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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주공5단지 연초부터 ‘삐걱’거린다: 2010.02.09 15:27 입력 | 2012.02.05 00:31 수정

잠실주공5단지 연초부터 ‘삐걱’거린다
안전진단비용 둘러싸고 구청-추진위 갈등
區, “예산 없다” Vs 추진위, “직접 내겠다” 맞불

 
서울 강남권의 핵심 중층 재건축 단지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이하 잠실5단지) 재건축 사업이 연초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정밀안전진단’ 비용 부담을 놓고 정비사업조합 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관할 구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3억 원이 넘는 ‘정밀안전진단’ 비용 부담을 송파구청과 추진위가 서로 떠넘기고 있어 모처럼 활기를 띠었던 잠실5단지 재건축의 향배가 오리무중에 빠질 공산이 커진 것.
 
여기에 현재 추진위 측이 추진 중인 ‘재건축’ 방식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를 중심으로 한 격렬한 반대가 더해져 이곳의 앞날은 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송파구청에 따르면, 잠실5단지는 지난해 12월 23일 구청 자문위원단으로부터 현지 조사(육안 검사)를 받고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받았지만 구청에 정식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 3억3000여 만 원으로 예상되는 정밀안전진단비용을 마련하지 못해서다.
 
송파구청은 올해 예산에 안전진단 지원금 명목으로 5억9000만 원을 배정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재건축 계획 수립 시기가 도래한 잠실 우성 1~4단지(총 2397가구)에 우선 투입될 예정이다. 잠실5단지는 인근 장미 1~3차ㆍ진주ㆍ미성아파트 등(총 6259가구)과 함께 이미 주택건설촉진법상 아파트 지구로 분류돼 이미 정비계획이 수립됐기 때문에 추진위 측에서 안전진단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송파구청 관계자는 “잠실5단지의 경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 의거해도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하는 추진위 측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도시정비법 제12조 1항은 ‘시장ㆍ군수는 주택 재건축 사업의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다만, 제2호 및 제3호의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해당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하는 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잠실5단지는 제2호(정비계획의 입안을 제안하고자 하는 자가 입안을 제안하기 전에 해당 정비예정구역 안에 소재한 건축물 및 그 부속 토지의 소유자 1/10 이상의 동의를 얻어 안전진단 실시를 요청할 때)에 해당돼 안전진단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잠실5단지 추진위의 김우기 위원장은 “안전진단 비용은 원래 구청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하지만 여의치 않으면 주민들이 모아서 내면 될 문제이고 (그런 경우를 대비해) 이미 비용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21조 제1항에 따르면 안전진단비용은 시장ㆍ군수가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제2항에는 ‘법 제12조 제1항 제2조와 제3조 또는 법률…부칙 제9조에 따라 안전진단의 실시가 요청된 경우 시장ㆍ군수는 시ㆍ도 조례로 정하는 방법과 절차에 따라 안전진단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것의 실시를 요청하는 자에게 부담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처럼 양측의 신경전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일각에선 올해 안에 안전진단 실시가 불투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과 관련된 서울시 조례가 확정되는 올 12월은 돼야 문제가 해결될 듯하다”고 말했다. 컨설팅 업체 대표 박 모 씨는 “재건축이 예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단지별 특수성에 따라 안전진단 실시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잠실5단지의 안전진단비용 부담 주체가 결정되면 다른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 주민들, “갹출? 금시초문!”
 
한편 주민 갹출로 안전진단비용을 마련했다는 김우기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말과 달리 주민들은 (안전진단과 관련해) 돈 한 푼 낸 적이 없다”며 “만약 추진위가 비용을 마련했다면 이는 시공사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추진위가 그의 주장대로 시공사로부터 안전진단비용을 마련했다면 궁극적으로 주민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안전진단 실시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설령 안전진단이 시행되더라도 추후 사업이 속도를 낼 것이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안전진단을 강행한다면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등이 사업 기간 내내 주민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잠실5단지 내에서 만난 주민 오 모 씨는 “(추진위원장의 말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면서 “돈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주민이 모르는 사이에 돈을 거둔 것이고, 사전에 어떠한 동의를 구한 적이 없는 만큼 이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입주자대표회의, “현행 재건축 방식 No”
추진위는 안전진단 강행…정면충돌 양상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추진위가 추진 중인 현행 재건축 방식에 대한 불만도 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A씨는 “소형평형의무비율 등 재건축 규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의 재건축은 주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면서 재건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잠실5단지는 중층ㆍ중대형 아파트로 구성돼 있지만 재건축 때 소형평형의무비율 규제로 현행 제도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일부 입주민은 현재 살고 있는 집보다 작은 집에 입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시공사 관계자는 “규제 탓에 중ㆍ대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경우 재건축 후 이전에 살았던 집보다 작은 아파트로 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잠실5단지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반발은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실제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지난 2000년 초 잠실5단지의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당시에는 없었던 규제가 신설됨에 따라 “손실을 볼 수 없다”면서 “재건축을 재고해야 한다”고 반발, 현재까지 ‘재건축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오는 6월 지방선거 등을 앞두고 고층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특별법 제정을 정치권에 촉구할 의사도 나타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의 개발 이익을 놓고 조합 집행부와 조합원 간 마찰은 비일비재했지만 분쟁의 당사자가 관계 법령 개정까지 요청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잠실5단지 추진위 측이 정밀안전진단 신청 등의 사업을 강행하고 있어 이곳의 분쟁은 추진위와 입주자대표회의 양측의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게 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추진위 관계자는 김우기 위원장이 “정밀안전진단 신청 서류를 송파구청에 제출하고 약 3억 원의 비용을 입금할 예정”이라며 “서류가 접수되면 구청에서 곧바로 정밀 예비심사 업체 선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추진위의 재건축 사업 중단에 이어 추진위 해체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현재 잠실5단지 곳곳에는 재건축 중단을 촉구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측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