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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자이, 입주 끝났는데 조합장 다시 선출: 2010.03.23 16:51 입력 | 2012.01.28 12:57 수정

반포 자이, 입주 끝났는데 조합장 다시 선출

 
재건축이 끝나고 입주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장을 다시 선출한 아파트 단지가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 자이아파트(44개동 3410가구ㆍ이하 반포자이)가 주인공으로, 이곳의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조합장을 다시 선출했다. 개발 이익을 놓고 일부 조합원과 시공사 간 법정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
 
하지만 5년 가까이 지속된 분쟁은 법원이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서울고등법원(이하 서울고법) 민사 제18부는 지난달 19일 조합원 한 모 씨 등이 반포 주공3단지 주택 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관리처분총회 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지난 2005년 재건축 조합의 ‘시공사 계약서 결의’는 무효”라고 선고했다.
 
‘시공사 계약서 결의는 조합원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건축 결의의 내용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것임에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의결정족수(조합원 2/3 이상)를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1월과 7월, 대법원은 “이곳의 시공사인 GS건설이 일반분양 수익 초과분을 모두 갖도록 한 조합 결의가 무효”라며 조합원이 낸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이날 선고에 따라 조합원들은 시공사로부터 분양 수익을 돌려받는 소송에 나서기로 했고, GS건설은 되돌려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 충분한 동의 없이 변경한 계약이 분쟁 ‘씨앗’
양측의 분쟁은 반포자이 재건축 조합이 지난 2005년 시공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내용을 변경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이 이 계약이 무효라 주장,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GS건설은 지난 2002년 반포 주공3단지 재건축 사업에 참여하면서 확정지분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서 제20조에는 ‘반포 자이 조합원에게 우선 분양하고 남은 아파트 잔여 세대를 일반분양할 때 일반분양금 총액이 예상보다 10% 이상 초과 상승해 분양될 경우 10% 이상 초과분에 대해 그 차액을 조합(원)의 수익으로 하며, 시공사는 초과 수익금을 환급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당초 예상됐던 반포 자이의 일반분양금은 3.3㎡당 1130만 원. 계약에 따르면 이를 기준으로 해 일반분양금 총액이 10% 이상이면 그 만큼 발생한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되돌려준다는 것이 핵심으로, 이는 조합원들의 구미를 당기는 조건임에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확정지분제 방식의 계약에서 시공사는 사업 추진에 따른 모든 위험을 부담한다. 대신 일반분양가 상승 등을 통한 추가 이익도 모두 가져간다. 그런데 반포자이의 경우, GS건설이 위와 같은 내용의 인센티브 조항을 달았고 이것이 GS건설이 반포자이 재건축을 수주하는 데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데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결국 이것이 뒤늦게 ‘족쇄’로 작용하면서 GS건설을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가계약 체결 3년 뒤인 지난 2005년, 당시 부동산 시황이 악화돼 분양 수익을 장담할 수 없게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GS건설 측이 조합 측에 (2000억 원의) 추가 공사비를 요구한 것이다. 더욱이 당시 조합은 상가 보상금 등으로 발생한 추가비용마저 부담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었다.
 
결국 이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조합 측은 분양 수익 전부를 시공사에 넘기는 형식으로 가계약 내용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의 동의가 필요했던 조합은 총회를 열었고, 전체 조합원 2516명 가운데 1378명(54.8%)의 동의를 얻어 본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이 이런 중요한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처리했다”면서 “게다가 총회 결의는 정족수도 채우지 못해 무효”라며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서 내용을 변경하려면 도시정비법에 따라 조합원 2/3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분양 수익을 환급받으려는 조합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들은 조만간 총회를 열어 새로운 계약 조건을 의결한 뒤 이 내용에 따라 시공사에 분양 수익 반환을 요구할 계획이다. 조합에 따르면, 초과 이익은 약 2000억 원이고 조합 측은 조합이 부담해도 되지 않는 국ㆍ공유지 매입비 등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3000억 원의 반환을 요청할 것이란 전언이다.
 
원래 재건축 조합은 입주 뒤 해산하지만, 조합원들은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 조합 해산을 연기하고 지난해 7월에는 임시총회를 열어 새로운 조합장을 선출했다.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의 협의를 통해 분양 수익 환급을 추진할 계획이지만, 시공사가 거부할 경우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돌려받을 것”이라며 단호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에 GS건설 측은 초과 이익은 없을뿐더러 계약대로 집행된 만큼 조합원들의 주장이 부당하다고 밝혔다. GS건설 관계자는 “총회 결의가 무효인 것과 별개로 본계약(서)에 따라 조합원들이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고 소유권 이전까지 완료했다”면서 “이번 재판은 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분쟁이었던 만큼 시공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 당시 실제 2000억 원의 추가 공사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고, 애당초 가계약 내용만으로는 도저히 재건축을 할 수 없으니까 현실에 맞게 조정한 것이 본계약의 의미”라며 “조합과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한 만큼 반환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반포자이 분쟁의 결과가 주목되는 것은 사업 중간에 계약 조건을 변경한 조합들의 추가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사건에서 언급되는 반환금 액수가 재개발ㆍ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민사소송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도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비록 총회 결의가 무효로 판결이 났더라도 추가 이익금의 적정성 여부는 또 다른 법적 판단을 구해야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반포자이 분쟁은 또 다른 법적 공방을 통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