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기자의 눈-20세기형 정치문화를 벗어나는 첫 걸음은 언론개혁

기자의 눈-20세기형 정치문화를 벗어나는 첫 걸음은 언론개혁: 2012.12.19 01:58 입력 | 2013.01.21 11:51 수정

by 송윤창 rknews@daum.net

2012년 12월 18일 밤 12시를 기해 18대 대선 공식선거운동이 막을 내렸다. 모두가 가슴을 조인 20일의 대장정은 끝났고, 바로 오늘(12월 19일) 치러질 선거결과가 지금까지의 모든 선거운동의 성패를 말해 줄 것이다.
 
이쯤해서 선거 막판에 나왔던 네거티브 논쟁에 대해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선거막판에 '국정원의 조직적 선거운동 의혹'이 튀어나왔고,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새누리당의 일명 '십알단'의 정체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거대 보수언론들은 이것을 '네거티브'로 묘사했고, 이로 인해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그리고 거대보수언론의 이러한 여론몰이는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이것들을 '네거티브'나 혹은 그와 유사한 상대방 흠집내기 정도로는 인식했으니 말이다.
 
불현듯 스치는 생각. 대선 초기 안철수 후보 딸의 미국 호화유학 문제나 문재인 명품의자 논란, 노무현 NLL발언 논란이 일었을 때, 보수언론들은 후보검증으로 이를 바라봤던 것 같다. 본인의 기억으로는 대강 그렇다. 언어가 앞 뒤의 맥락으로 그 의미가 이해된다는 측면에서 보면, 당시 보도의 내용들이 그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십알단 문제'와 '안철수 후보 딸 호화유학 문제제기, 노무현 NLL발언 의혹, 문재인 명품의자 논란' 중 어느 것이 네거티브이고, 어느 것이 정당한 문제제기 혹은 검증의 범위에 드는 것일까?
 
최소한의 지성과 상식의 눈으로 봤을 때, 새누리당이 제기한 'NLL문제, 후보 개인사생활 들춰내기'는 정책과는 상관없는 분명한 네거티브였고, 민주당이 제기한 '국정원의 선거개입 의혹' 등은 선거법 위반이라는 실정법상의 정당한 문제제기가 아니었나 싶다.
 
일반의 상식을 갖춘 국민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것으로 믿는다. 오히려 주어진 팩트를 거꾸로 뒤집어 읽고, 여론을 조작한 거대 보수언론이나 자칭 논객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험한 바, 네거티브 논쟁과 관련한 한, 보수진영에서는 어느 누구도 객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선 초기에 새누리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네거티브적 성격이 강한 선거전략을 썼다. 그러다 후반으로 오면서 민주당은 정책대결 쪽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오히려 네거티브를 비판했던 새누리당은 계속해서 네거티브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국정원 여직원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십알단'문제의 경우 너무나 명백한 선거법위반행위다.
 
특히 국정원 여직원 의혹의 경우, 경찰과 선관위 직원이 직접 현장에 있었음에도 48시간이나 대치하다 임의제출 형식으로 자료를 제출한 그녀에게 오히려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 측 직원들은 배제하더라도 최소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선관위 직원과 접촉하여 본인의 의사를 밝혔다면 조기에 수습되었을 논란이었다고 생각한다.
 
별다른 위협이 없는 상황에서 집안에서 문을 걸어 '잠근' 행위를 '감금'이라고 사실을 호도하고, 다시 '인권문제'로 치환하여 민주당을 공격한 새누리당이나, 여론을 조작한 보수언론의 문제제기는 정당하지 않았다고 본다. 어쨌든 대선이 후에라도 어떻게든 사실관계는 밝혀지겠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이번 대선을 지켜보면서 한국정치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거대 보수언론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시장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나는, 거대 보수언론과 자칭 보수논객들에게서 저널리즘 윤리나 시대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도 읽지 못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 현실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목도했다. 독재권력의 감시와 통제 속에서, 그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너무 쉽게 성장해 온 관변언론의 DNA, 20세기형 언론의 폐해를 생생하게 느꼈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이 안쓰럽다.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거대 불량언론의 횡포와 다양성에 기반한 여론시장의 재편을 이뤄내지 못하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여론을 독점한 거대 보수언론의 아성을 무너뜨리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는 앞으로도 20세기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대선이 끝나고 누가 대통령이 되든, 진실로 21세기형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한다면, 너무나 기형적인 언론시장의 독점구조부터 바꿔야 할 것이다. 한국정치가 냉전시대의 틀에서 벗어나려면, 특정의 이해관계에만 복종하는, 거대 족벌 보수언론이 장악한 여론시장의 왜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세계화에 걸맞는 21세기형 언론시장의 재편을 정치개혁의 첫번째 과제로 삼아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갑자기 대학시절 감회깊이 읽었던 최장집 교수님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떠 오른다. 내일 다시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