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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의뢰인 위에 변호사…서비스정신 실종: 2010.08.19 14:58 입력 | 2010.08.19 15:00 수정

도시재생신문

5일 제기4구역 조합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장기자님, 해임총회에서 만났던 사람입니다. 명함보고 전화했습니다. 관련 자료를 보내드릴려고 하는데, 한 번 뵙죠. 조합설립무효소송과 관리처분취소소송에 대한 판결문 자료도 드릴겸...”
 
“기사 작성 중이라서 이메일로 보내줬으면 좋겠는데요. 자료 검토해서 기사 쓰겠습니다. 기사는 사실 확인이 핵심이니까요” 본 기자가 말했다.
 
해당 조합원은 소송을 맡은 박모 변호사 휴대폰 번호를 알려줬다. 그러면서 “의뢰인의 이름을 대면, 판결문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했다. 박변호사는 비대위 측 조합설립무효소송과 관리처분취소소송을 맡았다.
 
기자가 박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도시재생신문 장창훈 기자라고 합니다. 제기4구역 김OO씨, 이OO씨 아시죠? 해임총회에 제가 직접 취재를 했었는데, 전화가 와서 조합설립무효소송과 관리처분취소소송 건도 있으니까, 상황을 파악해서 기사를 공정하게 써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을 보내달라고 하니, 변호사님께 받으면 된다고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박 변호사의 답변이다. “판결문은 함부로 주는 것이 아닌데요.” 의뢰인이 판결문을 요구 하는 데 줄 수 없다는 것. 
 
기자가 다시 말했다. “의뢰인이 저에게 판결문을 주고 싶은 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변호사님께 받으라고 해서, 제가 의뢰인의 부탁으로 변호사님께 전화를 한 것입니다.”
 
박 변호사의 답변이다. “기자라고 판결문을 무작정 달라고 하면 변호사는 줘야하나요?” 
 
그는 지금 기자가 의뢰인의 이름으로 판결문을 요청한다는 사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판결문에 대한 소유의식이 만들어낸 아집이 의뢰인과 제3자를 혼동스럽게 한 것일까? 
 
다시 그에게 말했다. “꽉 막히셨네요. 의뢰인들이 판결문을 변호사님께 받으라고 했다고 제가 3번째 말하고 있는데, 변호사님께는 의뢰인들도 제3자인가보죠?” 따져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의뢰인들한테 직접 받으면 되지, 왜 내가 기자님께 판결문을 줘야하는 지 저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의뢰인들이 직접 주라고 하세요. 그리고 도시재생신문이라고 했죠? 거기 A변호사가 관련된 언론사 아닌가요?”라고 대뜸 물었다.
 
“그래서요?” 기자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저와 친분이 있는 변호사거든요.” 그의 대답이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것과 이것이 무슨 상관이죠? 앞과 뒤가 대화법상 모순인 것 아시죠? 판결문 제공과 그 변호사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이죠? 변호사라면 의뢰인의 요구에 성실하게 임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의뢰인의 이름을 말해도, 도통 통하지 않는 변호사라면, 의뢰인들이 부담 가서 일을 맡기겠어요?”
 
“저는 그 변호사와 친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인데, 오해입니다”라고 그가 항변했다.(기자가 처음에 느낀 말투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판사가 친하면 판결이 굽나요? 판사의 판결은 독립적인 것 아닌가요? 그처럼 언론도 그 자체로 독립적입니다. 누가 신문사와 관계가 되어 있든 그게 기자와 무슨 상관이 있고, 판결문 제공과 무슨 연관이 있죠? 의뢰인의 이름이 중요한 것 아닌가요?”
 
“친분관계만 말한 것인데 과민반응을 보이는 것 같네요.” 그가 말했다.
 
“의뢰인의 이름으로 판결문을 요청해도 거절하는 변호사가 친분관계를 운운하는 데 제가 그렇지 않게 생겼나요?” 기자가 반박했다.
 
“기자라고 해서, 의뢰인도 아닌데 아무한테나 판결문을 줄 수는 없죠!” 박변호사는 여전히 의뢰인과 의뢰인의 이름을 분간하지 못했다. 또 그는 “의뢰인한테 그런 전화를 받은 적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뢰인한테 전화를 받지 않았어도, 기자가 의뢰인의 이름을 댔으면 정말 의뢰인과의 약속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서 보낼 지, 보내지 않을 지 판단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요? 제가 의뢰인의 이름으로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변호사님이 의뢰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지 확인하고 전화를 주세요.” 기자가 다시 요구했다.
 
