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대의원회의 실세화 대의원 전성시대

대의원회의 실세화 대의원 전성시대: 2010.01.27 03:28 입력 | 2010.01.27 03:40 수정

김용석 법무사(편집위원)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방의 도시재정비사업의 붕괴를 불러왔습니다. 미분양을 우려한 시공사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분양이 될 만한 사업장에서의 수주전은 전쟁입니다. 
 
각 사업장에서 때로는 경쟁, 때로는 협력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친분을 갖고 있는 경쟁 시공사 팀원끼리도 과거와 달리 상대 시공사의 기득권(?)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도정법 시행 전에 형식적 시공사 선정절차만 있었으면(법률상 시공권이 보장되지 않더라도) 해당 시공사의 기득권을 인정해주고 상호 침범하지 않는 것이 일종의 불문율이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얘깁니다. 인심이 각박해지고 세태가 변했다기 보다는 그 만큼 각 시공사의 수주가 절박하고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공사 선정기준을 결정하는 조합의 대의원회가 실세화 되었습니다. 과거처럼 집행부가 상정한 안건을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주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시공사선정과 관련된 사안에 있어서는 국토해양부의 시공사선정기준(고시2006-331호/2009-550호)에 따라 총회에서 조합원들이 최종 선택권(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내용을 대의원회가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공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입찰기준을 이끌어 내거나, 지명경쟁입찰에 있어 총회에 상정되는 시공사로 예비선정되기 위해 대의원들을 필사적으로 공략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게 발생함을 보게 됩니다. 
 
시공사들의 대의원 확보작업은 창립총회 때부터 이뤄지기 때문에 각 시공사는 자사에 호의적인 대의원들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합니다. 이러다 보니 대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조합원들이 모집에 응하기도 합니다. 
 
경기도 소재 모 조합은 창립총회를 준비하면서 대의원 모집공고를 냈더니 공고가 끝나자 마자 조합원들이 서로 대의원이 되겠다고 새벽6시부터 조합사무실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조합은 기왕의 공고를 취소하고 통․반별로 대의원 숫자를 안배, 각 통․반에서 예비선정된 대의원들을 총회에 상정, 인준받는 형태로 대의원을 선출하였습니다. 
 
이처럼 대의원회가 활성화됨으로써 얻게 되는 순기능도 있습니다. 집행부가 의도한대로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형식적인 거수기관으로서의 역활을 탈피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의원회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토론이 이뤄지고 있으며 불합리한 안건에 대한 수정동의안이 제출되어 활발한 찬,반 토론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상당한 발전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의원회의 격렬한 토론과정이 가끔 시공사의 대리전을 치르는 듯한 양상으로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일전에 수도권의 모 사업장에서는 집행부가 상정한 시공사선정기준을 대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부결시킨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상정된 안건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대의원들로부터 외면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부결시킨 대의원들의 결정과정에도 특정 시공사의 의사가 반영된 듯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수 백 또는 수 천의 인격체가 모인 조합에서 어떤 법이나 제도를 통해 바라는 목적(주거환경개선, 개발이익 향유)을 완벽하게 이룬다는 것이 극히 어려울 것입니다. 그 것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수 많은 사건과 그 처리과정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추진해서 사회적 신뢰회복을 우선하느냐 아니면 정부안대로 수정해서 국익을 우선 하느냐하는 문제부터 4대강 사업과 최근의 이념적 편향판결논란 등 각각의 주장에는 나름대로 뚜렷한 논거(論據)를 갖고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는 가치와 명분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고 토론해서 해결할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각자 자기가 할 말만 하고 상대의 주장에는 귀를 닫아버립니다. 토론과 회의(會議)의 전범(典範)이 돼야 할 국회의원들이 앞장 서 전기톱, 쇠사슬, 국회의원의 공중부양 논란 등으로 시끄러우니 영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국회폭력을 보고 배운 경기도 S시 시의원들은 3개시 통합안에 반대해서 의장석을 점거, 남녀 시의원들이 쇠사슬로 몸을 묶고 의장석을 점거하는 볼썽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약간의 문제는 있더라도 지금 각 조합에서 대의원회가 활성화되고 토론이 이뤄지는 과정이나 내용은 상당히 모범적인 편입니다.
 
재개발,재건축사업에 있어 대의원회가 활성화되고 총회 및 대의원회에서 왕성하게 이뤄지는 토론과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고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우리 사회가 숨가쁘게 변화했듯이 조합 역시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도정법 개정(안)들은 공통적으로 현장참석자의 비율 20~30%를 총회 개의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서면결의서로 각 안건에 대한 동의율을 확보하고 총회를 느긋하게 진행하던 과거의 모습에서 탈피, 적극적으로 조합원들과의 토론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합집행부는 토론의 어려운 과정과 반대의견을 극복하고 합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를 최상의 것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런 자세만 되어 있다면 위와 같은 대의원회의의 실세화, 더 나아가 토론의 활성화시대가 더 많은 조합원들에게 정보와 권한을 부여하고 조합원들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집행부가 불편하게 여길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용석 편집위원(blog.naver.com/jskys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