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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붕괴 재촉 북한’ & ‘책임 전가 미국’ & ‘한국’: 2013.03.11 13:53 입력 | 2013.03.12 22:28 수정

by 송윤창(분쟁컨설팅연구소장) rknews@daum.net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139px; HEIGHT: 203px" align=left src="/PEG/13629775879361.jpg" width=274 height=220>핵실험과 로켓발사, 뒤 이은 남북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기화로 ‘한반도의 위협’이 점점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주장해왔던 미국에 의한 ‘안보위협론’은 명분을 잃어가는 분위기다. 북한 스스로 멸망을 재촉하고 있다. 반면, 북한문제에 있어 일차적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인 미국은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의 상당부분을 국제사회에 떠넘기고 있다.
 
현재의 한반도문제 핵심은, 핵실험으로 촉발된 북한의 핵무장화다. 93년 제네바합의에서 6자회담, 3차의 핵실험, 현재의 극한적 대치상황으로 이어지는 북한문제의 연결고리는 ‘핵문제’다. 따라서 현재의 한반도문제를 제대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어떤 색깔도 덧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색깔논쟁은 더욱 위험하다.
 
언론이 연일 쏟아내고 있는 북한의 가상적 공격시나리오는 더더욱 위험하다. 예방차원, 안보의식 고취 차원이라면 이미 쏟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대한민국 국군과 주한미군이 알아서 할 일들이다. 국내정치상황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가상의 북한도발시나리오’를 계속해서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국면타개용 정치행위로 비쳐질 수도 있다.
 
■ 멸망 재촉하는 북한, 명분도 실리도 놓쳐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에 던진 자충수는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행위들이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국가들과 이스라엘과 서방국가 간의 갈등처럼 최소한 종교적 이유이거나, 영토문제 같은 것들이 개입되어야 하는데,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그동안 북한이 내세웠던 미국과 남한에 의한 ‘안보위협’도 연평도 포격과 로켓발사, 핵실험으로 사실상 명분을 잃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이명박 정부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이후 국제사회에 대두된 북한 붕괴론과 실질적인 대북압박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민의 의식주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정권의 폐쇄성과 무능이 문제인 것이지, 국제사회의 압박만이 이유라고 볼 수도 없다. 굶어 죽어가는 인민이 문제의 핵심이다.
 
유엔제재에 따른 ‘안보위협론’ 역시, 북한의 핵실험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미 북한이 가지고 있는 장사정포와 생화학무기 만으로도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안보위협에 대응할 준비는 충분하다. 민생에 주력하여 인민의 의식주문제를 해결해야 할 북한이, 김씨 세습정권의 확실한 보장을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이 연일 리키졸브훈련을 계기로 고조시키고 있는 전쟁위협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소형화된 핵무기와, 조악한 수준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몇 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전쟁에서 이길 수는 없다. 재래식 전력에서는 이미 대한민국군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북한이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같은 비대칭전력에 치중한 이유다. 그런데 지금 인민을 볼모로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그동안 요구해왔던 평화협정체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3차 핵실험과 핵보유선언으로 이미 북한은 스스로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미 동북아안보의 실질적 위협이 된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체결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아울러 북한의 위협이 강해지는 만큼 주변국으로부터의 견제도 심화될 것이다.
 
■ 책임 회피하는 미국, 무엇을 얻으려 하나?
우선 북한문제의 1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 53년 7월 정전협정의 유일한 당사자이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북핵문제’의 핵심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역시 핵문제나 한반도전쟁위협을 이야기할 때, 항상 미국을 가장 중요한 상대로 규정하고 있다. 또 북핵문제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93년 ‘제네바합의’의 당사자이면서 실패의 책임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문제는, 1993년 미국과 북한 간 제네바합의의 연장선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93년 당시 북한 핵 문제의 본질은 군사적 목적 외에도, 심각한 경제난의 일차적 원인인 전력문제의 해결이라는데 있었다. 그래서 체결된 제네바합의도 심각한 전력문제 해소를 위해 핵 발전이 반드시 필요한 북한과, 북한의 핵 무장화를 막아야 하는 미국 간 타협의 산물로서 탄생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핵보유선언으로 제네바합의가 무의미해진 지금에도, 이 의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6자회담 과정에도 제기됐던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과, 제네바합의에 따른 경수로건설과 관련하여, 미국은 일방적으로 이 모두를 협상대상에서 제외했고, 이것이 제네바합의와 6자회담 실패원인 중 하나다. 핵문제에 있어 북한이 미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한반도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것과 북-미간 불가침 조약이다. 북한은 이를 6자회담의 주요의제로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 정권의 생존을 보장하는 실질적인 요구를 한 것이다. 지금은 다르지만, 북한이 제기한 이러한 요구는 미국으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국제법적인 보장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요구라고 볼 근거도 충분히 있다.
 
하지만 미국은 모든 것을 거부했다. 그리고 북한 핵의 선제적 포기를 요구했다. 게임의 룰로 본다면 미국이 보인 그간의 행태는 아예 협상의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러면서도 제네바합의 파기에 따른 자국의 책임과 북핵협상 과정의 일체 책임을 국제사회에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협상의 실리는 미국이 취하고, 책임은 중국과 한국 등에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 한국만 이래저래 죽을 맛, 방법은 없을까?
핵을 놓고 북한과 미국이 벌이는 치킨게임에 치이는 쪽은 한국 뿐이다. 정부출범 2주가 지나는데도 아직 정비조직법도 통과되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깡통정부’다. 그런데 위에서는 매일 핵미사일을 날린다며 협박하고 있다. 나 홀로 안팎에서 들볶이고 있다. 그런데 마땅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도발’에는 ‘응징’으로 맞서겠다는 것 외에 마땅히 내놓은 방안도 없다.
 
문제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실질적인 것이냐는 것과는 별개로, 단 1%라도 남북 간 실전이 전개됐을 때다. 우리 군이 공언한 바와 같이 북한은 지구상에서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남한 역시도 회복 불가능한 정도의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북한위협론’이 지나치게 남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예방과 교육차원을 넘어선 위기조장 수준의 언론보도가 자제돼야 하는 이유다.
 
현재의 위기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키리졸브훈련이 끝나면 북한도 잠잠해질 것이냐가 관건이다. 현재로서는 북한의 위기조장행위가 제2, 제3의 형태로 계속해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유엔의 대북제재와 북-미간 대화의 창구가 열리지 않는 한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보릿고개 등 김정은 정권의 엄청난 고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차적 피해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사태를 마냥 이렇게 방치할 수만은 없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은 위기가 위협수준에 머물러 있고, 새로 들어선 주변국 지도부 모두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그동안 논의에서 배제돼 왔던 의제들까지 우리의 입장에서 재검토하고, 주도적으로 대화재개의 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