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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와 부동산 시장: 2009.09.15 14:46 입력 | 2012.01.30 00:18 수정

알립니다. 본 기사는 8월 중순에 작성한 것으로, 9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한 상황까지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이 점 양해 바랍니다. 
 
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2.0% 
경기회복 불씨 살리기가 먼저 
부동산 시장 상승세 꺾일 듯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바로 이 ‘금리’다.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9월 이후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정책은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춘 상태. 
한국은행(이하 한은)도 지난달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2.0%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2월 이래 7개월째 현 상태를 유지하게 됐다. 
한은의 금리 동결로 부동산 대출에 열을 올리던 은행 등 금융권과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던 투자자들 역시 지금까지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국내 경제는 발표한 기업들의 실적이 양호한 상태를 보인데 이어 상당수 경제 지표들이 플러스 반전 내지 호전 기미를 보임에 따라 일부에서 ‘출구전략(Exit Strategy)’ 얘기마저 솔솔 피어오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때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것은 현행 경기 부양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부 경제 지표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경기회복 불씨를 잘 살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를 살펴보겠다는 뜻을 천명한 셈. 
상반기 누적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217억 달러에 달하고, 금융권의 외화유동성마저 개선돼 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점도 금리를 동결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이 2300억 달러를 넘어 당분간 리먼브라더스 파산 사태(2008년 9월) 이후 벌어졌던 외환시장에서의 극심한 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작용한 듯하다. 
더욱이 최근 불 마켓(bull marketㆍ강세장)이 형성된 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그동안의 손실액을 만회한 데 따라 예상되는 부의 효과(자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소비도 증가하는 현상), 환율 변동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한은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상반기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 확장 국면을 유지한 상태에서 상반기만큼의 재정 지출 효과를 예상할 수 없는 상황, 민간 투자와 소비가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는 점, 고용 시장마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점 등도 광범위하게 고려 대상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 
금리가 동결된 상황에 최근 금융 당국의 은행 부실화 방지 대책이 맞물릴 경우 상반기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은행에 부실채권비율을 1%로 낮추라는 압력을 가함에 따라 대출 심사 등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권사의 지급결제 허용 등에 따라 수신 기반이 약화된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에 열을 올리던 행태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보면 그동안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던 단기부동자금의 ‘쏠림 현상’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이제까지와 같은 부동산 가격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상반기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 
넘치는 돈ㆍ규제 완화 등이 원인 
 
올 상반기 부동산 시장의 활황을 이끌었던 동력은 바로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였다. 실제 지난해 말 급락했던 이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상반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경기회복 기대감 탓에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 고점(2006년 말) 수준에 근접한 상태다. 
부동산 정보 사이트 ‘부동산114’에 따르면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 4개 구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현재 2006년 말의 90% 수준까지 회복됐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은 2008년까지 하락했던 가격을 회복했다. 심지어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면적 51㎡짜리는 10억 원을 훌쩍 넘어 2006년 말 거래 가격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강남 지역의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상승한 이유는 무엇일까. 본래 강남 재건축 시장은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혼재된 곳이어서 경기와 정부 정책에 따라 집값이 춤을 추는 곳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따른 사업성 개선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면서 가격이 상승세를 탔다. 정부는 2008년 말부터 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재건축 규제들을 폐지하거나 완화했다. 소형의무비율과 임대주택 건립 의무 등이 완화 또는 폐지됐고, 후분양제 폐지와 용적률 규제 완화로 사업성 개선 기대감이 커졌다. 안전진단 기준 완화 및 1회 단축으로 사업 진행 속도도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마저 높아졌다.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규제도 지난달 11일부터 완화돼 재건축 입주권 거래가 수월해졌다. 
이러한 규제 완화와 그로 인한 사업성 개선 효과 외에도 부동산 시장에 넘쳤던 유동성 역시 가격 상승의 한 요인이었다. 지난 7월 말 기준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37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2월, 월간 증가액이 3조 원을 넘어선 이래 4개월 연속 3조 원 이상의 자금이 주택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급기야 6월엔 그 수준이 4조 5000억 원으로 뛰어올랐고 7월에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이 같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고 은행들이 대출 경쟁을 벌였던 지난 2006년의 월평균 증가액(2조 9000억 원)을 훨씬 웃도는 것.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블루칩(blue chip)’인 강남 재건축 시장으로 쏠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 넘치는 돈은 필연적으로 집값 상승을 야기한다. 실제 전국 집값은 5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그러한 열기는 강남 재건축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집값 상승의 원인이 엄청난 액수로 추정되는 단기부동자금인 점으로 미루어볼 때 그 근본 원인은 이제까지의 저금리 기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LTV 강화에 무게중심 둘 듯 
비수기 맞물려 조정장 예상 
 
