을 변경해야 할 가능성이 높은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관할 구청이 설립인가를 내준 데 대해서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 재건축과 관계자는 “상가 분할은 관계 법령에 의거해 진행된 것”이며 “상가 문제는 조합 측과 상가 측이 합의를 보도록 지속적으로 권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조합설립인가를 내준 것 역시 당시 추진위원회 측에서 상가 제척이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요건을 충족시킨 뒤 필요한 서류를 제출ㆍ접수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일을 처리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