하지만 그는 “그냥 의뢰인한테 받으시죠. 변호사가 그런 의뢰인의 부탁을 받아서 판결문을 보내줄 의무까지는 없다고 봅니다”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기자는 결국 판결문을 의뢰인에게서 받았다.
 
지난 13일 박 변호사와 다시 통화를 가졌다. “도시재생신문 장창훈 기자입니다. 5일 전화 사건과 관련해 취재수첩을 쓰고 있습니다. 혹시 의뢰인에게 확인은 해보셨나요?” 
 
박 변호사는 “확인 못했다.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날 사건은 절대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그때 A변호사를 거론했던 것은 대화를 부드럽게 하고자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의뢰인의 이름을 3번이나 댔는데, A변호사 이름을 거론하면서 판결문을 줄 수 없다고 한 것은 잘 못 한 것이 아닌가요?” 기자가 물었다.
 
“의뢰인의 전화가 없었다”고 박 변호사가 말했다.
 
그래서 기자가 다시 물었다. “의뢰인에게 전화할 서비스는 왜 없는 거죠?” “의뢰인의 약속이 정말 있었다면, 변호사님이 제게 판결문을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잘한 것인가요? 잘못 한 것인가요?”라고 묻자, 그는 “그랬다면 잘못한 것이지만, 나는 아직 의뢰인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더니 박 변호사는 “전화로 판결문을 요청했지, 의뢰인의 위임장을 받아 정식으로 판결문을 요청한 것도 아니잖아요”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기자는 ‘의뢰인의 위임장이 있어야 판결문을 제공할 수 있다는 변호사의 서비스 정신’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위임장이 있어야 판결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서비스 정신 참 멋지네요. 위임장이 있어야 판결문 제공하는 변호사라고 쓰겠습니다”라고 기자가 말했다.
그러자 “전화를 받지 못했고, 그 때도 장 기자님이 계속 전화로 말을 하니까 의뢰인에게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고 그가 반박했다. 
 
“제가 전화를 하지 못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기자의 영향으로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전화하지 못하는 것도 아닌데, 일주일 동안 기간이 있었음에도 전화 확인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것 아닙니까?” 기자가 따졌다.
 
그러자 그는 “일주일 동안 의뢰인과 5번이나 통화했습니다. 판결문 제공에 대해 의뢰인이 한 번도 말하지 않아서, 잊고 있었습니다. 의뢰인에 대한 서비스가 없다는 해석은 왜곡입니다. 당시 전화로 의뢰인에게 확인하고 판결문을 제공해 줄 수는 없나요라고 정중히 부탁했다면 제가 응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해명했다.
 
“말이 바뀌셨네요. 당시 제가 의뢰인에게 전화로 확인해서 저에게 보내주실 수는 없나요라고 물었지만, 그게 안 됐지요. 의뢰인에게 전화로 확인할 마음이 있었다면, 1분이면 되는데 7일 동안 확인하지 않으신 입장에서 그렇게 말을 바꾸시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자가 다시 물었다.
 
“저는 분명히 의뢰인에게 전화로 확인해서 제공해달라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고 변호사가 말했다. 
 
“그 말 그대로 쓰죠. 또 전화가 오지 않으면, 왜 변호사는 전화를 직접 하려는 적극적인 서비스 정신이 없는 것이죠? 의뢰인의 이름이 통하지 않는 변호사의 서비스 정신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자가 이렇게 말을 하자 “기사를 어떻게 쓰시는 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쓰면 왜곡 보도죠.”라고 박 변호사가 항변했다.
 
기자: “그렇게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지칭하나요?”
변호사: “위임장을 줘야지 판결문을 준다는 변호사 같은...”
 
“그것은 변호사님의 말인데, 그렇다면 변호사님이 했던 말이 스스로 왜곡됐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가요?” 기자가 물었다.
 
“어쨌든 그것은 왜곡보도입니다”라며 박 변호사는 끝을 흐렸다. 이후 이런 저런 대화가 오고 갔고, 더 이상 들을 이야기가 없다 싶어서, 기자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기자도, 변호사도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 할 의무가 있다. 기자의 의뢰인은 취재원을 포함해 국민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 기자는 적극적인 서비스로 정보를 공유한다. 모든 정보가 쌍 방향으로 공유되는 정보화 시대에, 의뢰인의 이름도 안 통하는 ‘이런’ 변호사의 불성실한 서비스 정신이 재개발, 재건축의 슬픈 단면은 혹시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장창훈 기자 mustc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