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뉴스! 정확한 정보! 도시재생신문 :: [Zoom In]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통제와 한국언론의 경솔함

[Zoom In]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통제와 한국언론의 경솔함: 2013.04.07 19:43 입력 | 2013.04.07 19:46 수정

by 송윤창 rk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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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만약, 칼을 든 강도가 인질 한명을 붙잡고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강도를 제압하거나 자제시켜 인질을 구출할 생각은 하지 않고, "인질이 방탄복을 입은게 아니니, 자신 있으면 한번 찔러보라"고 약을 올린다고 가정해 보자. 이럴 때, 강도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리고 경찰의 이러한 행위는 어떻게 평가받아야 하는가? 개성공단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행태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비유하면 그렇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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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달간 주요언론들은 개성공단과 관련하여, 갖은 추측성 보도와 엉터리 분석기사들을 경쟁적으로 쏟아냈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비이성적 협박이 도를 지나치다보니, 어느 누구도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에 대한 특종경쟁이 도를 넘다보니, 현재의 대립상황과는 무관하게 다뤄져야 할 개성공단까지 협박의 소재로 이용하게 만들었다. 
 
개성공단 출입통제의 일차적 책임은 북한에 있다. 하지만 남한의 언론매체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결국 칼을 든 강도에게 "자신 있으면 니가 붙잡고 있는 인질을 한번 찔러보라"고 부추긴 꼴이기 때문이다. 칼을 든 강도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건드린 꼴이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남한 내 보수집단들과 보수언론들의 개성공단을 바라보는 시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보수집단들이 김대중, 노무현정부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할 때, 가장 많이 이용하는 논리가 '대북 퍼주기'다. 개성공단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들이 북한의 근로자들에게 외화를 퍼줘서, 그것이 북한의 미사일과 핵개발에 이용됐다는 지극히 '단세포'적인 논리다. 햇볓정책 이후 북한과 이루어진 모든 평화적 교류들이 이렇게 매도당했다. 개성공단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 역시 이러한 시각이 전제된 것들이다.
 
그런데, 개성공단이 과연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퍼주기'였을까? 북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월 100달러도 되지 않는 급여가 퍼주기이면, 우리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지로 진출하여 현지인들에게 지급한 급여도 퍼주기라고 설명해야 하나? 우리 기업들이 북한근로자의 저임금 노동을 통해 생산한 물건들을 팔아 얻는 이익은 '북한이 남한에 퍼준 것'이라고 불러도 무방한가? 도대체 상식이 통하지 않는 '퍼주기'논란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하여 실패한 몇몇 사례가, 개성공단 무용론의 근거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아주 몰지각한 꼴통논객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논리인데, 그런 식이면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성공율이 어느정도인지도 묻고 싶다. 미국에서, 일본에서, 중국에서 실패한 기업도 상당한데, 단 한번도 '해외투자 무용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일부 집단에 의해서 이제 막 시작한 개성공단사업에서의 사소한 실패사례들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남한의 파주시에 북한의 개성공단과 같은 규모의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는 상황을 가정해 봤다. 과연 가능할까? 이 자유무역지대를 건설하기 위해, 근방의 군단을 뒤로 60여리 쯤 뒤로 물리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관한 한, 북한이 남한 내부의 일부 보수집단들의 '퍼주기'주장에 대해 납득할 것인지, 한번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살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북한의 개성공단 출입중단 조치 이후, 남한 내부에서도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또 북한의 거듭되는 도발적 언행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정부 때와는 달리, 박근혜정부의 차분한 대응도 긍정적이다. 북핵에 대한 압박과는 별개로 민간차원의 교류는 인정하는 일종의 '투트랙'전략도 향후 남북관계의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로 불리우는 박근혜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도 있다.
 
현재의 북한은 이성이 마비된 강도나 다름 없다. 문제는 그들이 협박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다. 생각컨대 현 김정은체제의 확실한 보장일 것이다. 체제의 안정과 보장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 정상국가로의 탈바꿈을 요구하고 있는 국제사회와 달리 그들은 전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 간극이 지금의 위기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배고픈 북한, 사춘기적 반항아 김정은의 설익은 호기를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함께, 남북문제를 외교의 틀 내에서 관리하는데에, 언론의 절제된 보도행태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박근혜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도, 더 이상의 무책임한 선동은 자제돼야 한다. 옳고 그름의 차원을 벗어나, 무엇이 이익이고 손해가 되는지의 관점에서 북한문제를 바라보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객관적이고 절제된 보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