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Zoom In] 고위층에 성접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문제다

[Zoom In] 고위층에 성접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 더 문제다: 2013.03.24 13:05 입력 | 2013.03.26 00:27 수정

by 송윤창(발행인) rknews@daum.net

박시후 논란이 잠잠해 지니, 이번에는 고위층 성접대가 등장했다. 건설업자 윤모씨가 자신의 별장에서 고위층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내용인데, 아주 구체적이다. 섹스파티의 동영상도 있다. 마약 환각파티 의혹도 나왔다. 강원도에 있다는 별장의 내부사진도 공개됐다. 언론들은 가십거리 양산에 바쁘고, 독자들은 좀 더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종일 인터넷서핑 중이다.
 
<IMG style="MARGIN: 4px 8px 4px 0px; WIDTH: 450px; HEIGHT: 304px" align=left src="/PEG/13640978802143.jpg" width=500 height=339>일단 성(sex)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에 덧칠이 되면 이는 대형사건이 된다. 지금까지 성접대 혹은 성폭력 논란 때마다 그랬다. 인간의 동물적 본능 때문이다. 이성의 힘만으로는 조절하기 힘든 영역이다. ‘관음증’은 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어떤 이슈든지, 거기에 성(sex)의 문제가 가미되면 관심이 증폭된다. 이번 건설업자 윤모씨의 고위층 성접대 의혹도 마찬가지다.
 
우선, 사건의 내막에 대해서는 이미 언론을 통해 충분히 묘사됐기 때문에 각설한다. 이번에 거론된 인사들이 실제로 섹스파티에 참여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성접대가 필요한 우리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지금 이 글을 쓰는 필자나,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나, 어느 누구도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이고, 본능이니까.
 

■ 성접대 당사자 아닌, 성접대 자체를 봐야
룸살롱은 한국의 대표적 비즈니스 문화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되고, 단속이 아무리 강화돼도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한국만의 독특한 비즈니스 문화이기 때문이다. 영업이 수반되는 모든 비즈니스에 룸살롱을 위시한 ‘성접대’는 필수다. 접대하는 자나 접대 받는 자나 죄의식 같은 것은 없다. 그것은 한국의 비즈니스 문화니까. 누구도 함부로 비난할 수가 없다.
 
이번 건설업자 윤 모씨의 고위층 성접대를 성접대 자체가 아닌,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모 차관, 청장, 전 국회의원, 병원장 등 거론된 인사들에 초점을 맞추면, 결국 당사자들에 대한 인격살인 외에 국민이 얻을 것은 별로 없다. 언론이 양산한 가십거리로 조금의 흥분을 느끼는 것을 빼고는. 성접대가 필요한 우리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건의 핵심인 건설업자 윤 모씨는 시쳇말로 ‘생양아치’라고 생각한다. 50대 여성사업가 K씨를 성행위 동영상으로 협박하여 벤츠승용차와 20억 원을 갈취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접대해 놓고, 그 과정을 촬영하여 상대를 협박했다는 사실에서다. 필자 역시 넓은 의미에서 건설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관행으로 볼 때도 이것은 반칙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들이 윤 모씨만의 문제였겠느냐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성접대 자체보다는, 누가 사건에 연루되어있는지, 그리고 구체적인 성행위의 과정은 어떠했는지에 더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박시후 사건에서도 그랬듯이, 이는 우리사회의 너무나 일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시스템이 요구하고 있는 한, 이번사건에 연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관련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본질을 벗어난 것이라는 생각이다.
 

■ 성접대가 필요한 의사결정시스템이 문제
이번 고위층 성접대 의혹과 관련하여, 성접대 자체보다는 성접대가 필요한 우리사회 의사결정시스템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공공·민간 할 것 없이, 피라미드구조로 되어있는 우리의 경직된 의사결정구조가 이런 사태를 불러 온 것이다. 각종 사업계획과 관련하여,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에 실무자의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공공·민간 모두 지도부의 역할은 사업비전 제시와, 실무자가 검토한 자료에 대한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지도부가 실행계획과 내용을 제시하고, 실무자는 세워진 계획대로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태로 의사결정이 진행된다. 이런 구조가 이번 사건과 같은 사회적 논란을 불러오는 것이다. 지금도 어디에선가는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조금 생뚱맞지만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역시 비판받아 마땅하다. 박근혜식 인사스타일의 총체적 부실을 보여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여당 내에서조차도 비판이 일고 있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의 문제가 시정되지 않으면 향후 국정운영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심부름센터보다도 못한 인사검증으로 구성된 정부의 정책을 국민들이 얼마나 따를 것이냐다.
 
특히 이번에 문제가 된 김학의 법무차관의 경우, 이미 고소·고발이 진행 중이었고, 인사검증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인사였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크다. 이 외에도 낙마한 6명의 장·차관후보자 모두 마찬가지다. 내정된 순간 터져 나오는 온갖 의혹을 청와대가 몰랐다는 것이 문제다. 혹시 알고도 지명했다면 이는 심각한 도덕불감증으로, 더 큰 문제다.
 
by 송윤창(분쟁컨설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