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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조합원 아니면 분양받을 수 없다”: 법제처해석 이후 … 논란 심화; 2010.05.10 17:05 입력 | 2010.05.13 21:12 수정

최근 법제처에서 조합이 시행하거나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과 공동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이 아닌 토지등소유자는 건축물을 분양받을 수 없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린 후 분양권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달 법제처는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의 분양과 관련된 해당 규정의 신설취지는(제19조) 세대분할이나 조합설립 이후 토지 등의 양수로 인해 조합원이 증가하는 등 지분 쪼개기를 통한 투기세력의 유입에 의한 사업성 저하를 방지하고,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것인 만큼 여러 명의 소유자에게 하나의 주택만을 공급하는 것이 옳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합원 재산권을 보호하고 토지등소유자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리한 명해석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분양권을 얻기 위해 재개발 지분을 산 사람과 이를 중개한 사람들의 손해가 막심해져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견해가 팽팽해 대립을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본지에서 기사가 보도된 이후 서울 강동구 모 조합에서 법제처의 법령해석이 어떤 취지인지 이에 따른 향후 시장의 변화는 어떠한지에 대한 문의가 급증한 바 있고 시장에서 위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어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향후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에 대해 간략하게 알아봤다. 

 
◆ 법 개정 취지 반영해야
 
이번 논란의 첫 번째 핵심은 토지등소유자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는가 하는 점이다. 
 
법제처의 해석을 살펴보면 해당 규정들이 조합이 시행하거나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과 공동으로 시행하는 정비사업 뿐만 아니라 시장·군수 또는 주택공사 등이나 토지등소유자가 시행하는 모든 정비사업을 광범위하게 포괄하는 규정이기 때문에 여기서의 토지등소유자는 각각의 분양대상자인 토지등소유자와 조합원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즉 토지등소유자의 숫자대로 조합원분양을 공급해야 한다는 주요한 근거로 활용된 분양신청의 주체인 ‘토지등소유자’가 조합방식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표조합원1인에게만 분양권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미인 셈이다. 
 
재개발 전문변호사들은 이번 해석을 도시정비법에서 분양주체를 토지등소유자라고 명시함으로써 사업시행자가 조합원 자격이 제한된 토지등소유자도 관리처분계획에 반영되기만 하면 일반분양이 아닌 조합원 분양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발생하는 ‘분양권’ 관련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번 해석의 또 다른 핵심은 도시정비법의 개정취지에 대해 법제처가 유권해석을 내리며 지분 쪼개기나 투기세력 방지 등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려는 당초의 개정 목적을 인정했다는 점이다. 
 
도시정비법이 개정되며 조합원의 자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이유가 지분 쪼개기나 투기세력의 개입을 사전에 방지해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 보호를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여러 명의 소유자에게 하나의 주택만을 공급하는 것이 옳다는 시각인 셈이다.
 
즉 법안개정의 본 취지가 신축주택의 분양권을 제한함으로써 부동산 투기세력의 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것이고 대표조합원이 되지 못한 토지등소유자의 경우를 살펴봐도 해당 규정에 따라 정비사업에 따른 조합원분양권을 토지등소유자 인원수대로 받을 수 없다고 법제처가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재개발전문가S씨는 “그간 분양권을 둘러싼 논란이 있어왔지만 법제처의 해석은 기본적으로 기존 조합원 자산을 보호하고 투기 목적의 지분 쪼개기를 막기 위함이라는 명분이 있다”라고 밝혔다. 

 
◆ “혼란만 가중” 목소리도
 
반면 다른 한편에선 이번 해석이 시장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현실 상황을 무시한 탁상공론(卓上空論)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본지에 법제처의 유권해석에 대해 많은 문의를 해온 독자들은 공통적으로 “서울시의 경우에는 조합설립 인가 후 토지 또는 건축물을 양수한 사람에게도 분양권을 주었는데 이번 해석이 현실 상황과 상반돼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있기 전부터 “도시정비법 제19조제1항 제3호는 대표조합원을 선정하도록 규정한 조항일 뿐”이라며 “분양대상자는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제27조에 따라 정해진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가 밝힌 도시정비조례 제27조제1항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일을 분양대상자 기준일로 정하고 있어 조합설립 인가 후 토지 또는 건축물을 양수했더라도 여러 명의 토지등소유자가 분양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해석으로 각 지자체가 대표조합원에게만 분양이 가능하도록 방침을 정하고 있어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는 주장인 것이다. 
 
또 다주택 소유자들의 경우에도 불만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조합원 1인에게만 조합원 분양이 허용됨에 따라 조합설립 이전에 주택을 팔아야 해 시세차익을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지난해 8월 7일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거나 그 이전에 인가를 받았더라도 아직 주택을 팔지 않았다면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보유주택은 모두 현금청산 대상이어서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 법제처의 해석 그 이후
 
한편 대법원 확정판결이 아니더라도 법령해석에 있어 최상위 기관인 법제처의 유권해석이기 때문에 지자체의 경우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재정비사업 전문가 S씨는 “인천시의 경우 정비사업을 통해 새로 지은 아파트를 땅주인에게 공급할 때 땅주인이 두 사람 이상인 경우에는 공유 면적(개인 지분)이 90㎡ 이상인 사람에게 아파트 1채를 주도록 명확히 선을 그었고 90㎡가 안 되는 사람들은 서로 지분을 합쳐 90㎡ 이상을 만들 경우 그 대표자 한 사람에게만 1채를 주도록 조례를 개정할 것으로 안다”라며 “이는 법제처의 해석을 지자체가 조례에 반영해 도시정비법이 개정된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동안 대표조합원이 아니더라도 분양권을 주던 서울시의 경우에도 해당 조합들에게 이런 내용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각 지자체는 향후 대표조합원 1인에게만 분양권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법제처가 분양신청의 주체인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도시정비법의 개정목적에 따라 법령을 해석해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오래된 논란에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지침은 마련했지만 각 지자체가 분양권을 제한하게 되면 새로운 소송다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S씨의 부연설명이었다.
 
전문가들은 향후 개정된 도시정비법 신설취지(제19조)를 살려 세대분할이나 조합설립 이후 토지 등의 양수로 인해 조합원이 증가하는 문제를 막아 지분 쪼개기 등의 투기 세력을 미연에 방지함으로써 기존 조합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시장의 가닥이 잡힐 것이라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반면 분양권을 인정받지 못해 현금청산 대상이 되면 이를 둘러싼 또 다른 소송대란이 일어나 시장이 극도로 불안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대표조합원과 분양권을 둘러싼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가람법률사무소의 조창혁 변호사는 “법제처의 해석이 법령의 취지를 고려했고 조합원 재산권 보호라는 목적을 잘 반영했지만 도시정비법의 맹점으로 시작된 분양권 논쟁에 방점을 찍었다고 볼 수는 없다”라며 “관계법령에서 조합원 자격기준, 분양대상 기준 등 해석이 모호한 조항을 개정해 명확한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