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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꼭 D사만 찍어야 하나요?” 조합원 혼란 가중: 2010.05.10 23:39 입력

도시재생신문

서울 노원 S조합 ‘텔레마케터 계약’ 논란
전문가 “해당 계약 시공자선정과는 무관”
 

조합원 P씨 : “괴롭습니다. 무슨 계약인지 제대로 모르고 이름과 주소를 써줬는데 그 계약에 D사를 시공사로 선정해 달라는 의미가 있었던 것은 몰랐습니다. 정말 그 계약서 때문에 반드시 제가 D사를 찍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럽습니다.”
 

최근 시공사선정총회를 앞둔 서울 노원의 S사업장이 때 아닌 ‘텔레마케터 계약’논쟁으로 시끄럽다. 해당 사업장 시공사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업체 D사의 수주기획(홍보용역)을 맡고 있는 H 수주컨설팅회사(이하 H사)가 지난 4월부터 일부조합원들을 상대로 ‘O텔레마케터’라는 이름의 업무계약을 맺으면서부터다. 
 
일부 조합원들에 따르면 H사는 조합원들과 텔레마케터 계약을 체결하면서 텔레마케팅업무가 아닌 사실상의 D사 홍보요원으로의 활동을 부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수십~수백만원에 이르는 금전적인 거래도 오갔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최근 H사와 텔레마케터 계약을 맺은 일부 조합원들이 “H사와 계약을 맺고, 돈까지 받았으니 우리는 당연히 D사를 찍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도덕적 죄책감을 갖게 되면서 발생한 조합원간 갈등이 법적인 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E법무법인의 C변호사는 “H사와 조합원간 텔레마케터 계약과 시공사선정과정에서 D사를 찍어야 하는지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조합원들은 걱정하지 말고 소신껏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시공사를 찍어도 된다”고 말했다.
 

◆ 계약과 시공자선정 ‘무관’
 
“텔레마케터 계약과 어느 시공사를 선택할지는 전혀 무관하다.”
 
논란의 핵심은 텔레마케터 계약과 시공자선정 시 특정시공사(D사) 선택의 관련성 여부다. 
 
H사와 조합원간에 체결된 계약서를 살펴보면 ▶담당업무 : 전화상담 및 정보수집, 텔레마케터가 판단하여 수집한 개별수신 및 정보분석 ▶활동기간 : 4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해당 활동기간 중 수행한 업무에 대해서는 비밀을 준수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계약서상 어디에도 해당 사업장의 시공자선정과 관련한 업무계약체결 내용은 없었다. 해당 계약을 했다고 해서 조합원이 D사를 찍어야 할 아무런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만약, 해당 조합의 시공자선정과 관련한 업무계약이 계약서상에 명시돼 있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조합의 시공자선정기준 등을 명시한 국토해양부 고시 제2009-550호 ‘정비사업의 시공자 선정기준’ 제13조는 시공사선정총회 시 건설업자 등의 홍보와 관련한 기준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3조제1항: 조합은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총회에 상정될 건설업자 등이 결정된 때에는 조합원에게 이를 즉시 통지하여야 하고, 건설업자 등의 합동홍보설명회를 2회 이상 개최하여야 한다. 제13조제3항: 건설업자 등 관련자는 조합원을 상대로 개별적인 홍보를 할 수 없으며, 홍보를 목적으로 조합원 또는 정비사업전문관리업자 등에게 사은품 등 물품, 금품,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약속해서는 안 된다.’
 
해당 계약과정에서 H사가 조합원들에게 D사를 선택해 줄 것을 종용했거나, 이를 근거로 금품을 주고받았다면 명백한 불법행위란 얘기다. 당연히 불법인 계약은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법률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조합원 매수 의혹
 
논란의 핵심은 H사가 일부 조합원들과 업무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계약서상에 명시된 내용 외에 어떤 조건을 주고받았는지 여부다.
 
