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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둔촌주공 조합원 통화 後: 2010.08.19 12:39 입력 | 2010.08.29 08:1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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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탄고토(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의미의 성어다. 한 통의 전화로 불현듯 이 말이 떠올랐다.
 
19일 오전 자신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의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지금까지 우리 단지에 대해 잘 쓰다가 최근 2개 기사는 왜 이렇게 썼느냐”며 “편파적이고 형편없다”고 비난했다.
 
이는 기자가 최근에 쓴 <“프로레슬링도 아니고 왜 ‘링’ 밖에서 난리인가?”>와 <둔촌주공 시공자 선정 ‘성큼’…21ㆍ28일 합동홍보설명회 개최>라는 제하의 기사에 대한 불만 표출이었다.
 
위 기사들은 최근 둔촌주공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삼성사업단의 불공정 경쟁 행태를 꼬집고 우여곡절 끝에 조합이 입찰까지 마감한 뒤 합동홍보설명회와 시공자선정총회를 예고한 내용 등을 다루고 있다.
 
기자는 지난 1년 가까이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을 취재하면서 조합이 잘못된 방향으로 사업을 이끄는 듯하면 비슷한 시각에서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기사를 다뤘다. 그 때문인지 한동안 해당 조합에서는 기자를 기피하며 취재에 비협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조합을 지지하는 조합원들은 도시재생신문을 ‘찌라시’로 치부하며 폄훼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가 조합을 찾아 조합장과 인터뷰를 한 뒤 그것을 보도하자 태도가 바뀌었다. 이제껏 많은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주던 조합 반대파 조합원들이 연락을 끊은 것이다.
 
그런데 최근 상가 공유지분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전화통에 불이 났다. 대부분 조합 반대편에 선 조합원들로부터 걸려 온 전화였다. 그들은 한결같이 “도시재생신문이 유일하게 조합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다”면서 이런저런 하소연을 쏟아냈다. 그들 대부분은 통화 말미에 이런 말도 빼놓지 않았다. “잘 부탁한다”라는.
 
그 여성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경쟁은 누구나 알 수 있는 불공정한 게임”이라며 “기사에 적힌 ‘치열한 경쟁’은 말이 되질 않는다”며 “편파적인 기사 때문에 바른회(둔촌주공 바른 재건축ㆍ조합 반대파)를 비롯한 조합원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대파, 반대파 그러는데 우리는 재건축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는 이제껏 단 한 번도 바른회가 재건축을 반대한다고 쓴 적이 없다. 지금까지 보도된 기사들을 살펴보면 통상 반대파라 함은 조합ㆍ추진위원회 또는 그들에 의한 사업 방식에 반대하는 자들을 통칭한다. 도시재생신문은 ‘비대위’란 표현의 표기를 삼가며 사업 시행자를 기준으로 찬반을 나눠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반대파라고 표기한 것일 뿐이다.
 
게다가 이 여성은 계속 편파적이라는 말을 강조했는데 <“프로레슬링도 아니고 왜 ‘링’ 밖에서 난리인가?”>라는 기사는 분명 삼성사업단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를 나타낸 기사다.
 
현대사업단이 수주가 유력시되는 동시에 불공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숱하게 다뤘다. 하지만 삼성사업단의 주축 멤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삼성사업단’이라 적힌 명함을 지닌 이른바 OS요원들을 풀어 경쟁사를 방해한다는 비난이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가 있다곤 하나 조합과 현대사업단의 유착을 증명할 만한 물증이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의혹에 의존해 사업 주체인 조합의 지명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이 ‘지명-현장설명회 참가-입찰’의 절차에 따른 건설사를 뒤에서 방해하는 듯한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녀는 현대사업단의 수주로 귀결될 듯한 지금의 시공자 선정 과정에서의 불공정성을 언급하며 “다른 언론들은 다 문제가 있다고 썼는데 도시재생신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조합 편에 서서 쓰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나 기자는 누구 편에 서서 글을 쓰지 않는다. 다만 문제가 있는 것을 사실에 기반해 비판할 뿐이다. 현대사업단이나 조합과 관련된 문제들은 지금까지 분명한 비판 의식을 갖고 기사화했다.
 
그녀가 다른 언론들이 그렇지 않다고 표현한 것은 최근 일부 언론들이 둔촌주공의 시공자 입찰과 관련된 기사에서 ‘들러리’ 논란을 다룬 데 대한 것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기사에 실린 내용들은 이미 도시재생신문이 여러 차례 다루고 지적한 내용들이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번 입찰을 놓고 ‘논란은 있지만 3파전이 예상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도시재생신문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논란은 차치하고 사업 시행자가 정한 테두리 밖에서 사업에 훼방을 놓는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로 위 기사를 보도한 것이다.
 
조합과 그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조합원들의 시각에서는 이번 기사에 불만이 많을 것이다. 기자도 기사를 쓰면서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 때문에 기사를 쓰지 않는 것도 기자의 본분을 저버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이제 겨우 본격화했을 뿐이다. 이번에 시공자를 선정한다고 해도 앞으로도 숱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지 모른다. 또 입주까지는 아무리 짧게 잡아도 앞으로 5년 가까이 걸릴 것이다. 그 와중에 조합이 잘못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려한다면 기자는 그에 대한 비판 기사를 쓸 것이다. 반대로 조합 반대편에 선 조합원들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에도 당연히 이를 보도할 것이다.
 
자기들한테 유리하면 칭찬하고 불리하면 비난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행동에 대해 기자도 어느덧 익숙해졌다. 하지만 남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적어도 자기 이름 정도는 밝힐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란다면 욕심일까. 다짜고짜 자기 할 말만 하고 ‘툭’ 전화를 끊어 버린 그녀에게 묻고 싶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