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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빚지면 대신 갚아주는 이상한 나라 ‘대한민국’: 2013.03.27 22:09 입력

by 송윤창 rknews@daum.net

이번달 29일, 국민행복기금이 공식 출범한다. 정부는 국민행복기금으로 6개월 이상의 연체자에 한해 원리금 일부를 줄여준다. 심지어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1, 2금융권은 물론이고, 대부업체에서 빌려 쓴 돈까지 탕감해 주기로 했다. 대학생 학자금대출 6개월 이상 연체 2000명도 채무를 탕감한다. 지난 3월 25일에는 세부운영계획도 발표됐다. 그런데 개운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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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득이 안 되는 국민행복기금
국민행복기금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해결과제인 가계부채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정부의 고육지책이다. 또 신용불량 상황에 빠진 저소득층(서민)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이보다 더 큰 의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기 때문이다. 표를 받았으니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 정도?
 
그런데 국민행복기금의 설치 목적을 백번 이해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책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우선, 정부가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또 신용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나쁜 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버티면 된다는 생각 말이다. 또, 생활비를 쪼개가며 성실하게 빚을 갚아 온 사람들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정부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채무에 대한 계획이 없이 함부로 남의 돈을 빌려 쓴 사람들에게 국가가 면죄부를 준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특히 그들의 채무를 탕감시켜주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성실한 일반국민에게 전가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들이 탕감 받은 빚을 전 국민이 나눠갚는다. 그래서 납득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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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역차별, “세금은 내야 하나?”
당연히 역차별 논란이 인다. 지금까지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제대로 입지 못하면서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은 억울하다. 지금부터 빚을 지는 사람은 누구라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야 할 동기가 사라진다. 버티면 정부가 채무를 탕감해 줄 테니까 말이다. 신용사회질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표에 대한 보은의 성격이 짙다.
 
금융질서가 무너질 우려도 있다. 이번 정부대책처럼 무조건 장기연체가 있다고 해서 지원해주면 누가 성실하게 빚을 갚겠느냐는 것이다. 과거정부들이 추진했던 ‘농어촌 부채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불러와 실패한 사례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또 이자가 아닌 원금을 탕감한다는 발상 자체도 잘못됐다. 그런 것이라면, 성실한 금융채무자의 이자도 함께 탕감해야 마땅하다.
 
성실한 납세자와의 역차별도 문제다. 내가 낸 세금이 신용불량자들의 빚 탕감에 쓰이는 것이라면, 도둑맞은 기분이다. 직원인건비에 4대 보험료에, 세금에 치여 정작 자신은 제대로 월급조차 받아보지 못하는 많은 영세상인, 소규모 법인사업자와의 형평성도 문제다. 피 같은 세금이 이렇게 쓰이는 것이라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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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급적 최소한, 금융채무 외의 것들도 살펴야
국민행복기금. 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시행할 것이라면, 아주 제한적으로만 시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상도 최소한으로만 해야 한다. 또 부당한 수익자가 발생하거나, 상습적일 경우 벌칙도 엄격히 해야 한다. 지금처럼 ‘채무조정 약정 취소’ 정도로는 도덕적 해이의 유혹을 잠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부당수익은 범죄’라는 명확한 인식이 전제돼야 한다.
 
또 금융채무에만 한정된 국민행복기금을, 재활의지가 있는 영세사업자나 소규모 법인사업자에게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직원인건비와 지나치게 높은 임대료 등 당장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고 나면 부가세나 4대 보험료 납입 등이 어려운 사업장이 많이 있다. 대개의 경우 일을 해도 어려운 경제여건 때문에 용역대금이 제때에 지급되지 않아 발생하는 체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