또 다른 문제는 H사가 S조합의 시공사 수주전에 뛰어든 D사의 홍보용역회사라는 점이다. 특정 건설사의 홍보용역회사가 한창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사업장의 조합원들을 상대로 업무내용이 불분명한 계약을 맺으면서, 수십~수백만원의 돈을 주었다면, 사실상의 조합원 매수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취재에 협조한 일부 조합원들의 주장을 취합해 보면, 더 큰 문제는 당시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H사 직원들이 공공연하게 D사를 지지해줄 것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계약 당사자인 조합원들은 정작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도 모른 상태에서 인건비 형태로 수십만원씩을 수령했다. 일부는 “100만원 이상을 수령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입수한 관련 녹화자료에 따르면, 당시 계약서를 쓰는 과정에서 H사의 담당직원들이 텔레마케터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묻는 조합원들에게 “타사에서 조합원에게 전화나 방문을 했을 경우 D사 담당 홍보요원(H사)에게 전화로 보고를 해주고, 방문한 타사 홍보요원이 어떤 말을 했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주 업무”라고 설명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조합원 P씨는 “지난 4월 중순 H컨설팅사 관계자가 전화를 해 식사를 하자고 해서 나갔다. 나갔더니 현금 수십만원을 건네면서 D사편에 서서 함께 일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도 D사 편에 서게 해달라고 부탁하면서 홍보를 해 주면 나중에 얼마(?)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계약서를 어떻게 썼느냐는 질문에 P씨는 “계약서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이름과 주소를 쓰라고 해서 써 줬다”만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 헤어지는 순간에도 H컨설팅사의 직원이 꼭 D사를 찍어달라고 하면서 ‘우리 편이죠?’라고 재차 물었다”면서 “주변사람들을 더 데리고 오면 (액수를 말할 수는 없지만)얼마를 더 주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섭섭치 않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조합원 L씨에 따르면, H컨설팅사의 직원이 “제가 개인적으로 사모님을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오렌지텔레마케터 활동동의서 계약을 제안해 드리는 것”이라며 “우선 활동비조로 60만원을 드리고 추후 D사를 지지하는 마음을 변치 않으시고, 주변 분들을 모시고 오면 더 챙겨드리겠다”고 말했다는 것.
 
다른 조합원 K씨는 D건설사 직원(H사 직원이 D사의 명함으로 활동한 것으로 추정)과 “‘우리 단지 내에서 시공사들의 동향이나 관련소식을 접할 때마다 D사 담당직원에게 전화로 관련 내용을 알려주면 된다’는 말에 속아 수백만원의 대가를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무엇이 진실인지 헷갈린다”고 하소연했다.
 
최근에는 이들이 노골적으로 찾아와 “텔레마케터 계약을 체결한 것은 D사를 시공사로 뽑아주겠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과 같으니 이번에 시공사선정총회 때 서면결의서를 D사 쪽으로 찍어달라”고 회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은 “D사를 찍어주는 대가로 수백만원을 더 준다”는 구두 약속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텔레마케터 계약이후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취재과정에서 만난 조합원 모두 “해당업무는 수행한 적 없다”고 답변 했다.
 
이와 관련해 C변호사는 “D사를 시공자로 선정하는 것과 오렌지텔레마케터 활동 동의서는 전혀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이를 D사 선정에 연관시키는 것은 불법행위일 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D사가 계약서 등을 보관하고 있다가 추후 시공자로 선정된 다음, 관리처분단계나, 입주 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근거로 악용할 수 있으니 원본계약서를 돌려받아 폐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일부 조합원들은 “단돈 수백만원에 추후 수천, 수억원이 될 지도 모르는 재산상의 손해를 감수할 수는 없다”면서 텔레마케터 계약 자체에 대해 성토했다.
 

◆ 해당조합 어떤 곳?
 
문제가 되고 있는 해당 조합은 이번달 28일 시공자선정총회를 앞두고 있다. 해당 조합은 지난해 9월부터 해당 법률규정을 어겨, 두 차례나 시공자선정총회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9월 시공사선정총회 때 조합은 입찰방식을 일반경쟁입찰로 하고 추가로 입찰조건에 ‘도급순위 10위권 내 컨소시엄 금지’라는 제한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 한 조합원이 제기한 총회금지가처분 결정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져 총회가 무산됐다.
 
지난해 11월에 다시 준비한 총회 역시, 총회 참여인원에 한해 전기압력밥솥을 제공한다는 통보를 했는데, 위에서 언급한 시공자선정기준 제13조제3항의 규정에 어긋나 또 다시 총회금지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
 
두 번의 총회무산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합은, 이번 달 28일 열리는 총회는 법률이 정한 절차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현재 해당 사업장에서 시공자로 선정되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건설사는 D사, 또 다른 D사, L사, 등 3개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당사안과 관련해 H사에 문의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은 일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조합원들을 회유한 사실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추가로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해당회사는 이 사건이 기사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김소원 기자 kimsow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