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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도 ‘약탈’도 아닌 재건축 필요: 2010.04.27 15:21 입력 | 2010.04.28 00:10 수정

최근 유망 재건축 단지였던 서울 강동구 고덕 주공2단지와 6단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바로 건설사들이 제시한 무상 지분율 때문이다. 2단지와 6단지의 지분율은 각각 143%(23일 삼성물산 건설부문-GS건설 컨소시엄 상향 조정치ㆍ조정 전 137%)와 174%다.
 
계획 용적률(249%)이 동일한 상황에서 현재 용적률이 각각 65%(2단지)와 78%(6단지)라는 점만 비교하면 2단지의 사업성이 좋은 데도 불구하고 건설사들이 제시한 지분율이 낮아 이곳 조합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건설사들도 난처한 상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2단지의 삼성-GS 컨소시엄은 벌써부터 미분양 우려와 함께 내달 시공사선정총회가 무산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6단지의 두산건설도 일단 174%라는 높은(?) 지분율은 제시했지만 그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일 것이다.
 
2단지의 경우 상향 조정을 통해 조합원들의 기대치(150% 이상)에 근접한 지분율이 제시됐으나 3.3㎡당 조합원분양가 역시 당초 2269만 원에서 2500만 원으로 높아졌다.
 
입찰제안서에 따르면 ‘협의 금액 이상의 일반분양가를 요구해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그 부담은 조합(원)이 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조합원분양가가 일반분양가의 85% 선에서 결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지분율 147%를 맞추려면 일반분양가가 3.3㎡당 2700만 원 이상 돼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사업성이 좋다고 평가받던 인근 고덕 주공1단지(現 고덕 아이파크)조차 고(高) 분양가(3.3㎡당 2500만 원) 논란에 휩싸이며 미분양이 발생한 점으로 미뤄 볼 때 2단지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2단지 조합원들은 내달 1일로 예정된 시공사선정총회를 무산시키고 시공사 선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조합은 조합대로 (예비 선정된) 건설사는 건설사대로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6단지의 두산건설도 겉과 달리 속은 그리 편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74%의 지분율을 맞추려면 원가 이하의 공사비로 시공해야 한다.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 건설사들의 행적(?)으로 미뤄 볼 때 다소 ‘엄살’일 수 있지만 치열한 경쟁 끝에 얻은 과실이 생각보다 크기도 작고 당도도 낮다면 그 효용은 분명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의 저자인 제인 제이콥스는 “도시 재건축은 약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 국내 재건축사(史)에서 재건축은 분명 ‘로또(lotto)’였던 때가 있었다. 서초구 반포 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퍼스티지와 반포 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가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강동구의 두 단지를 보면서 이제 국내에서 더 이상의 재건축 ‘대박 신화’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강하게 스쳤다. 시장의 부침과 개별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적어도 최근 몇 주 동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재건축 시장을 바라볼 때 그러한 생각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것은 기자만의 시각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재건축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약탈도 대박도 아닌, 그렇다고 그 중간 어디쯤의 어설픈 개념이 아닌 그 무엇으로 말이다. 그 답을 재건축을 추진 중이거나 꿈꾸는 모두가 고민해 볼 때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