그렇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이 부동산 시장, 특히 강남 재건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최근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부 지역 탓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으나 한은의 동결 조치에 따라 이러한 우려는 당분간 주된 논의 대상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부쩍 늘어난 단기부동자금을 회수하기보다는 총부채상환비율(DTI)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조정을 통해 돈줄을 죄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의견이 늘고 있다. 
하지만 DTI 규제의 경우 서민층의 ‘내 집 마련’ 꿈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가 있어 함부로 손댈 수가 없다. 따라서 금융 당국의 향후 규제는 LTV 쪽에 그 무게중심이 놓일 것이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따라서 현재 투기지역으로서 DTI 규제를 받고 있는 강남3구의 경우 향후 LTV 규제가 강화될 경우 이 지역 재개발ㆍ재건축 시장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 7월 7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LTV를 60%에서 50%로 낮춘 바 있다. 부동산 시장 과열을 막으려 했던 시도였던 셈. 하지만 이렇다 할 효과는 보지 못했다. 
하지만 관계 당국이 7월의 실패(?)를 거울삼아 보다 정교한 LTV 규제 강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하반기 강남 재건축 시장의 위축 전망은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하반기 들어 대출 규제와 재건축 가능 연한 유지 등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비수기와 맞물려 매수를 늦추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전체 집값은 물론 강남 재건축 시장도 상반기와 같은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진 못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규제 늘어 하반기 재건축 시장 위축 예상 
일부 단지 상승 전망…시장 양극화 
 
최근 들어 재건축 관련 규제들이 강화되면서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재건축 가능 연한 단축이 무산됐고 추진위원회 구성 동의서 관리 강화, 재개발ㆍ재건축 공공관리자제도 도입,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주민제안 제한 등이 이미 시행됐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어 사업 지연과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 
상반기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급등세를 뒷받침했던 일부 규제 완화 조치도 지방자치단체 조례와 마찰을 빚거나 규제 조항들이 추가되면서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예컨대, 소형의무비율의 경우 서울시가 조례로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의 건립 의무(20%)를 고수하기로 하면서 상위법과 마찰을 빚고 있다. 시 조례대로라면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은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을 20% 지어야 한다. 이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강남 주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입주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어 사업 지연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서울시는 또 법정 상한 용적률 적용 시 당초 정비계획으로 정해진 용적률을 초과하는 부분의 50%를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주택으로 짓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가 소형 보금자리주택 환수 조치와 맞물릴 경우 사업성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는 사업장은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재건축 시장에서도 양극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강남 일부 지역의 경우, 강남에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재개발ㆍ재건축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일고 있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현재 재건축이 가능한 준공 연한을 채운 단지의 39%만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회복과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 사업을 추진코자 하는 지역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서울시내 재건축 정비사업장 중 조합설립인가 이전 사업장이 절반이 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 재건축 정비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 K 씨는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가격 급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사업장을 골라 장기 계획을 세워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원 지위 양도 조건이 완화되면서 거래가 가능해진 매물이 늘어남에 따라 투자를 고려할 만한 여건이 조성됐다”고 귀띔했다. 
‘단독주택 재건축’도 눈여겨볼 만하다. 현재 서울시내 270여 곳에서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데 대부분 초기 단계여서 그만큼 장기적인 투자 가치를 따져볼 여지가 크다. 
특히 입지가 좋은 강남 일대 단독주택 재건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세가 가팔라질 경우 이 지역에 먼저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분양 넘치고 지방은 여전히 침체 
양극화 고민…강남 재건축 주시해야 
 
하지만 지방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도 여전히 14만 가구가 넘는다. 이에 따라 극히 일부 지역의 집값이 뛰는 것을 두고 과민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해 섣불리 규제를 강화했다가는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 
여기에 추가로 고민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강남 3구의 집값이 상승할 때마다 그를 바라보는 서민들의 가슴은 찢어진다. 상처의 깊이만큼 쌓인 불만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사회 분열을 낳는다. 
따라서 사회 통합의 측면에서 강남의 집값 상승은 결코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이다. 최근 강남 집값 상승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재건축 아파트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상승 탄력을 받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는 연말로 갈수록 그 힘이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 심리와 더불어 비수기와 맞물린 매수 관망세가 다시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획재정부가 대출 총량규제 시행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규제가 논의되면서 매수 심리도 한풀 꺾인 상태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지기 쉽다. 거품이 커지기 전에 미리미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한 선제적인 규제 시행은 물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푼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들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기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는 지금 상황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